국민차 아반떼, 글로벌 1500만대 고지 눈앞
1990년 1세대 출시 이후 33년간 7세대 걸쳐 '효자모델' 명맥 이어
1990년 1세대 모델(당시 차명 엘란트라) 출시 이후 준중형 세단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현대자동차 아반떼가 글로벌 누적 판매 1500만대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9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아반떼의 글로벌 누적 판매는 총 1476만2924대를 기록했다. 1990년 10월 출시 후 32년 4개월 동안 판매된 숫자로,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46만1350대, 일평균은 1264대에 달한다.
아반떼가 누적 판매 1500만대를 돌파하기까지 남은 숫자는 23만7076대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에 발목이 잡혔던 지난해도 37만대 이상을 팔았던 만큼 올해 안으로 새로운 기록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반떼는 지금은 SUV 열풍에 밀려 판매가 다소 주춤하지만, 오랜 기간 국내에서는 ‘국민차’로 사랑받고, 해외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수출 효자모델로 자리해 왔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 역사상 최다 판매 모델 기록을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기도 하다.
1세대 아반떼라고 할 수 있는 엘란트라(해외에서는 지금도 아반떼 대신 엘란트라를 차명으로 사용한다)는 현대차의 소형 모델인 포니 엑셀과 중형 모델인 스텔라 및 쏘나타 라인업의 틈새를 메우기 위해 1985년 ‘J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고도성장에 따른 승용차의 급증 및 대중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 발맞춘 도로 교통망의 확대 등을 겨냥했고, 해외 시장에서는 더 다양한 시장을 공략할 C세그먼트 차종의 필요성을 감안했다.
총 4100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완성한 엘란트라는 광고 문구를 ‘고성능 엘란트라’로 설정했을 만큼 ‘잘 달리는 차’를 목표로 개발된 차종이었다.
1980~90년대에는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해 차체는 크지만 자동차세 절감을 위해 소형차로 분류되는 1500cc 미만의 작은 엔진을 얹은 중형차가 흔했다. 하지만 엘란트라는 이런 차종들과 달리 차체 크기에 알맞은 배기량의 엔진을 탑재해 월등한 성능을 발휘했다.
또한 현대차가 초기 스타일링부터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수출을 염두에 둔 트렌디한 디자인과 공기역학적인 설계도 뒷받침됐다. 엘란트라는 출시 이듬해인 1991년 국내 판매량 9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1994년에는 16만5000여대가 판매되는 등 국내 자동차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파워트레인으로 미쓰비시 오리온 1.5L SOHC 엔진과 미쓰비시 시리우스 1.6L DOHC 엔진을 탑재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를 극복한 것은 1995년 선보인 2세대(J2) 모델이었다. 국내에서 ‘아반떼’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붙은 2세대 모델은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1.5ℓ 알파 및 1.8ℓ 베타 엔진을 탑재하는 등 부품 국산화율 99.88%를 이룬 기념비적인 모델이었다.
외양도 고려청자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은 유려한 디자인과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이 범퍼 하단에만 있는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에어로 다이나믹 스타일로 인해 젊은층 사이에서 튜닝카로 크게 각광받았다. 지금도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2세대 아반떼는 ‘전설의 구아방’으로 불린다. 아반떼의 애칭 ‘아방이’ 앞에 옛 구(舊)자를 붙인 이름이다.
2세대 아반떼는 기본형인 세단 외에 실용성을 강조한 왜건형 모델인 아반떼 투어링도 함께 출시됐다.
2세대 아반떼가 1996년 기록한 국내 판매량 19만2109대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은 아반떼 연간 국내 최대 판매량이다.
1990년대 말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한 2000년에는 3세대 아반떼(XD)가 새롭게 등장했다. 아반떼 XD는 이전 모델과 달리 각진 스타일링을 통해 역동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다만 이 디자인은 국내 시장에서는 2세대 아반떼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에는 1500cc 미만에서 1600cc 미만으로 높아진 소형차 분류 배기량 기준에 맞춰 1.6ℓ 가솔린 엔진을 추가했고, 고연비 차종 선호 추세에 맞춰 디젤 엔진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3세대 아반떼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첫 아반떼이기도 하다. 2003년 12월 중국 공장에서 178대가 생산된 것을 시작으로 아반떼의 해외 생산이 본격화됐으며, 미국에서는 2010년 5세대 아반떼(MD) 모델부터 생산이 시작됐다. 이후 아반떼는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현대차의 주력 모델로 활약해왔다.
2006년에는 4세대 아반떼(HD)가 출시됐다. 3세대 모델보다도 디자인이 수수해졌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으나, 파워트레인은 현대차가 새로 개발한 1.6ℓ 감마 엔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기본기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9년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시행한 초기 품질 조사(IQS)에서 준중형차 부문 1위에 오르며 우수한 품질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4세대 아반떼부터 오직 세단 모델로만 라인업을 구성했고, 해치백 및 왜건 모델은 i30(북미 수출명: 엘란트라 GT)라는 별도의 모델 라인업으로 재편됐다.
2009년에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모델이 등장, 최초의 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이름을 남겼다.
2010년 탄생한 5세대 아반떼는 ‘아반떼의 전성기’를 이끈 모델이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가 적용돼 물이 흐르듯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이 디자인은 ‘아반떼가 다시 잘생겨졌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호평 받았다.
5세대 아반떼는 감마 1.6ℓ 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처음으로 얹고 차체 강성을 높이는 등 기본기도 충실히 다졌다.
아반떼가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2012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2012 캐나다 올해의 차, 남아공 올해의 차, 필리핀 올해의 차 등 세계 각지에서 최고의 차로 인정받았다.
이에 힘입어 2013년부터 2년 연속 전세계 연간 판매량 90만대를 뛰어넘었으며, 2014년 10월에는 1세대부터 이어진 아반떼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1000만대를 돌파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로 거듭났다.
2015년 등장한 6세대 아반떼(AD)는 헥사고날(6각형) 그릴을 범퍼 하단까지 확장한 공격적 디자인이 인상적이었으나 5세대보다는 다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 이전보다 한 단계 도약한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 운전자 편의성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 탑승자를 위한 안전성 등 기본기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다.
특히 출시 이듬해 등장한 아반떼 스포츠는 1.6ℓ 터보 엔진과 주행 성능을 강화하는 다양한 사양을 제공해 다시 한 번 튜닝족들을 끌어들였다.
2018년에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을 하면서 신차급 디자인 변경을 단행했지만 헤드램프와 안개등을 삼각형으로 치장하는 무리수를 두며 ‘삼각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20년 들어서야 아반떼 디자인은 방황을 멈췄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파라메트릭 다이내믹스(Parametric Dynamics)를 반영한 7세대 아반떼는 대담하고 혁신적인 스타일로 역대 아반떼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규 3세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파워트레인, 주행 성능, 안전 및 편의 사양 등 모든 부문에 현대차의 첨단 핵심 기술을 빠짐없이 적용하며 혁신적인 진화를 선보였고, 가솔린, 경제적인 LPi, 친환경 하이브리드 등 풍성한 파워트레인으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알맞은 선택지를 제공했다.
국내 사전계약 첫날 1만 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7세대 아반떼는 해외에서도 ‘2021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여러 자동차 전문 매체로부터 수많은 호평을 받는 등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아반떼는 비록 국내 브랜드 최다 판매 모델이지만,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더 오랜 역사를 지닌 토요타 코롤라와 혼다 시빅에는 여전히 누적 판매량에서 크게 못 미친다.
코롤라와 시빅은 각각 1966년과 1972년에 처음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세대교체를 거듭하며 기록적인 판매량을 보유한 강자들로, 코롤라는 누적 판매 5000만대를 넘겼고, 시빅도 3000만대 이상 팔렸다.
이들은 아반떼와는 직접적인 경쟁 관계다. 특히 아반떼의 주요 시장 중 하나인 북미 시장은 코롤라와 시빅의 영향력이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세 모델의 미국 연간 판매량을 보면 코롤라 22만22216대, 시빅 13만3932대, 아반떼 11만7177대를 기록해 미국 콤팩트카 부문 1~3위를 차례로 가져갔다.
지난달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출시된 더 뉴 아반떼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품성을 앞세워 코롤라·시빅에 도전할 채비를 마쳤다. 기존 모델부터 지켜온 충실한 기본 성능은 물론, 8 에어백과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중형차 부럽지 않은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을 가득 품었다.
스마트폰 및 스마트워치로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는 디지털 키 2 터치, 주행 영상을 녹화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빌트인 캠과 같은 동급 최초 사양도 눈여겨볼 변화다.
특히 가솔린 모델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및 고성능 N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해 다양한 국내외 소비층으로부터 사랑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재인 사저 출입 왜 막냐"…방호관 차로 친 60대 구속
- "흑주술" "패륜적 범죄"라더니…이재명 부모 묘 훼손 사건 '대반전'
- 안민석 아들 학폭 의혹 '활활'…"사실무근" vs "청문회 열자"
- 美 IRA 활용 위해 배터리 업계에 5년 7조원 지원…LFP배터리 개발 총력
-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에 尹 충격…'검수원복' 필요성 커졌다
- "이재명, 25일 위증교사도 징역형 선고 가능성" [법조계에 물어보니 555]
- 이재명, 이번에는 못 피했다…확정시 대선출마 불가
- 국민의힘 "죄지은 자가 벌 받는 것은 진리…이재명,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 서양의 풍자·동양의 서정… '아노라'와 '연소일기'가 그린 현대 사회의 균열 [D:영화 뷰]
- ‘오! 대반전’ 홍명보호 원톱, 조규성·주민규 아닌 오세훈…공중볼 경합 승률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