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김희애 사라졌다…명품 버블 꺾이자 '머·트·발' 곡소리
코로나19 기간 중 급성장한 명품 플랫폼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타격으로 명품 수요가 감소한 데다,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면서 온라인 명품 시장이 위축되면서다.
앱 사용자 수 줄고, 명품 매출 하락
9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명품 플랫폼 3사,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의 앱 사용자 수는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명품 커머스 앱 사용자 수는 7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49% 감소했다. 불과 1년 새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엔데믹으로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오프라인 구매 수요가 늘어나고, 명품 라인을 늘린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명품 시장 전반이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백화점 명품 인기도 확연히 꺾이는 모양새다. 이달 기준으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럭셔리 조닝(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해 각각 10%, 11.8%, 8.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0%대 성장률과 대조적이다. 팬데믹 기간 ‘보복 소비’로 호황을 누렸던 전체 명품 업계의 ‘버블’이 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톱 모델 광고 종료…운영 효율화가 화두
명품 플랫폼 3사는 당장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일단 마케팅 비용부터 줄였다.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김혜수(발란), 김희애(트렌비), 주지훈·이엘(머스트잇) 등 톱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던 것이 일제히 지난해 중순 계약 종료 이후 차기 모델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사무실 운영비용을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적자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익명을 원한 명품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을 강화하면 앱 가입자·사용자 수가 늘고 거래액이 커지는 등 외형 성장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투자를 유지하는 식으로 회사 규모를 키워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은 투자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이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수익성을 키우는 쪽으로 체질 개선 중”이라고 귀띔했다.
반짝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트렌비는 지난 3일 지난달 기준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2018년 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3년 만에 처음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을 목표로 조직을 재정비한 결과물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운영 효율화, 리세일(중고) 사업 성장 및 효율적 마케팅이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머스트잇 역시 올해 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판매자 수수료를 8.8%에서 12.1%로 인상했다.
발란도 연내 흑자 전환을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경영진 임금을 삭감하고 사무실을 이전하는 등 운영 효율화에 나섰다. 지난해 거래액 6800억원 돌파 및 최근 250억원 시리즈 C 투자 유치 완료 등 긍정적 신호도 나오고 있다. 발란 관계자는 “일본 및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해외 투자 논의를 하는 등 신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 성장 여지 vs 한계기업 나올 것
다만 아직은 스타트업 수준인 명품 플랫폼 3사가 ‘투자 절벽’에 몰리면서 생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이라며 “빠르면 상반기에 한계에 몰리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이어진 가품 이슈와 취소 수수료(반품비) 과다 부과 등 업계가 소비자 신뢰를 쌓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주요 명품 플랫폼 이용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19~2021년 총 1151건으로 해마다 두 배씩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전통 유통 강자인 백화점, 패션 대기업 등이 대체불가토큰(NFT) 디지털 정품 보증서 발급을 내세워 온라인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위협 요인이다.
다만 온라인 명품 시장 자체의 성장성은 계속해서 점쳐진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2조2198억원에서 지난해 2조4297억원(예상치)으로 지속 성장 중이다. 이에 따라 명품 플랫폼들이 버티컬(특정 카테고리 전문) 서비스를 강화하고, 체질 개선에 나선다면 충분히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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