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챙기기 전쟁 막 올랐다? 산은 이전 놓고 갈라진 민주당
KDB 산업은행(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이 본격화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찬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당 안에서도 지역구별로 산은 본점 이전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서다.
산은은 지난달 27일 상부 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산은 이전 공공기관 지정방안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 본점 이전을 위한 공식적인 행정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지방이전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한다. 금융위가 산은 의견을 받아 지방이전기관 지정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 국토부가 국가균형발전위에 안건을 제출하는 식이다. 산은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 중 하나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론 “국회와의 논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강석훈 KDB 산업은행 회장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관련 질의를 펼쳤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법이 엄연히 있음에도 마음대로 가는 것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 진행하라”고 지적했다. 산은법 제4조에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도 “조직, 예산을 수반하는 행위는 따져보면 불법에 해당하니 처벌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박재호(부산 남구을)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산은 이전의 정상적 절차 준수 권고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산은 본점이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가 지역구인 김민석(서울 영등포구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비치는 중이다. 지난달 28일 정책위의장 취임 첫 일성으로 “산은 이전은 사실상 법을 위반하고 정치적 선거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사이비 법치주의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지난해 3월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산은 지방 이전 방침을 철회하고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부산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은 산은 이전 반대가 당론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재호 의원은 통화에서 “변호사들 검토를 받아보니 절차적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산은 이전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키를 잡고 소외된 지역을 모두 합쳐서 논의 테이블에 올려 설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재수(부산 북구강서구갑) 의원도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악전고투 끝에 입법하면서 추진한 가치와 노선”이라며 “산은 이전은 이러한 노선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산은 이전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약이라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 대표는 2021년 11월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찾아 “제가 대통령이 되면 수도권의 공기업들 공공기관들 200여 곳을 다 지방으로 옮기겠다”며 “균형발전을 통해 대한민국 성장도 회복하고 일자리도 만들어야 젊은이들도 길이 생기고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 전쟁을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지역구 의원은 “김민석 의장은 본인의 지역구가 영등포라 산은 이전 반대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며 “가덕도 신공항을 대구와 경북이 반대한 것처럼 산은을 시작으로 호남과 충청에서도 지역 관련 제각각의 주장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아직은 산은 이전 반대가 정식 당론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노동자들 피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옮기는 게 맞는지 다시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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