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신이 아닙니다"…일본 버스회사의 통쾌한 반격
일본 도쿄의 한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일하는 A씨는 대기 줄이 길어질 때 공포를 느낀다. 손님이 점포로 난입해 "대응이 늦다"며 소리 지르는 일이 하루 3~4건은 벌어져서다. "비닐봉지에 물건 넣는 방식이 이상하다"며 트집이 잡힌 편의점 주인 B씨는 "사과하는 의미로 위자료 100만엔(약 1003만원)을 내놓으라"는 ‘진상 고객’ 앞에 망연자실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고객이 불합리한 클레임을 걸며 기업·종업원을 괴롭히는 '카스하라(カスハラ·고객에 의한 괴롭힘)'가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카스하라는 고객의 일본식 영문 발음인 '카스타마(customer)'와 '괴롭힘(harassment)'의 합성어다. 이런 가운데 고객 갑질에 해당하는 카스하라를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일본 닛테레방송에 따르면 아키타(秋田) 현의 버스회사인 다이이치(第一) 관광버스는 지난달 지역신문에 '그 불만, 지나친 것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지면 광고를 실었다. "손님은 신이 아닙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는 굵은 글씨로 표시했다.
광고에는 "최근 몇 년간 사소한 일로 불합리한 클레임을 넣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있다"면서 "회사 잘못으로 사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블랙박스로 확인해 잘못이 없음을 해명해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고객도 많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회사 측은 "(우리 버스는) 아이들의 통학, 어르신의 병원 진료와 쇼핑 등을 위한 지역의 '발'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명을 다 하겠지만, 우리 생각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이이치는 승차료를 안 낸 손님에게 다음 날 수금하러 갔더니 "줄 것 같으냐"면서 되레 호통만 들은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기사의 운전이 거칠지도 않은데 "운전사를 해고하라"는 강요도 있었다고 한다.
한 지역 주민이 이 광고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반향이 커졌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노동자를 향한 괴롭힘이 공분을 사면서 해당 광고를 올린 게시글은 12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전일본교통운수산업노조협의회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일본 운수업 종사자 2만 명 중 46.6%가 고객에게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본 후생 노동성에 따르면 '카스하라'가 심해지면 범죄에 해당하는 사례도 있다.
책상을 폭력적으로 두드리며 큰 소리로 요구하는 행위는 위력업무 방해죄, "무릎 꿇어라" 등 과도한 사과를 요구하면 강요죄, 인터넷상에 악평을 퍼뜨리거나 성의를 보이라고 다그치면 공갈죄에 해당한다. 이런 카스하라를 견디다 못해 심신이 피폐해져 일을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케우치 히로미(池内裕美) 간사이대 교수는 닛테레에 "SNS 등에서 다른 이들이 (기업체를 상대로) 올리는 사소한 불만을 자주 보게 되면서 고객들이 기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범위가 넓어진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체 차원에서 어떤 행위가 카스하라인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직원 보호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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