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으로 한 끼 해결"…구내식당 안 '미니 편의점' 뭐길래

최선을 2023. 4.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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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기업 내 간편식 코너 ‘스낵픽’에서 직원들이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CJ프레시웨이


서울 마포구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28)씨는 최근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구내식당에서 자주 점심을 해결한다. 외부 식당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고, 빨리 식사한 뒤 휴식 시간을 갖기도 쉬워서다. 특히 일주일에 한두 번은 간편식 코너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 해 ‘혼밥’의 여유를 즐긴다. 정씨는 “회사 내 간편식 코너에서 샐러드와 단백질 음료를 사면 약 30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며 “편의점에서 같은 제품을 사 먹을 때와 비교하면 절반밖에 안 되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급식업계가 ‘탈 식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단체 급식이 구내식당에서 식판에 음식을 받아 식사하는 형태였다면, 이젠 간단한 혼밥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춰 간편식 코너를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하는 간편식 코너 ‘피키피커스’. 사진 삼성웰스토리

코로나19 끝나도 간편식 ‘인기’


9일 급식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등장한 구내식당 내 간편식 코너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본격화한 후에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의 간편식 코너 브랜드 ‘스낵픽’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0% 늘었고, 점포 수도 4배 이상 늘었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무인 매대 ‘헬로잇박스’는 지난 2월 점포 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해 35% 증가했다. 풀무원의 ‘출출박스’ 매출은 2019년 5월 도입 후 3년간 연평균 350%의 성장률을 보인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퇴근길에 샐러드 구매하기도”


간편식 코너는 주로 대형 구내식당 내부 또는 라운지 공간에서 운영한다. 자판기, 무인 매대 등 형태는 다양하다. 샌드위치, 샐러드, 도시락, 1인용 피자, 건강 주스, 단백질 음료, 아이스크림 등 식사부터 간식류까지 모두 판매해 ‘미니 편의점’ 수준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출출박스 초기에는 음료·과일 등 간식을 중심으로 운영했으나 지금은 도시락·샐러드 등 한 끼 식사부터 당뇨케어식·체중 조절식 같은 맞춤형 식단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내식당이 주목 받는 가운데 간편식 코너 이용률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직원 복지를 위한 서비스라 기업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하고, 직원들은 외부보다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요즘에는 퇴근길에 간편식 코너에 들러 저녁 식사용 샐러드를 구매하고 헬스장으로 향하는 젊은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간편식 코너 ‘헬로잇박스’. 사진 아워홈

대학병원·IT기업서 수요 높아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지난해 테이크아웃 제품 이용 비중이 약 30%였는데, 젊은 직장인이 많은 주요 오피스 구내식당의 경우 테이크아웃 비중이 40%를 넘길 정도로 간편식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이나 IT기업 등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업종에서도 간편식 수요가 높은 편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대학병원은 구내식당 운영 시간 외 근무자나 환자 보호자의 무인 매대 이용이 많아 향후 대학병원 간편식 코너 도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마련된 풀무원의 간편식 코너 ‘출출박스’. 사진 풀무원


앞으로는 시간·장소와 관계없이 식사할 수 있는 ‘미래형 급식’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미 간편식 코너는 기업들이 급식 업체를 선정할 때 꼭 넣어줬으면 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식사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이 다변화하면서 급식 서비스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기획력이 중요해졌다”며 “소비자 개개인이 원하는 형태로 식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량이 미래 급식 사업의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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