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손흥민답게 끝냈다…아시아 최초 EPL 100호골 금자탑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31·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인 통산 100호골 고지에 올랐다. 지난 2015년 리그 데뷔 이후 7년 7개월 만에 이룬 경사다.
손흥민은 8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이턴과의 2022~23시즌 EPL 30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10분 득점포를 터뜨리며 토트넘의 선제골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정규리그 7호골이자 컵 대회를 포함한 시즌 11호골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선제골과 후반 34분에 터진 해리 케인의 추가골을 묶어 2-1로 이겼다.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한 토트넘은 시즌 승점 53점이 돼 4위 뉴캐슬과 승점이 같은 5위를 유지했다.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 마지노선인 4위 싸움의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손흥민의 득점은 가장 손흥민답게 완성했다. 팬들이 이른바 ‘손흥민 존’이라 부르는 상대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볼을 잡은 뒤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상대 골대 오른쪽 구석을 꿰뚫었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레버쿠젠(독일)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으며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몸담았다. 데뷔골은 두 번째 출전 경기였던 2015년 9월20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넣었다. 이후 260번째 정규리그 경기에서 통산 100번째 골을 신고했다. 햇수로는 7년6개월26일, 날짜로는 2757일 만이다.
지난 1992년 출범한 EPL에서 통산 100골 고지에 오른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총 34명 뿐이다. 잉글랜드 국적이 아닌 선수로는 14번째,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역대 최초다. 100호골을 신고한 손흥민은 통산 득점 부문에서 매튜 르티시에와 동률을 이루며 공동 33위가 됐다.
손흥민이 남은 일정에서 3골을 보태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3골)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 32위에 오른다. 통산 득점 역대 1위는 앨런 시어러(260골)이며, 웨인 루니(208골)와 해리 케인(206골)이 최다골 1~3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100호골에 이르는 과정 또한 각종 신기록으로 가득하다. 지난 시즌 23골을 터뜨리며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오른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전 감독이 1985~86시즌에 레버쿠젠(독일)에서 세운 한국 선수 유럽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골(17골)을 뛰어넘었다. 아울러 이란의 알리레자 자한바크시가 갖고 있던 아시아 선수 유럽리그 1부리그 한 시즌 최다골(21골) 기록도 다시 썼다.
100개의 골이 모두 한국 축구의 소중한 역사지만, 그중 최고의 한 골은 단연 지난 2019년 12월 번리전에서 성공시킨 79m 드리블 골이다. 당시 자기 진영에서 볼을 잡아 드리블을 시작한 손흥민은 상대 선수 6명을 잇달아 제친 뒤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이 득점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 해 최고의 득점에 주는 푸슈카쉬상을 품에 안았다. 손흥민은 100골 중 오른발로 55골, 왼발로 41골을 넣었고, 머리로 4골을 추가했다. 필드골이 99골에 이르고 페널티킥 득점은 단 1골로, 득점 순도 또한 높다.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10골을 터뜨려 가장 많은 득점포를 기록했고, 레스터 시티(9골), 크리스털 팰리스(7골)를 상대로도 많은 골을 넣었다.
득점 직후 손흥민이 특유의 사진 찍기 세리머니 대신 하늘을 가리킨 이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영국 방송사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오래 꿈꿔왔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00골을 넣는다는 건 엄청난 경험”이라면서 “지난 몇 주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최근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마음을 가다듬기가) 쉽지 않았다. 내 골을 할아버지께 바친다”고 말했다.
이어 “내 경기를 지켜보며 모든 아시아 선수들, 특히나 한국 선수들이 ‘나도 할 수 있다’고 믿길 바란다”면서 “어린 선수들을 돕는 것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아시아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미 있는 득점포를 터뜨린 손흥민의 활약에 대해 영국 현지 언론도 높이 평가했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팀 동료 해리 케인과 더불어 팀 내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8점을 매겼다. “전매특허 슈팅으로 통산 100호골을 넣었고, 후반 34분에는 팀 동료 호이비에르에게 보낸 패스로 (케인의) 결승골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곁들였다.
풋볼 런던 또한 손흥민에게 팀 내 최고 점수인 8점을 부여하며 “자기 포지션인 왼쪽 측면 뿐만 아니라 오른쪽에서도 활발히 움직이며 공격과 수비 모두에 부지런히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값진 기록을 세운 것에 대한 축하 인사도 쏟아졌다. 손흥민이 통산 100호골을 터뜨린 직후 EPL 사무국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한글로 “축하합니다. 손흥민 선수!”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소속팀 토트넘도 SNS 계정으로 손흥민의 통산 100호골 달성 소식을 알리며 “축하해 쏘니”라고 적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녀 친구 성착취한 할아버지, 징역 18년→무죄 뒤집은 카톡 | 중앙일보
- 5일간 물 120톤 펑펑 쓰고 출국…中커플 묵은 숙소 CCTV보니 | 중앙일보
- 누가 그녀를 끌어내렸나…‘코로나 암흑’ 갇힌 박성현 | 중앙일보
- "연예인도 아니고"…노무현 사진사가 비판한 김건희 여사 사진 보니 | 중앙일보
- "손님은 신이 아닙니다"…日 버스회사 통쾌한 반격 | 중앙일보
- '323억 슈퍼리치' MBTI 1위는 ESTJ…가장 많은 직업은 | 중앙일보
- 김연경 승리 거머쥐기 전, 경기장 흥 돋군 '따로국밥' 노래 정체 | 중앙일보
- "뱃살인 줄" 1년내내 생리하던 여성, 몸속엔 47㎏ 종양 있었다 | 중앙일보
- "뇌물 주고 입대하기도"…러 전폭기 격추한 우크라 영웅 정체 [이철재의 밀담] | 중앙일보
- 김혜수·김희애 사라졌다…명품 버블 꺾이자 '머·트·발' 곡소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