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김동연의 자세

최경준 2023. 4. 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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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정 최우선 과제 '도민 안전' 강조... 김 지사 "가족 잃었던 아픔 겪은 사람으로서..."

[최경준 기자]

 8일 안산 4.16 가족협의회와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추모시설 건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 트위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태원 10.29 참사 유가족과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잇달아 만나 위로하고, 경기도정의 최우선 과제가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8일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두고 4.16 가족협의회와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앞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0·29 진실버스'가 지난 5일 수원시를 방문하자, 김 지사는 현장을 찾아가 "공직자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유족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와 관련 김동연 지사는 지난 7일 실·국장 회의에서 "성남 교량 붕괴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있는데 강조하고 싶은 첫 번째는 도민의 안전"이라면서 "도민들은 사고 대처도 관심 있게 보시겠지만 사고 자체에 대해서 불안감을 가지실 것이다.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경기도정에서) 첫 번째로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그 어떤 시효도 성역도 없다"

김동연 지사는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일주일여 앞둔 8일 오전 4.16 가족협의회와 4.16 민주시민교육원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찾았다. 김 지사는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한편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시설 건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방문 직후 SNS를 통해 "언젠가 만날 그리운 가족을 위해 기운 내시고 씩씩하게 사시도록 유가족들께 위로를 드렸다"며 "우리 1,400만 경기도민 모두 별이 된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 영원히 기억될 추모시설 건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8일 안산 4.16 가족협의회와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추모시설 건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 트위터
 
4.16 기억교실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사용하던 교실, 교무실 등을 그대로 재현해 원형을 복원한 곳이다. 참사 당시 교실·교무실에 있던 책상, 의자, 261명의 희생자 개인 기록물 등으로 이뤄져 있다. 김동연 지사는 그중 한 희생자의 책상에 앉아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 지사는 세월호 공식 추모일인 16일 해외에 체류할 예정이어서 출국 전에 4.16 기억교실 등을 방문했다. 김 지사는 해외 투자유치와 청년 기회 확대 등을 위해 9일부터 19일까지 9박 11일간 미국과 일본의 주요 도시를 방문한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8주기에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언급하며 유가족에게 위로를 건넸다. 김 지사 본인도 지난 2013년 10월 급성 백혈병으로 2년여 동안 투병하던 장남을 떠나보냈다.

김 지사는 당시 SNS에 올린 글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그 어떤 시효도 성역도 없다. 설령 진실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우리 기억은 항상 그분들과 함께해야 한다"면서 "진실을 명확히 밝히고, 더 이상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길에 항상 앞자리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참사 예방 및 사고 대처·수습 시스템 작동해야"

김동연 지사에게는 이태원 참사 역시 남 일 같지 않다. 희생자 대부분이 고인이 된 김 지사의 장남과 비슷한 연령층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수원 경기도청사에 '이태원 참사 경기도 합동분향소'를 마련한 이후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조문을 하며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공직자로서 책임감을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5일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0·29 진실버스'의 수원시 행사장을 방문, "공직자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유족들을 끌어안았다.
ⓒ 김동연페이스북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5일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0·29 진실버스'의 수원시 행사장을 방문해 지켜보고 있다.
ⓒ 김동연페이스북
 
김 지사는 당시 "도민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면서 정말 부끄러운 마음을 다시 한번 크게 갖게 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혹시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대처하고 수습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제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5일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전국을 순회하던 '10·29 진실버스'가 이태원으로 가는 마지막 길에 수원을 들른다는 소식을 듣고, 조용히 행사장을 방문했다. 김 지사는 모든 행사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유족들의 손을 차례로 잡으면서 "공직자로서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 "경기도민도 마흔 분이 희생됐다",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위로했다.

김 지사는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린 자녀들을 보낸 부모 심정이 어떻겠느냐.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던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서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특히 "정부나 관계 당국에서는 제대로 된 사과와 진상규명, 책임을 지는 조치를 하지 않아 몹시 안타깝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한 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피해자 또는 희생자 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첫걸음"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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