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만들었다, 유가족다움이라는 틀 깨고 싶어서"

김종훈 2023. 4. 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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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세월호 9주기 앞두고 개봉한 영화 <장기자랑> 배우 '영만엄마' 이미경씨

[김종훈 기자]

 영화 '장기자랑' 스틸. 영만엄마이자 연극인 이미경씨.
ⓒ 영화사 진진
 
단원고 2학년 6반 고 이영만군 엄마이자 이제는 '연극인'으로도 불리는 이미경씨는 세월호 엄마들과 함께 아이들이 선보이지 못했던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온전히 마무리 짓는다. 스스로 '유가족다움'을 깨부수고 나왔다는 그는 "영화 자체로 너무너무 유쾌하고 재밌다"고 자랑했다. 

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씨는 "세월호라고 하면 아프고 슬프고 투쟁하는, 조금은 뻔할 거라 생각하는데 '장기자랑'은 그 개념을 완전히 깨부수는 영화"라며 "아픔을 가진 세월호 가족들도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게 욕심도 있고, 시기도 하고, 질투도 하는 모든 감정들을 갖고 살아간다는 걸 보여준다. 유가족다움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이 틀을 내가 먼저 깨부수는 모습을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엄마들로 구성된 극단 노란리본이 영화와 동명의 연극인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공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 등을 순차적으로 담고 있다.

특히 주인공 배역을 놓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영만 엄마 이미경씨를 비롯해 엄마들이 욕심을 내고 갈등을 빚는, 이로 인해 극단이 해체될 위기에 몰리는 모습까지 그려낸다. 물론 영화 속 일곱 엄마는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선보일 장기자랑을 2014년 현실과는 다르게 온전히 마무리 짓는다.

아래는 '영만엄마'이자 연극인 이미경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장기자랑, 세월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깨부수는 영화"
 
 영화 '장기자랑' 스틸.
ⓒ 영화사 진진
 
- 서울 광화문의 한 극장에서 1회 차로 영화를 보고 왔다.

"재밌지 않나? 너무너무 잘 만든 영화라서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러지 않고 있다. 아쉽다. 영화가 상영하는 곳도 많지 않고, 상영 시간도 다소 애매해서 걱정도 크다."

- 그럼에도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관객들이 웃으면서 박수를 치더라. 

"더 아쉬운 이유다. 유명한 영화 평론가분이 그러더라. 영화 <장기자랑>,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깨는 잘 만든 영화라고. 그럴 것이 우리가 보통 세월호 하면 떠오르는 아프고 슬픈, 그러면서도 투쟁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깨부순다. 슬픔과 아픔이 있는 세월호 유족들도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게 질투와 시기, 욕심 등의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간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런 장면이 밉지 않게, 조금은 유치할 수도 있지만 유쾌하고 재밌게 표현됐다."

- 말만 들어도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진다.

"그렇다. 기존 세월호 영화에서 느꼈던 감정 때문에 영화를 못 보겠다는 분들이 있다. 티켓만 사고 영화는 보지 않았다며 인증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는 분들도 있다. 9주기를 앞둔 이 시점에, 영화가 잘 돼서 세월호를 더 오래 기억하고 진짜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봐서 새로운 개념으로 세월호와 아이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다."

- 세월호 이미지가 솔직히 유쾌, 재미, 즐거움의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9주기까지 오는 동안 지친 분들이 많을 거다. 10.29 참사까지 터지면서 슬픔이나 아픔에 젖다 보니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분들도 있을 거다. 참사를 아프고 슬프게만 기억하기는 솔직히 힘들고 버겁다. 나도 그렇다. 무엇보다 내 경우엔 죽을 때까지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유가족다움'이라는 틀을 깨지 않으면 일생을 그 틀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무겁지 않게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준다." 

영만 엄마, '연극인 이미경'부터 '이영만 연극상' 제정까지
 
 영화 '장기자랑' 스틸.
ⓒ 영화사 진진
 
- '유가족다움의 틀'을 깨야겠다는 생각은 연극을 하면서 생긴 것인가?

"연극을 하면서 힘이 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엄마들과 하는 공연 이외에 대학로에서 개인공연도 두 번 했다. 개인 공연을 하면서 꿈을 찾게 되고 욕심이 생기고 여러 사람들에게서 힘을 많이 받았다. 덕분에 국립극단에서도 하는 공연에 캐스팅돼 <초록빛 목소리>라는 작품에서 전문 배우들과 함께 공연도 했다." 

- 배우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과정에서 아들의 이름을 딴 '이영만 연극상'도 제정돼 지난 2월 시상식이 진행됐다. 

"내가 욕심이 많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많다. 아이를 보내고 처음에는 울분과 분노, 세상에 대한 원망이 더 많았지만 어느 순간 주변에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힘을 주고 지켜봐 주더라.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이름을 딴 '이영만 연극상'을 제정한 이유다. 연극 무대에 서다 보니 어려운 환경에서도 연극을 하는 친구들을 봤다. 이런 상이 그 친구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2월 19일 열린 제1회 이영만 연극상에서는 연극 <2014년 생>이 작품상을 받았다. 이영만 연극상 시상식은 이군의 생일인 2월 19일에 매년 열릴 예정이다.

- 따져보면 영화 <장기자랑>부터 연극인 이미경, 이영만 연극상 등 모두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행동의 결과다.

"그렇다. 이제는 엄마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내 아이를 기억하는 방법이 다르다. 누군가는 투쟁의 방식으로 하고 있고, 나는 연극을 통해 하고 있다. 흔히 하는 말처럼 싸움도 즐기면서 해야지 지치지 않는다. 영화 <장기자랑> 역시 마찬가지다."

이씨는 이날 통화 말미 "영화 <장기자랑>은 아프거나 슬프지 않은, 유쾌하고 발랄한 영화라는 걸 다시 한 번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눈물을 보이는 건 영화가 슬퍼서라기보다는 각자의 마음에 자리한 4.16에 대한 기억이 영화에 등장하는 엄마들을 통해 안쓰럽고 짠한 추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장기자랑>은 8일 기준 네티즌 평점 (네이버 기준) 9.20이라는 고점에도 8일 기준 누적관객수 2600여 명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씨는 "좀 더 많은 관객이 봤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러지 않고 있다"며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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