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조문객, 문소리의 추도...국가 대신 딸 지킨 사람들 [이태원참사_희생자]

[토요일 오후 6시 34분] 스타일리스트 꿈꾸며 열정 불태웠던 청년, 안지호

10월 29일 토요일 오후 6시 34분 경찰에 첫 신고가 들어왔다. 공권력이 제대로 대응만 했다면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34분 이태원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편집자말>

[소중한, 권우성 기자]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안지호씨. ⓒ 유족 제공

고 안지호(2001년생)씨의 장례식장. 간신히 딸의 빈소를 지키던 엄마의 눈에 한 청년이 들어왔다.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그는 누구보다 슬픈 눈으로 영정을 바라봤다. 애써 기억을 더듬었지만 엄마는 그가 누군지 알아챌 수 없었다.

엄마에게 다가온 청년은 "제가 따님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살리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엄마는 딸의 유류품에 섞여 있던 낯선 재킷을 떠올렸다. 얼마나 급했는지 귀중품까지 그대로 담겨 있던 그 재킷은 차디찬 이태원 길에 누워 있던 지호씨에게 그나마 온기를 전한 물건이었다.

재킷의 주인인 청년은 장례식장에 대추차를 들고 왔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꼭 전하라'고 당부했다며 예쁜 통에 담긴 대추차를 지호씨 가족에게 건넸다. 딸이 떠난 뒤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엄마는 "너무도 따뜻했던" 그 대추차만큼은 마실 수 있었다.

지난달 25일 오전 지호씨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의 한 묘역에서 엄마 유하임(56)씨와 아빠 안창준(60)씨를 만났다.
 

▲ 딸 만나러 가는 길 고 안지호씨 아버지, 어머니가 경기도 구리시립묘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딸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권우성

 
멈춰버린 국가, 여전히 지호씨는 '이름 없는 여성'

빈소를 찾은 청년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겪은 일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오후 11시 정도부터 약 30분 간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후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구급대원에 의해 지호씨가 옮겨졌다'면서 '쫓아가보니 문 닫은 편의점의 여러 시신들 사이에 지호씨가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함께 이태원을 찾았던 단짝 친구 또한 지호씨의 그날 행적을 기억하고 있다. 오후 9시 30분 청구역에서 만나 이태원역으로 이동한 두 사람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자신들 또한 인파에 휩쓸리고 말았다. 나중에 찾은 지호씨의 휴대폰엔 오후 9시 57분까지 찍은 인파 사진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까지 지호씨 손을 꼭 붙잡고 있던 친구는 어느 순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는 지호씨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얼마 후 친구는 외국인들의 심폐소생술로 깨어났지만 더 이상 지호씨를 만날 수 없었다. 이때가 오후 10시 30분이었다. 지금도 친구는 지호씨 묘를 찾아 "보고 싶다"는 편지를 남기고 있다.

두 사람의 증언에도 지호씨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30분'은 여전히 백지로 남아 있다. 친구가 기억하는 오후 10시 30분과 심폐소생술을 한 청년이 기억하는 오후 11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국가는 그 30분, 아니 그 중 단 1분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지금껏 유족이 받아 든 문건은 당시 작성된 '구급활동일지'가 전부다. 참사 3개월 뒤 행정안전부의 안내에 따라 발급받은 이 일지엔 "이름 : 무명녀(無名女), 나이 : 30세, 이태원 재난 현장 압사 추정 사망자"라는 허망한 문구만 남아 있었다. 엄마는 딸이 목숨을 잃었을 때만큼이나 이 일지를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참사 후 5개월이 지난 현재도 정부의 발걸음은 이 일지에 멈춰있다.
 

▲ 이태원참사 희생자 고 안지호의 묘. (경기도 구리시립묘지) ⓒ 권우성

▲ 고 안지호씨 묘에 도착한 부모님이 묘비를 닦고 준비한 음식을 꺼내고 있다. ⓒ 권우성

   
묘비명

"나 보러 올 땐 웃어줘."

지호씨가 생전 친구와 주고받았던 메모엔 이 같은 희망 묘비명이 적혀 있었다. 한참 뒤에 쓰여야 했을 이 문구는 너무도 빨리 묘비에 새겨지고 말았다.

딸이 남긴 말처럼 웃어야 하건만 묘비 앞에 선 엄마·아빠의 눈엔 자꾸 눈물이 고였다. 말없이 꽃과 과일을 내려놓은 부부는 눈물과 함께 연신 묘비에 쌓인 먼지를 닦아냈다.

지호씨는 스타일리스트를 꿈꾼 열정 넘치는 대학생이었다. 어릴 적부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히 알고,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다하던 아이"였던 지호씨는 패션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그는 학창시절 예체능계 소속이 아님에도 열심히 노력해 서울 소재 대학의 의류학과에 들어갔고 막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참이었다.

"5살 때부터 문화센터에서 벨리댄스를 배웠는데 세계대회에 나가 센터를 차지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어요. 대회에서 지호가 속한 팀이 대상을 받기도 했죠. 근데 또 본인이 추고 싶을 때 외엔 절대 춤을 추지 않았어요. 집에 손님이 와서 '춤 한 번 보여 달라'고 해도 꼼짝하지 않았죠.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땐 시험 점수를 너무 잘 받아와 저를 놀라게 했어요. 물론 고등학교에 가선 중학교 때 놀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긴 했지만요. 고등학생 땐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봉사활동을 해온 지호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줄넘기 대회에도 열심히 출전했는데 고3 땐 후배들을 이끌며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지호는 무엇이든 가족과 함께하는 걸 좋아했어요. 엄마인 저와는 친구처럼 지내며 이태원, 인사동, 한남동, 홍대 등을 자주 다녔고 특히 미술관을 좋아했죠. 그래서인지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에 입학해서도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1학년 때 어느 선배가 '패션정보를 잘 수집한다'며 지호에게 정기적으로 일을 부탁할 정도였어요. 2학년까지 마치고선 현장을 경험하고 싶다며 휴학을 했는데 문소리씨를 만난 것도 이때였어요."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안지호씨. ⓒ 유족 제공

 
문소리 배우는 참사 한 달 뒤 열린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자신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한 지호씨를 떠올리며 추모의 말을 남겼다.

"늘 무거운 옷가방 들고 다니면서 나랑 일해 준 안지호. 지호야 너무 고마워, 사랑해. 이런 자리에서 네 이름 한 번 못 불러준 게 굉장히 마음 아팠어. 네가 얼마 전 10월 29일 숨 못 쉬고 하늘나라로 간 게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너를 위한 애도는 이게 마지막이 아니야. 진상규명 되고, 책임자 처벌 되고, 그 이후에 더욱 진짜 애도를 할게. 지호야 사랑해."

앞서 문소리 배우는 지호씨 빈소를 찾아 애도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호씨가 일하며 인연을 맺었던 이들, 특히 지방 촬영 중이던 스태프들까지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조문을 다녀갔다.

엄마는 "지호를 예뻐해 주고, 기억해 주고, 용기를 내 언급해 줘 너무도 감사했다"며 시상식에서 딸의 이름이 불렸을 때를 떠올렸다. 엄마는 당시 문소리 배우를 되레 비난하는 이들, 특히 몇몇 기자에게 "내 딸의 행적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내용의 항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지호씨 빈소는 친구들로도 가득 찼다. 엄마는 친구들에게 들은 딸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다. 아빠 또한 멀리서 찾아온 친구가 딸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한 번 안아드려도 될까요"라고 말하던 때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21년밖에 살지 않은 아이의 장례식에 어쩜 그렇게 많은 친구가 왔는지요. '외로울 때 고민을 들어주던 친구. 아이들이 비웃고 놀릴 때 내 편을 들어준 친구. 아무도 자기와 이야기해주지 않을 때 나를 끄집어내 준 친구.' 지호는 친구들에게 그런 존재였더라고요. 우리 딸이 친구들에게 많은 걸 나누고 살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아팠어요."

하나하나 지워가던 병원 이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안지호씨와 어머니·아버지 유하임·안창준씨. ⓒ 유족 제공

 
참사 당일 낮 지호씨 가족은 다 같이 외출에 나섰다. 환갑을 앞둔 아빠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즐겁게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 아빠는 야간근무, 오빠는 약속 때문에 집을 나섰다. 지호씨 또한 몇 년 전부터 고대했던 핼러윈 축제에 가기 위해 외출 준비에 나섰다. 엄마는 거울을 보며 연신 옷을 갈아입던 딸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자정께 집에 있던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지호씨 오빠였다. 오빠는 "엄마, 지호한테 연락 온 거 없어?"라고 물은 뒤 금방 전화를 끊었다. 1시간 30분 후 다시 걸려 온 전화에서 오빠는 "엄마, 지호가 연락이 안 되는데 (이태원 상황이) 좀 심각하나 봐"라고 전했다.

실종신고를 한 엄마는 딸의 옷차림을 떠올리며 그 옷을 입은 딸 사진을 연신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딸을 찾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자꾸 흘러갔다.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엄마는 급히 퇴근한 아빠와 함께 이태원으로 향했다. 부부는 구급차가 연신 오가는 원효로다목적체육관 앞에 도착했다. 미리 도착해 있던 지호씨 오빠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분명 지호씨가 그곳으로 이송됐을 텐데 가족 모두 통제 때문에 체육관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체육관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가족은 우선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10분 간격으로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안내 멘트가 이어졌는데 어느 순간 신호가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용산경찰서 형사과"라고 소속을 밝힌 그는 지호씨 휴대폰이 "분실물로 습득됐다"고 전했다. 휴대전화 상태를 묻는 질문에 경찰이 "멀쩡하다"고 답하자 아빠는 내심 기대를 품었다.

가족은 계속 TV를 주시했다. 사상자들이 옮겨졌다는 병원을 하나하나 받아 적어 아빠·엄마·오빠가 분주히 전화를 돌렸다.

"◯◯병원인가요? 제 딸이 이태원에 갔다 실종됐는데요."
"영안실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네 여보세요. 영안실이죠? 거기 시신이 들어왔나요?"
"네 들어왔는데요. 성함이 어떻게 되죠?"

"안지호입니다."
"그 이름은 없습니다."

이런 통화의 반복이었다. "없습니다"는 답변을 듣고 병원 이름 하나하나를 지울 때마다 가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다음 병원에 전화를 걸 때마다 그들의 가슴은 다시 까맣게 타들어 갔다.

꽤 많은 병원 이름에 가로줄이 그어지고, 그래서 지호씨 가족이 희망을 떠올릴 때 즈음 일산동국대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딸의 시신을 확인하라는 연락이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아닐 거야"란 말을 수없이 반복했던 엄마였지만 영안실에 들어섰을 때 단번에 딸을 알아보고 말았다.
 

▲ 딸의 묘비앞에 앉은 어머니. ⓒ 권우성

 
'아미' 딸이 들려줬던 BTS 노래

대학 졸업을 앞뒀던 지호씨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졸업 작품을 만드는 것에도,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것에도 열정과 기대를 품은 청년이었다. 휴학 후 1년 동안 현장을 경험한 것도, 이후 LA·보스톤·뉴욕으로 교환학생 및 여행을 다녀온 것도 지호씨에겐 큰 자산이 됐다.

엄마는 참사 전 약 1년 동안 딸의 '운전기사'가 돼 주었다. 졸업 작품 준비를 앞둔 딸이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해달라고 요청하자, 엄마는 "아직은 옆에 두고 보고 싶어" 등굣길 운전을 자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꿈의 시간이었던" 그 1년을 떠올리며 엄마는 눈물을 훔쳤다.

"어느 날은 제가 '택시비를 내라'고 했어요. 딸이 '무슨 택시비를 내?'라고 그러기에 '옆에서 수다를 떨라'고 했죠. 지호의 수다가 차비였어요. 차 안에서 지호가 틀어주던 BTS 노래도 떠올라요. 제가 아이돌도 하나도 모르고 기억력도 나쁜데 BTS만큼은 알아요. 지호가 아미(ARMY, BTS 팬클럽)였거든요. 집 컴퓨터가 느리다며 PC방에 가 콘서트도 예매하던 아이였어요."

엄마는 딸과 다녔던 길, 딸이 들려준 노래뿐만 아니라 "순간순간 어디를 가든 지호와 함께 했던 기억이 튀어나온다"고 토로했다. 딸과 옷도 나눠 입었던 엄마는 지호씨 방을 정리하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엄마는 "우리만 그럴까요?"라고 되물었다.

"모든 유족이 그럴 겁니다. 그런 유족들이 추운 겨울 거리에서, 지금은 서울광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며 기억해달라고 호소합니다. 그냥 있어도 힘든 가족들을 빨리 집으로 보내주십시오. 한날한시에 떠난 아이들이 다 같이 모일 공간 하나 마련해주지 못합니까? 잘못한 이들의 사과가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이 확실한 결과에 책임자들은 사과조차 하지 못합니까? 정부와 공무원들의 순간적·지속적 나태함의 결과가 너무 처참하지 않습니까?

국가의 잘못으로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아무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국회 국정조사를 진행했지만 진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경찰 특수본 수사도 '꼬리 자르기'에 그쳤습니다. 때문에 특별법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각계 전문가와 유족이 참여하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 활동이 진행돼야 합니다."

엄마·아빠는 딸이 대학 수업 중 과제로 썼다는 유서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다들 이기적으로 남은 인생 즐기고 나 보러 와. 기다리고 있을게. 어떤 재밌는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줘." 지호씨 친구가 해당 수업의 교수에게 부탁해 받은 유서의 마지막 문구다. 엄마는 "우리 딸은 항상 저의 삶을 응원해줬다"며 "지호는 남겨진 가족들이 삶을 버리지 않고 행복을 누리길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호야! 안전한 곳에서 잘 지내고 있지? 엄마·아빠·오빠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우리 걱정하지 말고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 사랑 다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우리가 너 보고 싶고 궁금해서 연락해도 신경 쓰지 마. 연락 안 해도 돼. 잘 지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을게. 그래도 가끔은 꿈에 나타나 주길 바란다. 잘 지내라 지호야! 사랑한다 지호야! 안녕."
  

▲ 고 안지호씨 친구들이 두고 간 선물들이 묘비 옆 박스에 잘 정리되어 담겨 있다. ⓒ 권우성

 
<지호씨 친구들의 편지>

지호씨 묘 옆엔 큰 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친구들은 지호씨 선물을 이 상자에 두거나 상자 속 노트에 하고 싶은 말과 그림을 남기고 간다. 아래는 친구들이 남긴 편지 중 일부다.

안녕. 일주일만이다 죠(지호)야. 오늘 한파래. 너 춥겠다. 추위도 많이 타던 녀석이. 그리고 안지호 너! 어제 TV 봤어? 나 놀래 자빠졌잖아! 무려 청룡영화제에 네 이름이! 나 50번은 본 것 같아. 너무 멋있어 안지호. 나도 노력할게. 더 이상 무서워 말고 편히 숨 쉴 수 있게 더 좋은 세상이 되었을 때 마음 편히 애도할게. 언제나 사랑해!

지호야 나 종강했어. 이제 나 시간 짱 많아. 시간이 많아질수록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지금까지 일부러 바쁘게 살았는데 시간이 조금 비자마자 네 생각이 너무 나더라. 어젠 눈이 진짜 많이 왔어.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일 정도? 눈 오는 날 우리 공식 스케줄이던 눈사람 만들기 내가 해냈다! 근데 지호야. 여기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발이 너무 시리다. 다음에 올 땐 수면양말 챙겨 오마! 요즘 왜 이렇게 네가 보고 싶을까? 꿈에 한 번만 더 나와 줘. 그때 나왔던 게 마지막 인사 같긴 했는데 그래도 한 번만 더 나와 줘!

지호야 늦게 와서 미안하다. 여기 오니까 다른 사람들이 네게 준 사랑의 흔적들이 보여서 좋다. 다 네가 좋은 사람이란 증거겠지. 항상 행복해 지호야.

지호야 나 왔다. 아침마다 당연하게 시간만 정하고 만나던 네가 없으니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보고 싶어 안지호.
 

▲ 고 안지호씨 생일을 축하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메모장에 그려져 있다. ⓒ 권우성

 
메리 크리스마스 안죠! 오늘은 저번에 가져오기로 약속한 수면양말을 가져왔는데, 귀여운 산타 주머니도 같이 가져왔다. 네가 좀 킹받아 할 것 같긴 한데 그냥 받아. 거절은 거절한다. 나 오늘은 네가 아주 흥미로워 할 이야기 가져왔어. 꿈에 놀러 오면 말해줌. 궁금하지? 봄이 오면 개나리를 사 올까 해. 봄이니까. 다음에 또 재미난 이야기 들고 오마. 잘 지내고 있어!

오늘은 네가 처음으로 참 미웠다. 그날 내 기억, 내 마음은 어쩌고 이제 네 앞에서 울지도 못하게 하냐. 헤어 나오는 길이 있긴 한 거냐. 도와주라. 하여간 내일 또 보자. 잘 있어.

네 최애곡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어쩌구 들려주고 간다. 잠옷도 내키진 않겠지만 나와 커플이야. 따뜻하게 있어. 또 올게.

지호야. △△이 운다. 어쩔 거냐. 책임져라.

안녕 지호야. 벌써 네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세 달이 더 지났어. 넌 내 친구 중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고 닮고 싶은 친구였어. 그래서 그런지 너랑 같이 갔던 곳에 가면 네 생각이 많이 나더라. 항상 네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해줬는데 그것도 고맙고 미안해. 너 보러 와서는 웃어줄게. 또 보자.

안죠~ 오늘은 너의 생일이야. 우리가 오기로 한 날 딱 생일이라니 이건 운명이다 진짜. 이번 겨울 잘 보냈어? 친구들이 많이 왔다가 간 것 같아. 역시 인기쟁이 안지호. 종강하고 애들이랑 다 같이 와서 너무 기분 좋다. 이렇게 네 덕분에 아싸 언니가 방학에도 동기들을 자주 보네. 지호가 없어 빈자리가 꽤 크다. 그래도 남은 한 학기 열심히 다녀서 졸업할게. 패션쇼 영상도 기대해. 우리 잘 지켜보고 있어 줘!

안지호야. 아주 그냥 꽃밭이네 꽃밭이야. 그럴 줄 알고 난 어여쁜 조화 사왔지롱~ 예쁘고 센스 넘치는 꽃은 내가 담당할게. 맘에 들지? 이번 주는 유독 널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더라. 우리 가족도, 친구들도 다! 꽃향기에 어지럽고 케이크에 니글거리는 사랑이 가득한 생일 보냈으리라 믿어. 항상 보고 싶은 지호야. 생일 축하해!

지호야 네 생일에 오고 싶었는데 게으른 나를 용서해줘. 외국에 있어서 너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마음만큼은 널 계속 생각했어. 우리가 잘 지내기도 하고, 사이가 안 좋기도 했었잖아. 내가 너한테 솔직하지 못했던 것, 네가 다 넘기고 마지막에 다가와 준 것 너무 고마워. 넌 강한 아이니까 나와의 안 좋은 기억 다 잊고 잘 지낼 거라 믿어. 내 욕심일까? 항상 기억할게. 사랑해.

지호야 안녕. 여기 다녀가니까 네가 꿈에 나오더라. 생생하게. 더 자주 오라는 뜻인가 보다. 날씨 좋아지니까 더 자주 올게.

우와 오늘은 오는 길이 매우 더웠어. 진짜 봄이야 죠야. 오늘은 오랜만에 □□ 만나서 같이 왔어. 우리 셋이 에버랜드 간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너 이야기 도란도란하다가 갈게. 아, 그리고 어제 우리가 꿈꾸던 드라이브 하고 왔어. 어찌나 네 생각이 나던지. 너무너무 그리웠어, 여전히.

지호야. 잘 지내지? 군대 안에 있을 때 종종 네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휴가 나가면 바로 와야겠다고 다짐하고 바로 왔어.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이해해줄 거지? 잘 지내고 있어. 다음 7월엔 맛있는 거 사가지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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