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축구화 신고 걸그룹 댄스…축구장 4.5만명 들썩였다
8일 오후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과 대구FC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킥오프를 앞두고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가수 임영웅(32)이 하프라인에서 시축을 했다. 경기 포천의 일동초와 포천중 시절 축구선수로 뛰었던 임영웅의 강력한 왼발킥은 페널티 박스까지 날아갔다. 선수 출신다운 킥이었다.
임영웅은 “K리그에 많은 사랑을 부탁 드리고, 서울을 항상 응원하겠다. ‘영웅시대’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건행(건강하고 행복하세요)’”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영웅은 친분이 있는 FC서울의 황의조, 기성용과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임영웅이 뜨자 축구장이 들썩였다. 임영웅을 보기 위해 팬클럽 ‘영웅시대’를 중심으로 일반 팬들도 대거 몰리며 국가대표 A매치를 방불케 했다. 경기장 인근 주차장은 대구 등 지방에서 팬들이 대절해 올라온 대형 버스들로 가득 찼다. 임영웅의 사인 유니폼이 전시된 풋볼팬타지움에서는 40대 이상의 여성팬들이 임영웅의 시그니처인 손을 ‘ㄱ자’를 만드는 ‘건행’ 시그니처 포즈로 셀카를 찍었다.
앞서 지난 3일 입장권 예매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2만장, 30분 후에 2만5000장이 팔렸고, 다음날 3만장을 넘었다. 이날 4만5007명이 경기장을 찾아, 올 시즌 K리그 최다 관중 기록인 울산-전북 개막전(2만8039명)을 가뿐히 넘어섰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프로스포츠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축은 리오넬 메시를 좋아하고 FC서울의 황의조, 기성용과 친분이 있는 임영웅이 먼저 매니저를 통해 FC서울 구단에 연락해 성사됐다. 애초 시축과 경기 관람만 할 예정이었던 임영웅은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하프타임 때 노래 선물을 했다. 임영웅이 “상암 자리에서 뛰어”라고 외치자, 관중석의 팬들은 마치 콘서트장처럼 방방 뛰며 열광했다.
임영웅은 선글라스를 쓰고 걸그룹 아이브의 ‘After LIKE’ 댄스도 췄다. 임영웅은 공연 때 축구화를 신었다. 혹시라도 잔디가 상할까봐 양 팀과 K리그를 배려한 행동으로 보인다. 축구팬들은 유명 가수들이 하프타임쇼를 펼치는 수퍼보울에 빗대 ‘K-수퍼보울이야’라며 뜨거운 열기에 놀라워했다.
앞서 임영웅은 이날 후드티 위에 등번호 12번이 새겨진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시축했다. 서울 구단은 임영웅의 축구 동호회 등번호인 10번 유니폼을 제안했지만, 임영웅이 FC서울 서포터스 ‘수호신’ 상징 번호인 12번이 더 의미가 있다고 해서 변경됐다. 수호신은 시축 때 “임영웅” 이름을 외치는 콜을 했다. 서울 구단은 “네이밍 콜은 서포터스에게 있어 아무에게나 하지 않는 소중한 응원 방식이지만, 임영웅과 팬들이 보여준 서울과 K리그 문화를 존중해준 모습에 감동 받아 콜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수호신은 응원석 1층과 3층에 ‘영웅과 함께라면 수호신과 함께라면’, ‘서울과 함께한 영웅은 수호신이다’고 적힌 특별 걸개 2개를 내걸었다.
임영웅의 당부대로 팬클럽은 드레스 코드로 하늘색을 피했다. ‘영웅시대’와 상대팀 대구FC의 하늘색이 겹치는 걸 감안해 팬들이 축구 팬덤 문화를 따라준 거다. 과거 걸그룹 티아라가 서울 홈경기 공연 때 상대팀 전북의 상징인 녹색 형광색 옷을 입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임영웅 팬들 사이에서는 ‘블루 후드 금지, 응원봉 금지, 임영웅 보겠다고 우르르 자리 이탈 금지’ 등이 공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블석에 앉은 임영웅을 보려고 계단에 멈춰선 일부 팬들이 있었지만 아주 극소수였다. 과거 지방 축구장에서 아이돌 그룹 공연이 끝난 뒤 팬들이 우르르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과 달리, 임영웅 팬들 대부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줬다.
경기 전에 최원권 대구 감독은 “악역 역할을 잘하는 우리 선수들이 잔치집에 재를 뿌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임영웅씨가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님 생각이 난다. 선수들도 많은 팬들이 찾았을 때 자존감이 극에 달해 그라운드에서 발현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임영웅과 친분이 있는 서울 공격수 황의조는 전반 11분 페널티킥으로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트리며 부활을 알렸다. 테이블석에서 경기를 관전한 임영웅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들며 기뻐했다. 서울은 전반 17분 나상호의 추가골, 전반 41분 팔로세비치의 프리킥 추가골을 묶어 3-0으로 승리했다. 축구를 잘 모르는 임영웅 팬들도 축구에 흠뻑 빠질 만한 골 잔치가 펼쳐졌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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