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고발 다큐의 현재③] “표현 자유로운 OTT…제작자 기준 있어야”

박정선 2023. 4. 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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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세상에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100%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는 대한민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24시간을 담았다.

"미국 다큐멘터리를 보면 법정에서 카메라가 피고를 촬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재판장 재량권에 촬영 여부가 달려 있는데 한 번도 촬영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이 부분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논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비판이 반갑고, 충분히 논의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OTT에는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죠. 어떤 표현까지 허용될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없고 지금은 제작자 각자의 보도윤리가 적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윤리라는) '양날의 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죠."'국가수사본부'에서도 배PD의 이 같은 고민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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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사본부’ 연출자 배정훈 SBS PD 인터뷰
“성급한 제작 가이드라인 보다, 케이스 축적해야”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세상에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100%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는 대한민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24시간을 담았다. 지난달 3일 공개 이후 웨이브 신규 유로가입 효과를 견인하며 ‘시청시간 1위’라는 성적을 냈다. 이 프로그램은 SBS 소속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와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연출했던 배정훈 PD의 첫 OTT 연출작이다.


ⓒ웨이브

배PD의 대표작인 ‘그것이 알고 싶다’는 PD가 앵글 안에서 의문을 가지고 탐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면, 이번 ‘국가수사본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거리두기를 철저히 유지한다. 사건의 중심이나 변두리에서 거리감을 바꿔가며 사안을 조망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달리 ‘국가수사본부’는 적절한 거리에서 관찰자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질문으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끝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사건의 끝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요. 보통 TV 파일럿을 완성하는 데는 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번 작품은 1년이 걸려 완성했죠. 다큐 제작자로서 관습적인 선택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론적인 고민을 녹여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6~7명으로 구성된 7개 팀이 길게는 6개월 간 경찰서 인근에 상주하며 촬영을 이어갔다. 실제 수사 과정에 촬영 팀이 따라 붙으면서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40분정도로 편집된 영상을 보고 그런 우려 섞인 이야기를 주시기도 하는데 실제 제작 상황에서는 경찰관의 요청에 의해서든, 피해자 유가족들의 요청에 의해서든, 또 자체적 판단에서든 철수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희만의 가이드라인이 있었고, 그 선을 넘어가느냐 마느냐의 판단이었죠. 방송에선 모든 상황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지만 촬영보다는 수사가 먼저이기 때문에 제외된 상황이 훨씬 많았습니다.”


ⓒ웨이브

새로운 시도와 고민이 담긴 ‘국가수사본부’는 OTT이기에 가능했다. 방송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규제와 여유로운 촬영 환경이 뒷받침 돼 새로운 실험이 가능했던 것이다. 다만 범죄 다큐멘터리에서 관습을 벗어나는 선택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국가수사본부’ 역시 경찰의 피의자 심문 영상을 담아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왔고, 부산 양정동 모녀살인 사건을 다룬 1·2회에서는 피의자 심문 영상으로 대역배우가 연기하는 재연장면을 쓰면서 해당 장면에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비윤리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 다큐멘터리를 보면 법정에서 카메라가 피고를 촬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재판장 재량권에 촬영 여부가 달려 있는데 한 번도 촬영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이 부분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논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비판이 반갑고, 충분히 논의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OTT에는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죠. 어떤 표현까지 허용될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없고 지금은 제작자 각자의 보도윤리가 적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윤리라는) ‘양날의 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죠.”


‘국가수사본부’에서도 배PD의 이 같은 고민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 있다. 혈흔이 나오는 장면에선 색 보정을 통해 붉은 색을 빼고, 증거사진의 의미를 사건의 맥락 속에서 발견되도록 연출한 것들이 그 예다. 배PD는 “이례적으로 제작진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면서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오히려 지상파 방송보다 더 보수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보수적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점은 (OTT의)장점이지만, 그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동시에 경험했죠. 지금 당장 모든 상황을 커버할 수 있는 선명한 가이드라인을 성급하게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케이스들을 잘 축적해 나갈 필요는 있죠. 축적된 결과물들이 곧 논의의 밑천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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