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동료, 전도연이 본 전도연 [전도연을 말하다]

이은호 2023. 4. 8. 14: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전도연. 넷플릭스

영화나라 흥행공주, 칸의 여왕, 눈물의 여왕, 멜로퀸…. 배우 전도연을 가리키는 별칭들이다. 1990년 광고 모델로 데뷔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약해온 대배우는 “과대평가하는 사람조차 과소평가하는 영역이 있는 배우”(변영주 감독), “전도연이 없었으면 한국 영화 어쩔 뻔했느냐”(봉준호 감독)고 평가받는다. tvN ‘일타 스캔들’에 이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도 흥행시키며 30년 넘게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그를, 주변에선 어떤 배우로 정의할까. ‘길복순’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 세 작품째 호흡을 맞춘 배우 설경구, 소속사 매니지먼트숲을 이끄는 김장균 대표, 그리고 전도연 자신에게 물었다.


변성현 감독 “세계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

‘길복순’을 집필·연출한 변 감독은 전도연의 오랜 팬이다. 시나리오를 쓰기도 전에 전도연에게 ‘길복순’ 출연을 제안했을 정도다. 주인공 길복순은 ‘엄마 전도연’과 ‘배우 전도연’의 차이를 눈여겨봐 탄생시킨 캐릭터. 변 감독은 “전도연은 가장 현실적으로 연기하는 배우지만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복순의 직업은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업계 1위 킬러.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변 감독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다. 전도연에게도 ‘길복순’은 도전이었다. 데뷔 후 처음 출연하는 원톱 액션 영화라서다. 전도연은 넉 달간 금주하며 운동에 매달리고, 촬영 때도 ‘한 번 더’를 외치며 액션 장면을 소화했다. 변 감독은 “선배님(전도연)께 갈증이 많아 보였다. 자신이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넓다고 하셨다”고 귀띔했다.

다양한 영화 속 전도연의 모습. 넷플릭스·사나이픽쳐스·파인하우스필름·싸이더스FNH·유니코리아

설경구 “전도연은 전도연”

전도연과 설경구는 인연이 깊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감독 박흥식)에서 풋풋하게 ‘썸’을 타는 연인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부부가 돼 재회했다. ‘길복순’은 두 사람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 그러니 생사 위기를 함께 넘기며 전우애를 다진 복순과 차민규(설경구)처럼, 전도연과 설경구의 동료애도 남다를 수밖에. “몸이 부수어지는 한이 있어도 액션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전도연에게 설경구는 이런 찬사를 보냈다. “전도연이 촬영장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으려는 모습을 보며 ‘전도연은 전도연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길복순은 네가 아니면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설경구를 향한 전도연의 ‘리스펙’도 이에 못지않다. 전도연은 설경구를 “오르지 못할 산”이라고 표현했다. “다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그 위에 또 다른 뭔가가 있는 배우. 오르다 보면 새로운 게 느껴지는 배우”라는 설명이다.

김장균 매니지먼트숲 대표 “매번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

김장균 매니지먼트숲 대표는 전도연이 싸이더스HQ(현 IHQ) 소속이던 2001년부터 그와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파트너다. 전도연은 싸이더스HQ와 N.O.A엔터테인먼트에서 함께 일했던 김 대표가 2011년 매니지먼트숲을 차리자, 계약금이나 계약기간도 없이 그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데뷔 초 ‘영화나라 흥행공주’로 불리던 전도연이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 등으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수차례 밟으며 세계적 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에 김 대표가 동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그에게 전도연은 어떤 배우냐고 물으니 간단하면서도 신뢰가 배어나는 답이 돌아왔다.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본 전도연은 매 순간 진심이었고, 매 작품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다. 그녀에게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전도연 “흰색의 배우”

그리고 전도연이다. 전도연이 본 전도연은 어떤 배우일까. “어렵다”며 난처한 미소를 짓던 그는 결국 이런 답을 들려줬다. “흰색이라고 하겠어요. 흰색은 어떤 색을 덧칠하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죠. 저도 어떤 색이 입혀질지, 그 색깔과 섞여 어떤 색을 탄생시킬지 궁금한 배우라고 답하겠어요.” 흰색은 투명과는 달라서 다른 색깔을 덧입혀도 자기 흔적을 남긴다. 전도연도 그렇다. 중학생 딸을 둔 킬러(‘길복순’), 일타 강사와 사랑에 빠지는 반찬가게 사장(tvN ‘일타 스캔들’), 무뢰한들과 부대끼면서도 사랑을 잃지 않는 술집 마담(영화 ‘무뢰한’), 절망의 끄트머리에서도 기어코 살아가는 여자(영화 ‘밀양’)…. 어떤 캐릭터를 입혀도 전도연스럽게 완성해낸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