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토크]전기차는 배터리 싸움? …실은 '자석' 싸움
전기차 모터 등 전동 장치의 핵심 부품
美·英, 희토류 자석 의존 줄이는데 사활
중국 정부가 희토류 '네오디뮴'의 제조 기술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전기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네오디뮴은 전기 모터의 핵심 부품인 '영구자석(Permanent Magnet·PM)' 원료로, 중국이 전체 시장의 80~90%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모터부터 풍력 터빈까지, 전 세계의 전동기기는 거의 PM 전기 모터로 돌아갑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공급망을 형성할 수 있는 2차 전지보다 훨씬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기차 심장 '네오디뮴 자석', 中이 시장 선점
지난 5일(현지시간)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중국 통상당국이 네오디뮴 PM 제조기술 수출 제한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만일 이 정책이 현실화하면 중국 외 국가에서 기술 라이센스를 수입해 네오디뮴 PM을 만드는 일은 금지됩니다. 즉, 앞으로 네오디뮴 PM은 사실상 전량 중국 완성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겁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제 네오디뮴 PM의 시장 점유율은 80~90%입니다. 일본도 네오디뮴 PM 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10~15% 수준에 그칩니다.
PM은 특정한 환경만 유지해주면 영구적으로 자성을 띠는 물질입니다. 강철·붕소와 극소량의 네오디뮴이나 사마륨 코발트를 섞어 제조합니다. 그중에서도 네오디뮴 PM의 자력이 다른 희토류를 압도하기에 고출력 전동 장치에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네오디뮴 PM을 탑재한 전기 모터를 '영구자석 모터(PM 모터)'라고 합니다. 전기차, 풍력 터빈 등 고출력 모터가 필요한 분야엔 어김없이 PM 모터가 들어갑니다. PM의 탁월한 자력 덕분에 '출력밀도(단위 무게당 출력)'가 다른 전동기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기차에 있어 PM 모터는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PM 모터의 높은 출력밀도 덕에 파워트레인(차량에 동력을 전달하는 부품 집합체) 전체의 효율성이 올라가고, 이 때문에 전기차는 더 멀리,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네오디뮴 PM 시장이 완전히 중국에 포섭되면,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업계에 2차 전지보다 훨씬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역 분쟁으로 인해 중국산 네오디뮴 PM 수출이 제한되기라도 하면 그 즉시 자동차 부품 공급망은 무너지는 셈입니다.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도 상당한 생산량을 보유한 리튬-이온 전지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중국만이 튼튼한 전기차 보급망을 구축하게 되면, BYD, 창청자동차, 지리 그룹, 니오 등 쟁쟁한 전기 완성차 기업을 보유한 중국 자동차 제조업만 이득을 누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희토류 함량 줄인 英, '無 희토류 자석' 만들겠다는 테슬라
서구 자동차 업체는 '비 희토류 PM'을 만들려는 시도를 거듭해 왔습니다. 현재는 네오디뮴 PM 모터가 여전히 독보적인 성능을 뽐내고 있지만,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대안을 찾는 노력도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모터 기술 업체 '야사(YASA)'가 있습니다. 2009년 설립된 기업으로 2021년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사에 인수돼 현재는 계열사로 두고 있습니다.
야사가 만든 전기 모터는 '축 방향 자속 모터(Axial-flux motor·AF모터)'입니다. 보통 PM 모터는 엔진 내 회전자가 고정자의 내·외부에서 자력의 힘을 받아 반경(Radial) 방향으로 회전하지만, 야사 AF모터의 회전자는 축 방향(Axial)으로 회전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축 방향 회전 방식은 더 높은 회전력을 갖습니다.
엄밀히 말해 야사의 AF 모터는 PM 모터의 대안이 아닙니다. 야사 또한 희토류 영구자석을 사용합니다. 대신, 사용량을 대폭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같은 무게의 AF 모터가 기존 PM 모터보다 훨씬 강한 출력과 회전력을 보유했기 때문입니다. YASA가 상대적으로 전기차 후발주자인 유럽 업체들에 '안전한 옵션'으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한편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지난달 사업 전략 발표회에서 아예 희토류 함량을 0g으로 줄인 PM 모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혀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아직 테슬라는 구체적으로 어떤 합금으로 자석을 만들 것인지, 그 자석이 네오디뮴 PM의 자력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테슬라가 '희토류 없는 PM'을 개발하고 대량 생산까지 하는 데 성공한다면, 전기차 산업은 물론 글로벌 지정학적 판도까지 송두리째 바뀔 겁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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