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리뷰] 장르적 쾌감·따뜻한 메시지, 모두 녹여낸 ‘방과 후 전쟁활동’
하늘에 풍선처럼 둥둥 떠있는 ‘구체’가 일상이 된 세상.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수능을 50일 앞둔 성진고 3학년 2반 학생들은 가산점을 준다는 말에 현혹돼 교복을 입은 그대로 군사훈련을 받는다. 이들이 난데없이 징집된 이유는 ‘구체’가 본격적으로 분열되면서 지구를 침공했기 때문.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놀이를 하듯 총을 들었던 아이들은, 그야말로 한순간에 사지로 내몰린다. 함께 웃고 떠들었던 친구들이 바로 눈앞에서 피범벅이 된 시체로 나뒹구는 현실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3학년2반 학생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티빙 오리지널 ‘방과 후 전쟁활동’(연출 성용일, 크리에이터 이남규, 극본 윤수)은 메가히트를 기록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아포칼립스(종말) 상황에 내던져진 평범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다. 크리처물, SF물, 학원물이라는 장르적 외피를 단단히 두른 동시에, 드라마가 향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자처럼 개별화된 학생들이 ‘구체’라는 외부의 적을 앞에 두고 흩어졌다 뭉쳤다를 반복하며 결국, 두터운 연대를 만들어가는 것. 그 과정이 화려하지도 능숙하지도 않다. 조금은 어설프고 실수를 반복하지만, 드라마는 이러한 메시지를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또 학생들만이 지닌 경쾌함과 아포칼립스라는 절망적 상황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장르와 메시지를 촘촘히 녹여낸다.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속도감이 붙으면서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 공격에 속수무책 당하고, 혼비백산이 된 세상에 놓인 학생들의 모습이 빠른 속도감으로 펼쳐진다. 큰 이질감 없는 구체와 괴생명체의 CG(컴퓨터 그래픽)는 학생들의 전투신과 합쳐져 극의 역동성을 한껏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지닌 20여 명의 학생들이 각각 다른 공간에서 겪는 전투신들은 지루할 틈 없이 교차 편집돼 흥미를 더한다. 여기에, 생존을 위해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 아이들이 겪는 갈등과 이들의 예측불허한 상황은 ‘정주행’ 욕구를 불러일으키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어느 한 캐릭터도 소외시키지 않는다. 한 장면에 몇몇 인물들의 갈등을 표현할 때도 화면 밖에 있는 학생들이 내는 소리로 오디오를 함께 채우는 등 3학년 2반 전체 학생들 각각의 존재를 꼼꼼하게, 골고루 담아낸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특별히 부각되는 캐릭터는 없지만, 바꿔 말하면 모든 인물들이 각각의 매력을 지닌 주인공으로 만든다. 학생들의 소대장인 중위 이춘호(신현수)를 제외한 캐릭터들의 비중을 공들여 분산시켰고, 극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다르게 변주를 주면서 예상하기 쉽지 않은 전개를 그려나간다.
일각에선 기존 ‘하이틴 드라마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밝고 유쾌한 배경으로 학생들의 캐릭터가 병렬적으로 설명되고 저마다의 이유로 군사훈련을 받게 된 계기, 이들 간의 관계성이 1~2화에 걸쳐 그려지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어두운 분위기에 하드한 장르물을 기대했다면 분명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각각의 서사들은 2화 말미부터 본격 펼치지는 전쟁 속에서 다양하게 변화하거나 반전의 묘미로 이어져 극의 이해도와 긴장감을 높이는 주요한 장치가 되기도 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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