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B컷] 그 유명한 전도연 실물 영접기
정진영 2023. 4. 8. 11:55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에 대해 “해태 같이 느껴졌던 배우”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전도연을 우상처럼 생각했던 변 감독은 마침내 자신의 다섯 번째 장편 상업영화를 전도연과 함께 찍게 됐다.
1990년 CF 모델로 등장해 벌써 데뷔 30년이 넘은 관록 있는 배우. 쌓아온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발자취다. 영화계 취재를 하다 보면 전도연과 관련한 일화를 유독 많이 듣게 된다. 전도연과 어떤 작품에서, 혹은 현장에서 스쳐지나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이야기를 했다. 마치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한 특별한 인상을 받았다는 듯.
이렇게 차고 넘치는 무용담이 있는 배우를 어떻게 해태처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길복순’ 공개를 기념해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자리. 화장기가 전혀 없는 얼굴로 “어서오세요”라며 웃음을 보이는 배우 전도연에게 압도됐던 건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미 라운드 인터뷰 첫 타임에서 20여 명의 기자들을 상대한 이후지만 전도연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길복순’의 비영어권 글로벌 1위를 축하하는 말에 그는 “이런 날도 있어야죠. 축하해 주세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처음 듣는 말에 처음 대답하는 것 같은 신선함이었다. 같은 말을 인터뷰 다음 타임에서 한다 해도 또 똑같이 그렇게 느낄 것 같았다.
이날 전도연의 옷차림은 수수했고 머리는 세팅이 전혀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집에서 머리를 감고 자연 바람에 건조시킨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전도연이 연기한 영화 속 길복순, 혹은 인터뷰를 위해 제공된 사진 속 이미지와 완전히 달랐다. “작품에서는 당하는 연기를 많이 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시원시원하다”던 영화계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프로다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누군가는 인터뷰 자리에 옷을 갖춰 입거나 헤어, 메이크업을 하고 나오는 것이 프로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알맹이다. 인터뷰의 본질은 서로 작품과 연기에 대해 진솔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아무리 근사하게 차려입었다 한들 외운 것 같은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한다면 그 자리의 의미는 퇴색된다.
전도연은 인터뷰 내내 자신을 둘러싸고 앉은 기자들을 계속해서 두루두루 살폈다. 질문하는 기자하고는 계속해서 눈을 맞췄고, 여유롭게 농담도 주고 받았다. ‘베테랑’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10명도 넘는 기자들과 함께 있었지만 어쩐지 전도연과 독대를 한 것 같이 느껴질 정도의 집중력, 몸에 스며들어 있는 여유로움과 매너. 이것이 전도연을 ‘해태’ 같은 배우로 만드는 이유 아닐까. 전설의 레전드 전도연 영접기를 아마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술자리에서 하게 될 것 같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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