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의 유배지 지리산 새우섬, 지도에 없는 이유
[이완우 기자]
▲ 칠선계곡 입구의 의중마을에서 조망한 지리산 천왕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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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마을에서 의중마을까지는 0.7km 거리이다. 지리산둘레길 함양센터가 있는 금계마을에서 임천의 의탄교를 건너면 지리산 천왕봉으로 칠선계곡이 열려 있다. 둘레길을 출발하는 칠선계곡 들머리에는 고려시대부터 의탄소가 있어서 숯을 구워서 공납했다.
▲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인 벽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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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송사는 조선 중종 때 벽송 지엄 선사가 창건했다. 서산대사가 이 사찰의 제3대 조사이며 사명대사가 수도한 곳으로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라고 한다. 한국전쟁 시기에 지리산 일대에서 활동하던 빨치산이 이 벽송사를 야전병원으로 이용하였다. 전쟁 중에 이 사찰이 소실되었고 이후에 재건되었다.
▲ 지리산의 절경 엄천강 용유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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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전마을에 이르면 용유담과 용유교의 절경을 보며 힘든 산길의 수고로움을 잊는다. 엄천강 용유담의 비현실적인 자연 절경에 감탄한다. 모전마을에서 세동(송전)마을 방향으로 강을 따라 용유담의 전설과 함께하는 둘레길 전설탐방로가 시작된다. 강가를 따라 놓인 나무 데크길은 시원한 물결 소리를 운치 있게 들려준다.
모전마을(용유담)에서 송전마을까지는 2.4km 거리이다. 지리산 자락 산촌 휴양 마을인 송전마을(세동마을) 어귀로 들어선다. 도로 옆 담장 벽화에는 수달이 한가롭고 지리산 반달곰이 늠름하여 눈길을 끈다. 둘레길은 강물을 따라 신작로처럼 천천히 이어진다.
▲ 엄천강과 조화를 이룬 산등성이와 다랑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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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 마을을 평화롭게 연결하는 추억 같은 신작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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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4코스의 종점이며 5코스의 시점인 동강마을에 도착하였다. 당산 숲 쉼터 건물에 물레방아 형상의 장식이 눈에 띈다. 청(淸)나라에 다녀오며 물레방아를 견문한 연암 박지원이 1792년 안의(함양군 안의면) 현감으로 재직하면서 수량이 풍부한 남덕유산 줄기의 용추계곡에 물레방아를 최초로 설치하였다.
형제 우애 설화와 새우섬의 애달픈 역사
백연마을과 한남마을의 중간 지점의 엄천강에 새우섬이 있었다. 금덩어리를 강물에 버린 우애로운 고려 시대 이억년과 이조년 형제의 이야기가 이 마을에 전해온다. 이들은 다섯 형제로 이름이 백년(百年), 천년(千年), 만년(萬年), 억년(億年)과 조년(兆年)이다.
▲ 백연마을과 한남마을 사이 강변의 와룡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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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투금설화는 고려 시대 공민왕 때의 설화로 <고려사> 열전에 전하지만, 이들 형제는 충렬왕 때에 주로 활동하였고 <고려사절요> 등에는 그 연대가 충렬왕 20년(1294년)으로 나온다. 형제투금설화는 유사한 변이형 이야기가 여러 나라에 전승된다. 누군가 잃어버렸을 수도 있는 황금 두 덩이를 선비 형제가 길에서 주어 선뜻 나눠 가진 이야기 설정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고려 말기는 원나라 황실을 배경으로 권문세족과 무신정권의 실세들은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막대한 토지와 이권을 점유하였고 백성들은 유민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이런 시대에 의롭지 않은 부당한 이권을 탐하지 않으며 우애가 깊었던 선비 형제의 이야기가 백성들에 의해 형제투금설화로 각색된 것은 아닐까?
▲ 왕자가 유배되어 머물렀던 새우섬의 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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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마을 가까운 엄천강에 있었던 새우섬은 세종의 왕자 한남군 이어(李於, 1429~1459)가 유배된 곳이다. 한남군은 세종의 후궁 혜빈 양씨 소생의 왕자이다. 혜빈 양씨는 손자뻘인 단종의 유모였고, 단종이 왕위에 있을 때 보필하며 내명부의 중심이 되었다.
계유정난(1453)으로 수양대군이 정권을 장악하고, 단종은 폐위(1455)되었다. 단종 복위운동(1456년)이 있었으나 실패하여 이에 연루됐던 혜빈 양씨는 청양으로 유배된다. 왕자 한남군은 금산과 아산을 거쳐서 이곳 함양 엄천강의 새우섬에 유배되어 고립된다.
혜빈 양씨는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한다. 한남군은 불의한 세상에 절망하며 가슴에 한을 안고 병을 얻어 2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새우섬 건너편 한남마을 지명에 왕자의 군호(君號)가 살아 있고 함양읍 교산리에 그의 묘가 있다.
▲ 물레방아 형상의 동강마을 당산 숲 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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