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듀오 선형-워니, 함께 전설이 되어가는 최고의 콤비

이준목 2023. 4. 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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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과 재미를 모두 보장하는 가장 이상적인 조합

[이준목 기자]

▲ 김선형 
ⓒ 연합뉴스
이상민과 조니 맥도웰(대전 현대), 김승현과 마르커스 힉스(대구 동양 오리온스), 양동근과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 역대 프로농구에는 한 시대를 풍미하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고 함께 전설로 남은 '최고의 콤비'들이 있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KBL에서 외국인 빅맨+토종 가드의 궁합은 성적과 재미를 모두 보장하는 가장 이상적인 조합으로 꼽힌다.

현재 프로농구에서 가장 이상적인 콤비를 꼽으라면 단연 김선형과 자밀 워니(서울 SK)가 첫 손에 꼽힐만하다. SK에서 벌써 4시즌째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두 선수는 지난해 팀의 통합우승을 합작한데 이어 올해는 나란히 국내 선수-외국인 선수 MVP를 석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SK가 김선형-워니 콤비의 위력을 앞세워 4강진출에 성공했다. SK는 4월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16점차 열세를 뒤집으며 77–72로 승리했다.서울 안방에서 1·2차전을 모두 잡았던 SK는 3승으로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으며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 올라 정규리그 2위 창원 LG를 상대하게 됐다.

김선형과 워니는 SK가 정규리그 3위에 머물렀지만 1, 2위팀 선수들을 제치고 나란히 MVP를 수상했다. 올시즌 이전까지 한 팀에서 국내-외국인 MVP를 함께 배출한 경우는 총 7번이 있었지만 그동안은 모두 정규리그 1위팀이었고, '3위팀에서 동반 MVP 수상'은 사상 최초였다. 그만큼 이들의 퍼포먼스가 이견이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워니는 2년연속 수상 및 3회 수상으로 조니 맥도웰-라건아와 최다 수상 타이기록을 세웠다. 김선형은 2013년 이후 무려 10년 만에 국내 선수 MVP를 다시 탈환하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올시즌 프로농구 득점 1위(워니 24.2점), 어시스트 1위(김선형 6.8개) 등 개인 기록도 두 선수의 몫이었다. 디펜딩챔피언의 이름이 무색하게 시즌 초반 다소 주춤했던 SK는,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9연승의 파죽지세로 6라운드를 전승으로 마감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MVP 듀오의 기세는 거침이 없다. 두 선수는 이번엔 6강 플레이오프 나란히 동반 더블-더블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 자밀 워니 
ⓒ 연합뉴스
워니는 1차전에서 26점 12리바운드 3어시스트, 2차전에서 20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제 몫을 다해냈고, 3차전에서는 무려 30점 13리바운드를 쓸어담으며 KCC의 골밑을 맹폭했다. 시리즈 평균 25.3점, 10.3리바운드다. 심지어 워니는 연장전 1회 포함 매경기 34분 이상을 소화하는 체력적 부담속에서 KCC의 라건아와 디온 탐슨, 상대 두 외국인 선수를 사실상 혼자 상대하다시피면서도 전혀 지치거나 밀리는듯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규시즌도 대단하지만 워니는 플레이오프에서 더 강해지는 남자다. 통산 9경기에서 25.7점, 11.7리바운드를 기록중이다. 아직 경기수가 적긴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역대 평균 득점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다소 부진한 듯 하다가도 필요한 순간에는 득점과 리바운드를 걷어내고 전반보다 후반에 더 강해진다는 것은, 워니의 집중력과 높은 BQ를 증명한다.

파트너 김선형은 14.3점, 10.3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시리즈 평균만이 아니라 3경기 연속으로 더블-더블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김선형은 1차전 11점-10어시스트, 2차전 22점 11어시스트(7리바운드), 3차전 10점-10어시스트(8리바운드)를 각각 기록했다. 리바운드를 몇 개 더잡았다면 트리플더블까지 달성할 뻔 했다.

김선형은 KBL 플레이오프에서 득점- 어시스트 조합으로 3연속 더블-더블을 이뤄낸 최초의 선수가 됐다. 국내 선수가 더블-더블을 3경기 이상 연속으로 달성한 것은 은퇴한 하승진(5경기)과 서장훈(3경기), 단 2명뿐이고 이들은 모두 득점과 리바운드로 두 자릿수를 넘겼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하면 귀화한 라건아의 21경기 연속(득점-리바운드)이 최다 기록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수비 집중력이 더 높아지고 같은 팀을 연속해서 상대해야하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시즌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선형은 이상민-김승현-양동근 등 역대 KBL 레전드 가드들도 이루지못한 PO 시리즈 평균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폭발적인 개인 공격력을 바탕으로 동료들의 움직임을 살려주는 파생효과가 컸다는 의미다.

김선형이 많은 득점을 올리지않더라도 일단 그가 공을 잡고 전진하기 시작하면 상대팀은 지옥의 4지선다에 놓이게 된다. 리그 최고의 득점원인 워니와의 2대 2 플레이는 기본이고, 전매특허인 스텝을 이용한 돌파에서부터 패스, 슛까지 모든 선택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약점이라던 김선형의 중장거리슛도 이제는 섣불리 놓아둘수 없는 수준이 됐다. KCC는 김선형을 견제하려다가 오히려 오재현이나 허일영에게 외곽에서 일격을 당하는 장면도 잦았다.

SK는 지난해 정규시즌 MVP이자 우승주역인 최준용이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스윕승을 거두는 저력을 과시했다. 물론 내용 면에서는 KCC의 반격에 꽤 고전하며 최준용의 빈 자리가 그리워지는 순간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김선형과 워니의 위력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6강 PO에서 거둔 두 번의 대역전승은 이제 점수차가 벌어져도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다는 SK만의 자신감과 뒷심을 증명했다.

SK는 이제 4강에서 정규시즌 2위 창원 LG를 만난다. 양팀의 정규시즌 성적은 3승 3패로 팽팽했다. SK는 정규시즌 최소실점 2위(76.6점)에 빛나는 LG의 수비력이 꽤 고전했다.

하지만 LG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수비의 핵심이던 센터 아셈 마레이를 부상으로 잃었다. 베테랑 단테 커닝햄이 건재하고 레지 페리가 대체선수로 합류했지만, 마레이만큼의 골밑 장악력과 수비력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강플레이오프를 일찍 끝내며 체력까지 비축한 워니와 김선형이 더욱 펄펄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만한 대목이다. 리그에서 가장 확실한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기에 정규리그 3위팀 SK의 챔프전 2연패 도전은 결코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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