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디제잉①] K-디제잉, 편견 깨고 대중화를 향해
DJ는 ‘Disc Jockey’의 약어로, 녹음된 음악을 라디오, 클럽, 페스티벌, 파티 등에서 재생하며,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는 전문가를 가리킨다. 음악 선택과 믹싱을 통해 대중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며, 곡의 ‘BPM’(Beat Per Minute)을 조절해 연속적인 믹싱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DJ는 대중들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감지하면서 음악 조율과 자신의 퍼포먼스를 통해 대중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고는 한다. DJ는 음악적인 감각과 기술, 대중의 취향을 이해하고 대중들과의 소통 능력 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 한국의 DJ신 현주소는?
일부 DJ는 자신이 만든 곡을 클럽이나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며 자체적으로 DJ 문화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열린 '제20회 한국 대중음악상'(KMA ·한 다음)에서 DJ 겸 프로듀서 250이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등 4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뽕'은 한대음 역사상 일렉트로닉 장르 첫 ‘올해의 음반’ 수상작이다. DJ으로서 다방면으로 활약하며 얻어낸 큰 성과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DJ 문화는 케이팝(K-POP) 등 한국 음악의 글로벌 인기 상승과 함께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DJ 페기 구, 소다, 토끼몬스타, 박혜진 등 한국인 DJ들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DJ 문화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수용도 높아졌고, DJ 커뮤니티와 문화 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는 중이다. 토키몬스타는 2019년 그래미어워즈 베스트앨범 일레트로닉 앨범 후보에 올랐으며, 페기구는 포브스의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30'에 선정되기도 했다.
DJ들의 전방위적은 활약은 리스너들이 다양한 음악을 즐기려는 욕구가 DJ들의 활약과 맞물리면서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사실 한국의 DJ 문화 뒤에는 선입견이 따라오고는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는 클럽 문화가 확산하면서 DJ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노래를 재생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거나, 클럽에서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인식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그 후 2010년대 EDM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음에 따라 서브컬처로 여겨지던 DJ 문화도 지금은 대형 페스티벌에서 다수의 관객들이 즐기는 문화의 자리 잡았다. 현재는 다양한 음악 장르를 다루는 DJ들이 등장하며, DJ 문화는 점점 더욱 다양하게 대중화로 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예인들이 직접 DJ가 돼 활약하는 모습도 긍정적 효과로 한몫했다. 대표적인 연예인은 박명수다. 프로급 디제잉 실력을 갖춘 것으로 잘 알려진 박명수는 DJ G. Park이라는 DJ 명으로 MBC ‘무한도전-강변가요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디제잉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후 국제적 페스티벌은 물론 각종 행사 무대에 오르며 개그맨과 디제잉 활동을 병행했다.
박나래와 소녀시대 효연, 몬스타엑스 형원도 DJ에 관심을 가진 뒤, 직접적으로 프로 세계에 뛰어든 케이스다. 취미로 디제잉을 시작한 효연은 2015년 방송한 케이블채널 SBS MTV의 EDM 아티스트 육성 프로그램 ‘매시업’을 통해서도 실력을 뽐낸 바 있다. 그는 자신의 DJ로서의 역량을 솔로 앨범에 녹여내기도 했으며, ‘2018 스펙트럼 댄스 뮤직 페스티벌’ 등을 비롯해 각종 페스티벌에 소녀시대가 아닌, DJ효로서 무대에 올랐다.
몬스타엑스 형원의 DJ H.ONE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DJ의 롤에서 싱글을 발표한 바 있으며,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코리아 무대에 2차례 연속으로 출연하고 각종 페스티벌에 초청받으며 자신의 음악적 개성을 뽐냈다. 이들은 디제잉 자체가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매료됐다.
형원은 “DJ는 음악을 저만의 개성을 담아 선보일 수 있는 활동인데, 이를 통해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팬과 대중분들, 그리고 저와 비슷한 음악적 취향을 가지신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시작하게 됐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디제잉 또한 배울수록 새로운 테크닉과 장르적 깊이를 가진 멋진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제잉 활동은 마치 제 ‘부캐’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몬스타엑스 형원은 무대에서 몬스타엑스표 음악을 최대치로 표현해내는 주인공이자 몬베베의 아티스트라면, 디제이 H.ONE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의 프로듀서와 같은 느낌이 있어서 색다른 매력이 있다. 몬스타엑스로 활동하면서 팀의 컬러에 맞는 음악을 프로듀싱하고 무대를 하는 것도 너무 즐겁지만, 디제이로 활동하면서 여러 가지 장르의 음악을 배우고 표현하는 것도 흥미롭다. 팬 분들이 제가 디제잉을 하는 모습을 많이 좋아해 주셔서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2008년부터 DJ를 시작해 대한민국 EDM의 대명사로 불리는 DJ 준코코는 "연예인들이 DJ로 활동하며 DJ가 단순히 나이트클럽이나, 클럽 등 음지 문화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DJ 문화 역시 여러 공연 방식의 하나라는 걸 수면 위로 잘 끌어올려줬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 한층 더 발전하려면?
한국의 DJ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EDM 영역이 강세다. 국내 최고의 DJ 페스티벌은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과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등은 EDM 음악 중심으로 이뤄진다. 힙합, 알앤비, 덥스텝, 하우스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있지만 EDM을 제외한 영역은 아직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2011년부터 DJ를 시작 B.K는 "힙합 DJ 분야만 놓고 이야기한다면 아직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힙합 분야는 일본이 강국이다. 세계 챔피언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힙합 쪽은 테크니컬 요소가 중요한데 일본의 기술을 따라가기 벅차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기술적 퀄리티가 발끝이었다면 현재는 허리까지 실력이 올라왔다"라면서 자체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힙합 DJ신의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대중화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다. B.K는 "대중화가 되려면 리스너들이 많이 들어줘야 하는데, 과연 그런 팬층이 두터워질까는 모르겠다. 현재 힙합은 라운지 공연 등 음악을 듣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구조로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하입서울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는 DJ 고도(GODO)는 "한국 DJ들의 활동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이 시기에는 자생적인 클럽이 형성되지 않았기에 미군 부대에서 공연을 하며 성장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엉클이다. 1980년대에는 나이트클럽이 태동하던 시절이었는데, 특히 80년대 후반 경제 성장기 시절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었기 때문에 나이트클럽에서 굉장히 비싼 몸값을 받고 활동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1세대 디제이의 말에 의하면 그 시기 돈 귀한줄 모르고 흥청망청 쓰는 DJ들이 많았었다고 한다. 1990년대는 DJ 전성기가 많이 축소되던 시절이었으며, 2004년 엠투 태동기부터 디제이의 처우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0년대 현재 한국에서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DJ는 홍대나 강남의 클럽에 가면 만날 수 있는데, 백 번 양보해 홍대 클럽씬에만 국한해서 이야기한다 해도 아직까지 국내 DJ들의 디제잉 수준은 아무래도 외국 디제이들에 비해 전문성이 부족한 편이다. 최신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아직도 예전에 유명했던 앤썸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하지 못하고 이 장르, 저 장르를 중구난방으로 섞어서 틀어대는 DJ들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이미 만들어진 음악의 작곡 구조와 구성을 보고 이를 자기 스타일에 맞게 편곡하거나 완전히 재구성하는 등의 프로듀싱 능력이 출중한 DJ는 한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기에는 아직 멀었다"라고 현재 한국 DJ신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DJ 문화는 아직 과도기다. EDM에 비해 다른 장르 DJ들은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실제로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DJ를 하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춤추고 놀기 위한 말초적인 것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DJ의 본질은 선별한 음악을 나누는 것이다. 여행을 가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꼭 음악을 틀지 않나. DJ의 역할과 음악적 경험을 공유한다는 본질을 잊지 고 문화에 기여하고 싶어 하는 DJ들도 있다"라고 전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DJ는 많은데 쓸 만한 DJ들이 많이 없다는 말이 이 신에서 유행어처럼 자리하고 있다. 즉 다들 EDM만 하려고 하고 본질은 생각 안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그럴수록 서로 DJ들의 본질과 경험적 경험에 집중하고 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준코코는 DJ들이 더 명확하고 더 큰 꿈을 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통 DJ들의 카테고리는 페스티벌을 겨냥하는 아티스트와 클럽 DJ로 나뉘는데, 자신의 직업의 정체성을 확고히 인지한 후 활동을 하는 것이 개인이나 문화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준코코는 “EDM DJ이지만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DJ를 모르거나 클럽에 매몰된 경우가 많다. 같은 장비를만지고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있지만, 이럴 경우에 활동의 폭이 확실히 달라진다. 요즘 DJ들은 팬시하고 인플루언서적인 면모가 돋보이고, 디제잉 행위 자체를 쉽게 할 수 있다. 단순히 클럽에서 멋있고 싶어 DJ 해야지라는 생각은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DJ 스페로우는 기존의 음악을 가지고 디제잉 하는 것과 디제잉 할 음악을 직접 만드는 프로듀서 DJ의 부류가 나뉜다면서 “DJ가 기본적으로 좋은 음악을 믹싱해 공유해 주는 일을 하지만, 직접 자신의 음악을 만들면 정체성을 더 확고히 가져갈 수 있다. 외국에서는 프로듀서 DJ가 굉장히 많다. 저는 프로듀서 능력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사운드를 만질 때 이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기 때문에 장비를 만지는 것도 다르고, 믹스를 틀어도 노래를 만드는 것처럼 들려줄 수 있다. 디제잉 접근을 노래 만드는 것처럼 하니 더 새롭게 해석하는데 유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듀서 DJ가 많지 않아 희소성도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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