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전과범에 총 맞은 美유튜버...그런데 반응은 '싸늘' 왜

이수민 2023. 4.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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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영상으로 찍는 한 유튜버가 총격을 당한 가운데 최근 유행하는 ‘프랭크(장난) 영상’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2일 총격이 일어났단 미국 버지니아주 쇼핑몰. 사진 @VAHIPHOPANDNEWZ 트위터 캡처


폭행 전과범, 유튜버 장난에 그대로 꺼낸 총


7일 미 CBS 뉴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의 한 쇼핑몰에서 유튜브 콘텐트를 촬영하던 남성 태너 쿡(21)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위와 간에 관통상을 입은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총을 쏜 남성은 31살의 앨런 콜리로, 쿡이 농담을 건네며 접근하자 곧바로 총을 꺼내 쐈다고 한다. 쿡은 “범인이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즉시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보안 당국은 범인에게 악의적 총기사용 중범죄 혐의 등을 적용해 그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콜리는 검거 당시 해당 쇼핑몰 푸드 코트에서 권총을 소지한 채 앉아 있었다고 한다.

보안관에 따르면 그는 과거 폭행 혐의로 한 차례 체포된 바 있다. 2012년 그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두 차례 주먹으로 맞았다”고 신고하면서다. 당시 콜리는 경찰에게 “몇 분간 화가 났고 그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실치 않다”고 진술했다.

한편 피해자인 쿡은 총격에서 살아남은 후 깨어나 “범인에게 화가 나지 않았다”며 “영상 콘텐트를 제작하는 일은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가 사건이 일어나기 전 콜리에게 어떤 장난을 쳤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2일 미국 버지니아주 한 쇼핑몰에서 이른바 '프랭크(장난) 영상'을 찍다가 총격을 당해 병원에 실려간 태너 쿡. 사진 WUSA-TV 캡처

피해자, 구독자 4만명 ‘장난 전문’ 유튜버


쿡은 이른바 ‘프랭크 영상’으로 알려진 채널 ‘클래시파이드 군즈(Classified Goons)’를 운영하는 유튜버다. 해당 채널에는 쿡이 지하철·쇼핑몰·택시에서 구토하는 연기, 매장에서 흡연하려는 모습, 점원에게 엉뚱한 요구를 하는 모습 등을 담은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쿡은 지난해 5월 채널을 개설한 이후 이러한 콘텐트를 30개 넘게 제작해왔으며 구독자는 4만4000여명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프랭크 영상 제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총격 사건은 나쁜 일이지만 이유 없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가해자의 변호사가 당신 영상들을 모두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겠다” “상대방이 웃지 않으면 그건 더 이상 장난이 아니다”등의 댓글을 달았다. 실제 그가 올린 대부분의 영상 콘텐트에선 그의 행동에 당혹스러워하거나 화를 내는 일반인들의 반응이 소재로 쓰였다.


급증하는 프랭크 영상 사고...유트브 제재도 허술


최근 미국에서 조회수·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점점 도를 넘는 콘텐트들이 나오고 있단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2월 뉴욕 맨해튼에서 15세 소년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행하는 ‘지하철 지붕에 올라타기’ 영상을 찍다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2017년엔 미국 미네소타에서 10대 여성 모나리자 페레즈가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다 남자친구를 쏘아 죽인 혐의로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두꺼운 백과사전으로 총알을 막는 무모한 영상을 찍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2018년엔 세탁 세제를 마시는 콘텐트 영상이 퍼지며 이를 따라 하다가 병원에 실려 가는 사례가 급증한 적도 있었다.

미국 청년들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지하철 서핑'(지하철 지붕 올라타기) 영상을 찍는 모습. 사진 유튜브 캡쳐


유튜브는 결국 2019년 1월 ‘심각한 신체적 상해의 위험이 있는 장난’과 ‘상해가 없더라도 실제 상해가 있는 것처럼 속이는 장난 영상’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험 영상에 대한 기준을 확립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장난과 그렇지 않은 장난을 가려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 언론 버즈피드는 “유튜브의 약속과 달리 여전히 수많은 채널이 위험을 조장하거나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한 심리학 단체는 지난해 3월 “소셜미디어는 장난이 점점 더 많은 돈과 조회수를 벌어들이는 걸 가능하게 한다”며 “타인을 놀라게 함으로써 갖게 되는 우월감과 지배 욕구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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