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신부 안고 빙빙 돌지말라"...北의 기막힌 결혼식 단속

김지혜 2023. 4.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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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북한의 신랑과 신부 모습. 연합뉴스

북한 당국이 청년들에게 결혼식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도록 검소하게 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함경남도 단천시에 거주하는 소식통 A씨의 인터뷰를 통해 "젊은 세대의 사상 변질을 우려하고 있는 당국이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육과 함께 여러 분야에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달 27일 공장 초급당비서가 제국주의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을 짓부수고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고수하는 데 대한 내용의 해설담화를 진행했다"며 "핵심 내용은 결혼식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우리 식으로 검소하게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사태로 이동이 통제되면서 올 봄 미뤘던 결혼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A씨 얘기다. 그에 따르면 당국은 일부 주민들이 결혼식 잔치상을 요란하게 차리거나 신랑이 신부를 데려갈 때 차량을 여러 대 동원해 위세를 뽐내는 등의 현상을 지적했다. 어려운 시기에 식량과 연유를 낭비하는 비애국적 행동을 해선 안 된다면서다.

당국은 신랑·신부의 옷차림과 단장에 대해서도 짚었다. 조선옷(한복)을 입은 신부가 면사포 같은 얇은 천을 머리에 쓰거나 외국 글자나 상표가 새겨진 옷을 입고, 신부의 앞가슴과 머리를 꽃으로 장식하는 건 '우리 식 문화가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결혼 사진은 고상하게 찍을 것을 주문했다. A씨는 "신랑이 신부를 허리 위로 안아 들어 올리고, 신랑 신부가 포도주가 든 술잔을 부딪치며, 신부가 신랑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는 등의 행동을 하며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 내용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장에서 일해야 할 청년들이 결근하거나 조퇴해 친구의 웨딩촬영장에 몰려가지 말라는 지적도 있었다. 결혼식도 일터에서의 일과를 마치고 갈 것을 지시했다.

A씨는 "해설담화는 고상한 미풍양속과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배치되는 이색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처벌을 받는다는 엄포로 끝났다"며 "어떤 처벌을 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여러 관련 법이 채택된 만큼 경우에 따라 처벌을 내리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함경북도 부령군의 또 다른 소식통 B씨도 "최근 당국이 결혼식을 고상하게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어려운 시국에 맞지 않게 결혼식을 요란하게 하거나 신랑 신부의 옷차림이나 결혼사진을 찍을 때 외국풍을 따르지 말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B씨는 이어 "신랑이 신부를 들어 올려 빙빙 돌거나, 신부가 신랑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는 등의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며 "가슴 꽃은 7~8cm, 머리 꽃은 15cm를 넘지 않는 등 요란하게 장식하지 말아야 하는데, 꽃 매대나 꽃방에 가면 결혼식용 꽃 규격을 설명하는 견본 사진이 붙어 있을 정도"라고 부연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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