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명대사㊵] 리바운드,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매직
장항준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을 맹추격하고 있지만 아직은 박스오피스 2위다.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의 대결도 아니고, 실화 바탕 실사영화와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대결도 아니다. 후속 주자인 ‘리바운드’의 매력이 덜 알려져 있다.
이제 겨우 개봉 4일 차에 접어든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 제작 BA엔터테인먼트·워크하우스컴퍼니, 배급 ㈜바른손이앤에이)에는 ‘리바운드’의 기회가 충분히 있다. 간만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안기는 청춘영화의 매력 요소와 장점이 그만큼 넘친다는 얘기다.
먼저, 허구로 써도 이럴 순 없다 싶도록 드라마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 멤버들을 규합하듯 중앙고 농구팀을 재건할 선수들을 캐스팅해 나가는 과정도 재미있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농구 경기의 내용과 승패의 결과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500명 오디션을 거쳐 뽑은 배우들이라지만 푸릇푸릇한 에너지로 싱그러움을 주는 것은 기본, 농구마저 선수급으로 잘한다. 보통 장면 장면을 끊어 찍어 그럴싸하게 붙인다 해도 전문 체육인이 아니기 때문에 표가 나고 어색하기 마련인데, 진심 물 흐르듯 매끄럽게 경기가 흐른다. 배우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의 기초 체력 훈련부터 농구 기술 연습량이 대단했던 덕을 관객이 본다.
더불어, 이것이 진정 장항준의 연출력인가, 눈이 커질 만큼 실감 나는 경기 장면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높인다. 흡사 체육관 객석에 앉아 농구코트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장항준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촬영감독 이하 모든 제작진이 철저한 준비를 하고, 현장에서 센스 있게 현장을 포착한 뒤 유려하게 편집한 결과다.
장항준 감독은 ‘리바운드’를 스포츠 영화로서만 만들지 않았다. 비주얼에만 빠지지 않고, 스포츠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미덕 ‘감동’과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았다. 영화를 보며 벅차오름을 느꼈던 게 언제인가, 놓치기엔 자주 오지 않는 기회다. 예능감 좋은 방송인으로 남기엔 재주가 신묘하다.
영화 ‘리바운드’를 위한 노력의 과정이었다고 해도, 장차 한국 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배우들을 오래도록 발굴하고 성장시킨 제작사의 결단과 실행은 칭찬받을 만하다. ‘범죄도시’ 시리즈로 받은 관객의 사랑을 환원하는 모습도 좋고(BA엔터테인먼트), 아직은 작은 제작사지만 소속 배우 하정우만을 내세워 공략하기보다 한국 영화의 토양을 생각하는 행보를 보여준 모습도 환영할 만하다(워크하우스컴퍼니).
재주가 적어 영화 ‘리바운드’의 미덕을 다섯 가지 정도밖에 적지 못 했지만, 각자 보는 눈이 다르고 아는 분야가 다른 관객들의 눈에는 더 많은 매력이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리바운드’에 관한 작품 속 명대사다.
사전적 의미로 리바운드는 ‘농구에서, 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아니하고 림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 나오는 일’이고, 리바운드 슛은 ‘농구에서, 공이 림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 나오는 것을 잡아 슛하는 일’이다. 현실에서는 리바운드를 그렇게 튀어나온 공을 다시 잡는 일, ‘리바운드 잡기’의 의미로 쓰곤 한다. 공이 골인하지 않고 튀어나온 것에서 뜻이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받아내고 잡아내 다시 한번 득점을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을 품게 된 상황을 의미한다.
영화 ‘리바운드’에서 ‘리바운드’의 뜻은 그런 현실과 맥락을 같이한다. 한때는 잘나가는 농구선수였지만, 잊힌 지 오래. 모교인 중앙고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강양현(안재홍 분)은 얼떨결에 해체 위기의 농구팀을 맡게 된다. 저평가되거나 아직 발굴되지 않은 재야의 실력자를 모아 ‘한방’을 노린다. 중앙고 농구팀의 부활뿐 아니라, 선수로서는 실패했으나 코치로서 멋지게 농구계로의 금의환향을 꿈꾼다.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다.
코치로서도 실패를 맛봤을 때, 제대로 팀이 와해 됐을 때, 양현은 자신이 중학교 시절 꼼꼼히 적었던 경기일지를 발견한다. 일지 한 귀퉁이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 리바운드: 실수와 실패를 만회하려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것.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
중학생 농구선수 강양현의 깨달음은 시간을 넘어 절망 자체인 코치 강양현에게 희망의 빛을 쏜다. 영화를 보노라면 한마음이 되어 응원하게 된다. 양현을 깨운 그 빛이 선수들의 가슴에도 가닿기를! 흩어지지 말고 다시 뭉치기를! 어느새 중앙고 동문인 양 경기장 관람석에 앉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는 나를 발견한다.
강 코치: 농구 하다 보면 슛 쏴도 안 들어갈 때가 있다. 근데 그 순간, 노력에 따라 다시 기회가 생긴다. 그게 뭐꼬?
순규: 리바운드
강 코치: 맞다. 리바운드다. 슛을 수십 번 쏴서 안 들어가면, 그만큼 수십 번 리바운드 기회가 오는 기다. 선수 생활 실패하고 모교에 코치로 와서 제대로 이기는 방법도 모르면서 느그들을 내몰았다. 왜? 겁났으니까. 잘못하면 우짜지? 짤리면 우짜지? 그래서 실패를 했다. 근데 그건, 진짜 실패가 아니더라. 결국 지금, 전국대회 결승전, 선수대기실에 느그랑 같이 있을 수 있던 건 그 ‘가짜 실패’ 덕분이었다. 어떻게든 리바운드를 잡아낸 기다. 그건 내 혼자 잡은 게 아이다, 느그들이 리바운드를 잡아서 내한테 준 기다. 느그들이 잡아서 서로 서로한테 공을 준 기다. 다시 해보라고! 다시 던져 보라고!!
과연 ‘리바운드’가 단순히 농구 경기에 국한된 말일까. 영화 ‘리바운드’는 승부, 결과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영화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실, 생명의 마지막이 무엇인지 우리는 다 안다. 죽음, 결과는 정해져 있지만 우리 인간은 그 과정에 최선을 다한다. 영화 ‘리바운드’는 우리에게 말한다. 실수하거나 실패한 나 혼자 리바운드 잡으면 성공인 게 아니라, 리바운드로 잡은 기회를 서로가 서로에게 밀어주어야 다 함께 ‘다시 한번 도전해 볼 기회’가 생기고 실수나 실패를 만회해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가짜 실패’를 ‘진정한 성공’으로 바꾸는 마법이다.
명대사를 미리 공개하는 이유가 있다. 이렇게 글로 읽기보다, 영화 ‘리바운드’라는 경기의 입장권을 사서 극장 객석에 앉아 때론 흥겹게 때론 숨죽이며 신나게 즐기다가 이 대사들을 작품 안에서 생생하게 만나길 청한다. 농구를 통해 인생을 말하는 영화 ‘리바운드’를 보는 당신의 가슴엔 벅찬 감동, 얼굴엔 뜨거운 눈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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