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달라도 ‘공동 대표발의’ 가능...‘허수 입법’ 더 늘어날까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4. 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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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 운영위 통과
3명 이내 의원, 정당 달라도 발의 연대 가능
실적 쌓기용 허수 입법 늘어날 거라는 지적도
국회 본회의장. (조동현 기자)
소속 정당이 다른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초당적인 협력을 기반으로 한 의원 입법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국회에서 남발되는 실적 쌓기용 허수 입법이 더 늘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소속 정당이 다른 국회의원들이 3명 이내의 범위에서 법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공동대표 발의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 시 대표 발의의원을 1명만 기재할 수 있도록 명시해 서로 다른 정당에 소속된 의원들이 협력해 내놓은 법률안 취지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초당적인 협력에 기반한 의원입법이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그동안 소속 정당이 아닌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법안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대표 발의 의원을 정당별로 기재할 수 있게 될 경우 법률안의 대표성 강화와 함께 국회의원과 정당 간 협치의 정치 문화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야가 추진하는 ‘공동대표 발의제’가 국회에서 남발되는 실적 쌓기용 허수 입법을 더욱 늘릴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로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법안 발의 건수를 통해 국회의원을 평가한다. 공동 대표 발의 법안이 이견 없이 통과됐다는 것은 오히려 발의 건수를 맞추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도 “국회의원들이 발의 건수를 채우기 위해 공동 대표 발의제를 이용할 수도 있다”며 “물론 이상론적으로는 여야 간 협치의 상징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법안으로 의정 평가 활동에서도 점수를 딸 수 있기에 발의 건수를 채우려고 이런 법안을 발의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4월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호영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최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의원 발의 법안 수(1623개)는 지난해 같은 기간(720개)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회사무처가 조사한 의원 발의 법안은 16대 국회 2246개, 19대 국회 1만6537개, 20대 국회 2만2688개 등으로 늘었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올 2월까지 벌써 1만8905개에 달해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무렵에는 20대 국회의 발의 법안 수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법안 발의 수가 급증하면 의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입법 건수 중 상당수는 허수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당수의 발의 법안이 앞서 발의된 법안 내용과 비슷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의원 법안 발의 문턱이 낮은 현행 입법 시스템도 문제로 꼽힌다. 의원은 대표 발의자를 포함해 공동 발의자 10명만 채우면 법안을 국회에 낼 수 있기 때문. 의원 입법은 정부 발의 법안과 달리 소관 부처의 규제영향평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비슷한 법안들이 남발되다 보니 실제로 국회를 통과해 정식 법률로 완성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실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의된 720개 중 1년이 지난 올 3월 말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108개에 그쳤다. 1년간 가결률이 15%에 불과한 것이다. 그마저도 지난 1년간 처리된 법안 108개 중 75개는 대안 반영 폐기로 처리된 안건으로 나타났다. 대안 반영 폐기는 법안들이 서로 유사하거나 중복될 경우 적용되는 조치다.

허수 입법 남발 현상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주요 이슈일수록 뚜렷해지기도 한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이 나오거나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경우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들이 나온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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