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사진관 ‘레드오션’이라는데...최정상 광고 사진가가 낸 곳 어디? [그래도 오프라인]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골목. 거대한 아이스크림 트럭 한 대가 눈을 사로잡는다. 트럭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 가까이 가보니 내부에 거대한 카메라 한 대가 서 있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포즈를 잡는다. 트럭 뒤 건물 1층에는 전시회에서나 볼 법한 미디어 아트 작품이 전시돼 있다. 공간에 서면 사람 형상에 맞춰 영상이 반응한다. 일명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다. 역시 셀카족들이 줄 서서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참고로 김 대표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 현대차 아이오닉, KT,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외 대기업 광고 사진을 전담해 찍기로 유명하다. 빠른 빛, 센서, 그리고 사진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서 질문.
남의 사진을 찍어야 돈이 벌리는 광고 사진작가가 왜 셀프 스튜디오를 설립했을까. 셀프 스튜디오가 잘 되면 잘될수록 사진가의 입지가 좁아지는 건 아닐까? 게다가 셀프 사진관 사업은 이미 50여개 브랜드, 매장 수는 전국 1000여개가 난립해 춘추전국시대를 향해가고 있다는데 괜찮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김 대표는 단연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제 그의 답을 들어볼 차례다. 다음은 일문일답.
A. 국내 대기업의 광고 사진을 제작하면서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오랜 기간 해왔다. 이제는 이런 노하우를 기업의 마케팅적인 이익만을 위한 것보다 ‘사람’, 개인에게 선보이고 싶어졌다. 사진이라는 전문가의 결과물을 일반인들이 작은 금액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프로필 사진, 가족 사진, 커플 사진 등 일반 스튜디오에서 찍을 수 있는 스타일을 넘어 본인이 주인공인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든가 연예인처럼 개인 화보를 촬영하며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길 바랐다.
Q. 이제 셀프 스튜디오는 레드오션 아닌가. 늦었다는 생각은 안 했는지.
A. 사진업계에 20년 이상 몸담았다. 많은 인물 촬영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잘 나오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있지 않겠는가(웃음). 전문가가 만든 셀프 스튜디오라는 점, 그리고 K컬의 하나로서 사진 촬영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씨잌의 확고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창업을 망설이지 않았다. 최근 셀프 스튜디오가 많이 생기기는 했지만 씨잌만의 차별점을 만들려 했기에 주저하진 않았다.
Q. 전문가가 만든 셀프 스튜디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달라.
A. 조명, 카메라 배경 등 실제 화보 촬영 현장처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씨잌은 크게 콘셉트룸과 포토부스로 이뤄져 있다. 먼저 콘셉트룸은 건물 2, 3층에 위치해 있다. 콘셉트에 따라 조명, 카메라 위치 등이 세팅된 공간에서 음성인식으로 ‘촬영’ ‘씨익’ 등 특정 단어를 외치며 포토그래퍼 없이도 촬영이 가능한 프라이빗한 촬영 공간이다. AI를 활용한 촬영은 현재 특허 출원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I로 모델의 나이, 인종, 얼굴 형태에 따른 조명 추천, 키에 맞춘 카메라 높이 조정 등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1층엔 포토부스가 있는데 6개의 조명을 설치했고 촬영 이전에 촬영자의 키를 설정해 카메라 높이를 촬영자의 눈높이에 맞춰 설정할 수 있다. 원하는 만큼 피부나 턱을 깎는 보정도 가능하다. 지금 두 번째 버전은 아직 개발 중이지만 부스도 콘셉트별로 세분화하려 한다.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는 부스, 차분한 프로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부스, 화려하고 팝한 조명과 배경이 세팅돼 있는 부스 등 다양한 콘셉트를 제공하려 한다.
A. 그렇다. 1층 카페 메인 메뉴가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다. 카페에서 주문하면 아이스크림 트럭 내부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형식으로 운영 중이다. 아이스크림으로 콘셉트을 잡은 건 미국 유학 시절에 동네 “띵띵 띠리리 띵띠링 띠리리링띠디~” 하며 울리는 차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 적이면 하나둘 아이스크림 트럭에 모여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며 만들었다. 더 좋은 품질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도 발전시키고 있다. 아이스크림 맛에는 자부심이 있다(웃음).
Q. 재밌는 게 4층과 5층에선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공간 기획 배경이 궁금해지는데.
A. 사람을 즐겁게 하는 데 사진과 음식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다. 사진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회사로 키워나가고 싶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식 타파스 블그레 레스토랑은 K포토와 함께 전 세계로 뻗어 갔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했다. 어릴 적 아이스크림 트럭의 향수에 젖었었고, 뉴욕에서의 생활 속에서 한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염두하고 한식 타파스바를 오픈하게 됐다. 지금 회사에는 이미지를 세상에서 제일 잘 만드는 사람부터, 사진 관련 기계에 정통한 기술자, 그리고 한식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한식 타파스 요리 디렉터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많다. 여러 사업장이 모여 서로에게 긍정적 시너지를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A. 패션위크라는 현장에 맞게 패션쇼의 런웨이, 서울의 경복궁 그리고 DDP 등의 3가지 배경을 촬영자가 선택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게 했다. 마치 패션쇼의 모델이 된 것과 같은 이미지를 구현해 패션쇼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실제로 하루 500명 이상이 방문했으며, 패션위크 부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 중 하나였다. 이처럼 개인과 기업 혹은 정부를 연결하여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개인 간뿐 아니라 기업 혹은 공공기관과 개인의 연결을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A. 사진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제 핸드폰으로도 1억화소의 100배 줌이 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삼성, 애플의 휴대폰 광고는 대부분 기기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휴대폰 광고 요소 중 첫 번째는 카메라 화소, 즉 성능이다. 그만큼 대중은 좋은 사진을 얻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진작가는 앞으로도 쭉 사랑받는 초코파이나 새우깡 같은 것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대중의 마음을 읽고 한 걸음 다가간다면 오히려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마인드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할 뿐이다. 지금만큼 사람들의 주머니에 카메라를 모두 갖고 있었던 시대는 없었다. 지금이 우리 사진하는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씨잌을 어떤 스튜디오로 만들어 나가고 싶은가.
A. 오프라인에서는 사진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K포토 문화를 만들고, 온라인에서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앱을 통해 우리가 많은 즐거움을 얻듯, 씨잌도 다양한 아이디어로 상품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즐겁게 만드는 회사로 발전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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