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풍향계] ② '룰의 전쟁' 결과물에 따라 양당 세포분열 가능성

정도원 2023. 4.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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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1년 남기고 다시 붙붙은
'게임의 룰' 선거제도 개편 논의
10일부터 전원위서 나흘간 토론
결과물 따라 내년 총선 구도도 '출렁'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방향과 전원위원회 운영계획' 정책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민봉 국민의힘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개정안의 문제점'이라는 소책자를 펴냈다. 유 전 의원은 이 책자에서 "스포츠에서 경기 규칙이 바뀌면 선수들의 플레이 행태가 바뀌듯이 선거제도가 바뀌면 유권자의 투표 행위와 정당의 선거 전략 모두가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전 의원의 말은 예언처럼 들어맞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우격다짐으로 국회에서 통과되자, 새로운 제도에서 의석을 최대화할 수 있는 위성정당(衛星政黨)이라는 사상 초유의 존재가 탄생한 것이다.


내년 4·10 총선을 1년 앞두고 다시 '게임의 룰' 총선 선거제도 논의가 불붙는 계절이 돌아왔다. 선거제도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의 구도도 그에 맞춰 크게 출렁일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보인다.


국회는 내주 월요일인 10일부터 국회의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전원위원회를 개회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나흘간 총 100명의 국회의원이 난상토론에 나선다.


전원위 토론은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채택한 3개의 결의안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3개의 결의안이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는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만 선출하던 소선거구를 서울·수도권 등 도회지 지역에서는 여러 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로 개편하게 된다.


다만 농·산·어촌 지역은 현행 지역구를 여러 개 합칠 경우, 10개가 넘는 시·군이 하나의 국회의원 지역구로 묶이는 등 지나치게 광대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현행 소선거구를 유지한다.


예를 들면 현재 갑·을·병·정·무 5개의 소선거구로 나뉘어진 경기 수원이 하나의 4인 선거구로 바뀌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을 축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므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수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수십 개의 대선거구로 개편한다. 하나의 대선거구에서는 최대 7인까지의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유권자는 '1인 2표'를 행사해 정당에 한 표, 후보에 한 표를 찍는다. 대선거구별로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되, 원내에 입성하는 후보자는 후보별 득표가 높은 순이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강남·송파 대선거구가 생겨 7석의 의석이 부여된다고 가정한다. A당·B당·C당 모두 수 인의 후보를 공천할 수 있다. 유권자는 정당과 후보에 각각 투표한다. 개표 결과 해당 대선거구에서 정당득표율이 A당 60%, B당 30%, C당 10%였다면, A당은 4명, B당은 2명, C당은 1명이 당선된다. 당선되는 의원은 각 당에서 공천한 후보들 중 득표를 많이 한 순서대로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는 지역구 선거를 비례대표제와 유사하게 변경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제는 특별히 강화하거나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된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와 함께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선거제에서 가장 변동폭이 적은 방안이다. 지역구는 현행 소선거구를 유지한다. 각 지역구마다 최다 득표를 한 후보 1인만 당선되는 제도다. '승자독식'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직관적이라는 장점은 무시할 수 없다.


비례대표제는 2020년 총선에 이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계속하되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실시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위성정당을 탄생시켰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권역별로 시행되므로, 자칫 '경남의 힘' '경북의힘', '더불어서울당' '더불어경기당' 같은 위성정당이 권역별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야의 세포분열 가져오는 다당제"
다당제 유도 선거제는 '세포분열' 촉발
대선거구제, 다당제 방아쇠 당기는 셈
소선거구는 정계개편 가속 효과 없어

새로운보수당이 지난 2020년 총선을 석 달 앞둔 1월, 의원회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창당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선거제 논의에 있어 전원위에서의 토론은 첫걸음일 뿐이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다만 결과물에 따라 내년 총선의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는 정계개편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지난달 20일 "이번 선거법 개정은 여야의 세포분열을 가져오는 다당제 구도를 만드는데 촛점을 맞춰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바꿔말하면 다당제 구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개정된다면, 여야의 세포분열을 가져오게 된다는 뜻도 된다.


현역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다당제를 선호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과 한 지붕 아래에 억지로 같이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때 바른미래당에서 안철수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주평화당이 분리됐다. 그 평화당에서 다시 정동영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안신당이 분리됐다.


원내교섭단체를 겨우 충족하는 작은 정당이라도 일단 만들어지면 당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 당직이 생성된다. 20대 국회 당시 한 3선 의원은 이같은 현상을 가리켜 "대통합이 쉽지 않겠더라"며 "작은 당이더라도 다들 당대표를 하고 최고위원을 하고 원내대표를 하는데 맛을 들였더라"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현행 선거제도, 특히 소선거구제가 양당제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어 거대 양당에 몸담은 채로 공천에 목을 매고 있을 뿐이지, '게임의 룰'만 변화한다면 분당과 창당이 봇물 터지듯 일어날 수도 있다. "여야의 세포분열"이란 홍 시장의 표현은 이같은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 안을 놓고보면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가 다당제를 촉진하는 측면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밀고 있는 '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와는 달리, '뒷배'가 없는 이 안으로 전원위의 의견이 모일 가능성은 희박해보이지만, 만약 현실화한다면 현행 양당 구도가 붕괴하고 다당 구도로 내년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다소 미묘하다. 총선을 앞두고 분당을 결행해 성공한 사례를 보면 '텃밭'으로부터의 추동은 필수불가결했다.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에서 분당을 결행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경우에는 '텃밭' 충청권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연고지인 부산·경남(PK)의 독주에 불만을 품던 대구·경북(TK)의 가세가 있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분당한 국민의당의 성공 비결도 '텃밭' 호남발 '녹색 바람'이었다.


그런데 '텃밭'인 농·산·어촌은 여전히 소선거구를 유지한다고 하면 분당이 쉽지만은 않다. 다만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가 사상 초유의 '수도권발 분당'을 촉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역구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국 단위에서 권역별로 변경하는 것 정도로는 다당제를 촉발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제도 논의와 관계없이 여야의 분당과 제3지대 창당의 가능성은 충분히 살아있다"면서도 "선거제 개편이 그같은 흐름을 촉진하고 가속화할 수 있는데,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면 최소한 흐름을 '가속화'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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