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예능도 100억 시대?…‘제작비 다이어트’ 필요한 K-예능들
섬 전체를 하나의 세트로 구성한 리얼리티 예능 통해 판타지를 실현하는가 하면, 드라마 뺨치는 제작비를 투입한 서바이벌 예능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하기도 한다.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예능 콘텐츠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면서 ‘가성비 콘텐츠’라 불리던 예능 역시도 제작비가 증가하고 있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청자들을 겨냥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에는 100명의 출연자에 제작 스태프만 4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지컬: 100’의 제작을 담당한 MBC의 박성제 전 사장은 ‘피지컬: 100’의 제작비에 대해 “웬만한 드라마만큼 투입해 리얼리티 콘텐츠 사상 가장 큰 스케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꿈꾸는 유토피아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들과 미션을 다룬 ‘신세계로부터’를 비롯해 천국도와 지옥도를 오가며 펼쳐지는 사랑과 썸 이야기를 다루는 ‘솔로지옥’ 시리즈 등 넷플릭스는 그간 각양각색의 세계관들을 구축하며 색다른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해 왔다.
다소 판타지적인 설정까지도 현실로 구현해내기도 했던 만큼 기존의 예능들과는 사뭇 다른 제작비를 투입하기도 했다. TV 예능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2배 많게는 4~5배까지도 차이가 난다고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물론, 쿠팡플레이가 ‘SNL’ 한 시즌당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자했다고 알려지는 등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도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물론 스케일을 키운 예능들이 전과는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다. ‘신세계로부터’는 예능이 가상 세계와 만났을 때 생성될 수 있는 흥미를 보여줬으며, ‘피지컬: 100’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한편, 한층 고조된 긴장감을 조성하며 서바이벌 예능의 격을 높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치솟는 제작비 감당이 힘들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빙은 지난해 1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는 전년보다 약 56.3% 늘어난 수치다. 웨이브도 지난해 영업익에서 1217억원 적자를 기록, 2021년 기록한 558억원 보다 더 큰 적자 폭을 보였다.
그 이유 중 하나로는 ‘높아진 제작비’가 꼽히고 있다. 물론 이제는 한계에 접어든 구독자 숫자 비롯해 콘텐츠 자체의 흥행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제작비가 증가하면서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글로벌 흥행 콘텐츠들이 종종 배출되면서 전보다는 한계가 완화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문화권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는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선 그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된다. 이제 가능성을 찾고, 또 확장해 나가야 할 시점에서 지금과 같은 예능 제작비의 증가세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콘텐츠 제작사 PD는 “전반적으로 제작비가 상승한 것을 느낀다. 유튜브로 송출되는 웹 콘텐츠마저도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된다”며 “인건비를 비롯해 전반적인 것들이 모두 상승하면서 체감상으로는 더 크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인데, 다만 여전히 예능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문 제작사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스타급 PD들의 몸값까지 치솟으며 관심이 쏠리고는 있으나 다양한 수익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경쟁이 독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예능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예능에도 적극적인 제작비 투자를 선보였던 넷플릭스 또한 스케일 줄이는 시도를 하겠다고 말하면서 “넷플릭스 작품을 생각하면 스케일이 크고, 소위 돈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셨을 텐데, 예능은 꼭 그런 장르만 있는 게 아니라 편안하고,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었다.
넷플릭스의 말처럼, ‘편하게 웃으며 보는’ 예능의 특성상 제작비가 곧 예능의 장점으로만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예능 PD는 “스케일 큰 작품들이 흥하면서 그러한 문법을 따라가는 경향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예능은 ‘웃음’과 ‘재미’가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물론 넷플릭스 예능들처럼 화려한 외양과 방대한 서사로 이목을 끄는 콘텐츠도 있어야 하겠지만, 단순히 큰 스케일이 화려함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그 본질을 들여다볼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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