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기업 리포트]①고용없는 성장, 정규직 1명 뽑을 때 비정규직 2.6명 더 뽑아
정규직 1865명 늘 때 비정규직 4962명 증가
현차, 정규직 1162명 줄고 비정규직 1869명 늘어
직원 평균연봉 1위 메리츠증권…2억원 넘어
정유·화학 회사 연봉 상위권 다수 차지
편집자주 -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은 스포츠로 치면 국가대표다. 우리나라 각 산업을 대표하고 경제를 이끈다. 국민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100대 기업 주식을 산다. 취업준비생들은 100대 기업에서 일하는 미래를 꿈꾼다. 매년 벚꽃이 필 무렵 100대 상장사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한다. 지난 일년간 우리나라 주전 멤버로 뛰며 어떤 성적을 거뒀고 기존에 한 약속을 잘 지켰는지 스스로 점검해보자는 취지다. 아시아경제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이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이들의 몸 상태를 점검해봤다. 올해도 우리 경제를 이끌 수 있는지 부상을 점검하고 다른 기업과 비교해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시대다. 작년 우리 기업들은 추가 고용 없이 성장했다. 주요 기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성장했지만 시총 기준 100대 기업 종업원 숫자는 1%도 늘지 않았다. 고용의 질도 떨어졌다. 정규직은 0.27% 늘었지만 비정규직은 14.6%나 증가했다.
아시아경제가 올해 1분기 말 시가총액 기준 국내 상장사 상위 100곳(투자회사 맥쿼리인프라 제외)의 '2022년 사업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100대 상장사의 지난해 직원 수는 72만7590명이었다. 고용이 직전해(72만1133명)에 비해 0.89%(6457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에 신음하는 와중에도 작년 우리 경제는 2.6% 성장했다. 작년 5월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5년간 26만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주요 기업 고용은 거의 늘지 않았다.
고용의 질도 문제다. 지난해 정규직은 68만9052명으로 직전해(68만7187명)와 비교하면 1865명(0.27%)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비정규직은 3만8908명으로 직전해(3만3946명) 대비 4962명(14.6%) 증가했다. 정규직 1명을 뽑을 때 비정규직 2.6명을 늘린 셈이다. 스마트팩토리 구축, 로봇 도입, 디지털 전환 등으로 산업이 자동화되면서 인건비를 낮추고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비정규직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해 비정규직을 1869명 증원했다. 그러는 동안 정규직을 1162명 줄였다. 정규직 감소와 비정규직 증가가 동시에 1000명 이상 발생한 곳은 현대차가 유일했다. 현대차의 전체 직원 수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2021년 8.3%에서 지난해엔 10.8%까지 증가했다. 현대차는 2019년 이후 정년퇴직한 직원들을 재고용한다. 60세에 정년퇴직한 생산직 직원의 약 80%가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정규직 증가는 현대차에 이어 강원랜드(685명), 기아(648명), 현대건설(339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직전해와 비교해 비정규직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LG생활건강으로 437.5%(8→43명)에 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360%), 강원랜드(255.6%), LG디스플레이(211.3%) 등이 뒤를 이었다.
정규직을 가장 많이 뽑은 곳은 삼성전자로 7959명을 충원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면서도 비정규직을 40명 줄였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정규직 비율은 99.5%에 달한다. 그다음으로 LG이노텍(2157명), SK하이닉스(1800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1611명) 등의 순으로 정규직 증가가 많았다. 직전해 대비 정규직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이치엘비(HLB)로 119.5%(87→191명)를 기록했다. 뒤이어 에코프로(88.4%), 한화에어로스페이스(83.9%), 엘앤에프(45.1%)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직원(정규직+비정규직)이 유일하게 10만명을 넘은 곳은 삼성전자로 12만1404명을 기록했다. 현대차(7만2689명), 기아(3만5847명), LG전자(3만4645) 등이 뒤를 이었다. 직전해에 비해 직원을 가장 많이 늘린 곳도 삼성전자로 7919명을 더 뽑았다. 지난해 5월 삼성은 2026년까지 그룹사 인력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직전해와 비교해 직원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HLB(119.5%), 한화에어로스페이스(88.9%), 에코프로(83.5%) 등의 순이었다. 100대 상장사 중 직전해 대비 직원을 늘린 기업은 74곳이었다. 24곳은 직원을 줄였고 2곳은 그대로였다.
메리츠증권 평균연봉 2억…정유사도 억대연봉 수두룩
100대 상장사(그룹지주사 11곳 제외) 중 1인당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증권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2억원에 달했다. 직전해 연봉도 2억500만원으로 1위에 올라, 2년 연속 100대 상장사 최고 연봉을 찍었다. 뒤이어 에쓰오일 직원은 1억7100만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지난해 평균 연봉 10위권 내에는 정유·화학 관련 회사가 많았다. 에쓰오일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4위·1억5300만원), 금호석유(7위·1억4000만원)가 10위권에 들어갔다. 직전해에는 이들 기업이 10위권 내에 한 곳도 없던 것과 대비된다.
직전해 대비 연봉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 역시 정유사다. SK이노베이션 직원 연봉은 2021년보다 62.77% 올랐다. 2위는 패션 브랜드 엠엘비(MLB)와 디스커버리로 유명한 F&F(55.3%)다. 다음은 에쓰오일(49.04%), 대한항공(29.54%), 한국조선해양(29.02%), 한화에어로스페이스(27.5%) 등의 순이었다.
급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카카오(-19.9%)다. 하락세를 보인 상위 10개 회사에는 IT·게임 업종이 가장 많았다. 크래프톤은 기존 연봉 대비 13.49%가 줄어 2위였다. 넷마블(-8.64%)과 카카오게임즈(-8.61%)는 9, 10위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는 산업별 업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14조1762억원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이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1000%가 넘는 성과급을 주기도 했다.
직원 규모가 작아 통계에서 제외한 그룹 지주사 11곳(SK스퀘어·LG·우리금융지주·메리츠금융지주·KB금융·신한지주·HD현대·하나금융지주·GS·POSCO홀딩스·아모레G) 중 5곳은 금융회사다. 이 회사들은 연봉 액수와 증가율에서 10위 권 내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5대 금융지주(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의 지난해 순이익은 18조원이 넘는 등 실적이 좋았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에 힘입은 영향으로 해석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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