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3. 4. 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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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공식홈페이지

임영웅이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서울과 대구FC 경기에서 시축을 할 예정이다. 시구나 시축은 연예인이 흔히 하는 일반적 행사다. 이런 일반적 행사도, 임영웅이 하니까 놀라운 사태로 진화했다.


표 판매 후 불과 하루 정도 만에 3만5000표 정도가 팔린 것이다. 이게 놀라운 이유는 K리그 역대 유료 관중 기록을 깼기 때문이다.(2018년부터 유료 관중 별도 집계) 기존 기록은 2019년 서울과 수원 경기의 3만2057명이었다. 역대 2위는 역시 서울과 수원 경기에서 나온 3만202명이었다. 역대 3위는 서울과 전북의 2만8518명이었다. 역대 4위는 울산과 전북의 2만8039명, 역대 5위는 서울과 전북의 2만5333명이었다.


대부분 서울, 수원, 전북 등이 맞붙는 이른바 특급매치에서 대관중이 터졌다. 그리고 역대 4위 울산과 전북의 경기는 개막전이었다. 그런데 이번 임영웅 시구 경기는 특급매치 또는 개막전이 아닌데도 기존 기록들을 불과 하루 정도 만에 모두 다 제치고 압도적인 신기록을 수립했다.


임영웅이 경기를 직접 뛰는 것도 아니고, 콘서트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잠깐 시축을 할 뿐인데 그로 인해 K리그 역대 최다 유료 관중이 터진 것이다. 후에 노래도 한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이 기록이 확정될 당시엔 시축 발표만 나온 상태였다.


아무리 유명 스타라고 해도 그의 시구나 시축 때문에 대관중이 몰리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소수의 열성팬 정도만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임영웅이 움직이자 K리그 역대 최대 기록이 수립됐다. 이러니 상상을 초월한 사태라고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스포츠 경기를 통틀어 코로나19 대유행 이래 최다 관중 기록도 세웠다. 기존 기록은 2만8039명이 든 올 K리그 개막전이었는데 임영웅 시축 경기가 이를 완전히 압도했다.


이런 기록을 세우고도 예매가 계속 몰려들자 급기야 서울월드컵경기장 좌석의 추가개방까지 이루어졌다. 이 경기장은 평소 K리그 경기 땐 일부 좌석만 운용하고, 국가대표급 정도의 경기에만 전 좌석을 개방한다. 평소 K리그 경기 땐 어차피 매진될 일이 없기 때문에 객석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이런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지만 임영웅이 시축에 나서자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결국 국가대표급 경기처럼 임영웅 시축 경기에도 좌석 추가 개방이 결정됐다. 연예인이 잠깐 시축하는 걸로 국가대표 경기 수준의 영향력을 만들어낸 것도 상상초월의 사건이다.


일이 여기까지 진행됐을 때 임영웅이 단지 시축만이 아닌 노래까지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임영웅은 언젠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작은 공연이 장차 있을 콘서트의 예고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영웅이 월드컵경기장이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할 경우, ‘객석을 다 채울 수 있을 것인가?’는 인터넷의 논란 주제였다. 이번에 시축만으로 K리그 최대 기록을 세우면서 그런 논란도 일축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놀라운 이야기도 알려졌다. 원래 임영웅에게 국가대표 경기 시축 요청도 갔었지만 고사했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국가대표 경기는 축구팬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자신이 시축을 했다가는 엄청난 팬들이 몰려 축구팬들이 자칫 국가대표 경기 표를 못 사게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고 한다. ‘나 때문에 대군중이 몰려 축구팬이 밀려날 수 있으니 시축하기가 조심스럽다’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의 존재도 상상초월이다.


그래서 본인이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국가대표 경기를 마다하고, 이번에 K리그 일반 경기의 시축을 자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팬들이 월드컵경기장을 뒤덮을까봐, 축구팬들의 응원석은 예매하지 말아달라고 팬들에게 요청했다. 그래서 임영웅의 팬들이 응원석을 뺀 좌석의 표만 예매해 축구팬들을 배려했는데, 이러한 전개과정 역시 상상할 수 없었던 사태로 누리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임영웅이 단지 당대 최고 스타 정도가 아닌, 역사적인 수준의 불세출의 대스타란 걸 알게 해주는 이야기다. 우린 지금 살아있는 전설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임영웅 시대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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