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붙잡았는데 저신용자” 불경기에 카드모집인 ‘시름’
코로나19에 불경기까지 직격타
“길거리 모집·연회비 10% 초과 경품 제공 금지…시대 착오적”
카드모집인이 갈 곳을 잃었다. 온라인에서 여러 회사 카드 혜택을 직접 비교한 뒤 비대면으로 발급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카드사는 비용이 많이 드는 모집인 대신 온라인 발급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영업 환경도 악화됐다. 카드모집인 직업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억대 연봉 옛말…5년 새 숫자 반토막
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7개 카드사(삼성·현대·롯데·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지난해 말 기준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7678명이다. 5년 전인 지난 2017년 말 1만6658명과 비교하면 53.91%가 감소한 수치다. 2016년 2만2872명에 이르던 카드 모집인 수는 2018년 1만2607명, 2019년 1만1382명, 2020년 9217명, 2021년 8145명으로 줄어들었다.
온라인을 통한 신용카드 신규 발급은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7.7%에 불과했던 7개 전업 카드사의 온라인 신규 발급 비중은 지난 2021년 상반기에는 42.6%로 급증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온라인 발급 채널을 확대할 요인이 크다. 개인사업자인 카드 모집인은 카드사와 개별 계약을 맺고 신규 카드를 발급할 때마다 수당을 받는다. 이때 카드사가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당은 한 장당 10~15만원 수준이다. 토스·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모집할 때 드는 비용이 오프라인 판매보다는 저렴하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카드모집인 채널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있다.
‘카드대란’ 이후 규제 강화…병원·식당서 눈치 보며 모집
억대 연봉을 올리며 한때는 5만여 명에 달했던 카드모집인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03년 ‘카드대란’ 때문이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자 내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규제를 완화했다. 카드사들은 카드모집인을 통해 길거리에서 경품 등을 내걸고 무작위로 회원을 모집했다. 카드 연체료가 눈덩이 처럼 쌓였다.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가 생겨났다. 몇몇 신용카드회사는 자금난에 빠져 현금서비스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금융당국 규제가 강화됐다. 카드모집인은 길거리 모집행위와 연회비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을 하면 안된다. 예를 들어 카드 연회비가 만원이면 고객에게 1000원이 넘는 경품도 줘선 안 된다는 얘기다. 카드모집인들은 보험설계사 등 타 직종에 비해 규제가 과해 생존권을 위협한다면서 지난 2013년과 2017년 두 차례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페이백 광고 널렸는데 우린 음료수 한 병도 불법이라뇨”
여러 제약 속에서 근근이 살아 남았다. 코로나19도 견뎠지만 불경기까지 겹치며 카드모집인 사이에서는 ‘더는 못 버티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 전업 카드사 카드모집인 A씨는 “길거리 모집이 안되니 식당, 병원, 관공서, 소방서를 돌아 다니며 버티는 실정”이라면서 “휴게·교대 시간을 파악해서 근무자들에게 요령 있게 권하는 수밖에 없다. 워낙 인식이 안 좋다 보니 한 마디 건네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모집인 B(51·여)씨는 “예전에는 하루에 10장, 20장씩 모집했는데 요새는 1~2장도 힘들다”면서 “현금을 주지 않으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 수입도 크게 줄어서 많은 동료가 떠났다. 남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아르바이트 하는 게 낫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12년 차 경력 카드모집인 C씨(58·여)씨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신용카드라는 말에 시작부터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토로했다.
케케묵은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토로도 나왔다. C씨는 “온라인에는 연회비 10배까지 캐시백한다는 광고가 널렸다. 우리는 음료수 한 병 사서 고객에게 건내는 것도 불법”이라며 “20년 전, 스마트폰도 없던 시대에 만든 법대로 영업하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집인을 통한 회원 유치 비중이 온라인에 밀려 과거보다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채널”이라면서도 “모바일·온라인 등 비대면 채널에 비해 모집 비용이 높은 점은 회사 입장에서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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