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값 폭등' 루머에 "비법 알려주겠다"…尹 놀래킨 6만6000평 [e즐펀한 토크]

최경호 2023. 4.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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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준비 상황이 훌륭하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해줄 수 있을 정도다.”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순천시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앞서 박람회장을 둘러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노관규 순천시장에게 박람회 준비 과정을 들으면서는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순천시가 홍수 예방용 저류지(貯留池) 19만5000㎡(약 5만9000평)를 도시 속 정원으로 만든 것에 특히 관심을 나타냈다. 차량이 오가던 강변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꿨다는 말에는 “지방공무원들이 일을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박람회 준비가 잘 됐다”는 취지였다.
전남 순천시내의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 차량이 달리던 예전 4차선 도로(왼쪽)와 폭 30~50m 규모로 잔디를 깐 현재의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축구장 9개’ 도심공원의 녹색 통로


순천시 내 아스팔트 도로를 녹지공간으로 만든 잔디밭이 지난 1일 개막한 정원박람회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린 아일랜드’로 명명된 도심정원은 차량이 달리던 4차선 도로 1㎞ 구간 위에 잔디를 깐 공간이다. 기존 도로와 갓길에 폭 30~50m 잔디를 심은 면적은 2만3871㎡(약 7220평)에 달한다.
정원박람회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그린 아일랜드의 크기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근 저류지 도심정원을 포함하면 총면적이 21만8871㎡(약 6만6208평)에 달해서다. 축구장(7140㎡) 9.2개를 합친 크기의 도심정원은 정원박람회장을 순천시 내까지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잔디를 심은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전국 사철잔디의 가격을 폭등시켰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전남 순천시내의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 현재도 곳곳에 기존 도로의 신호등과 가로등, 도로안내표지판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차 막힌다…잔디 깔지 마라” 시민 반발


관광객들은 그린 아일랜드 밑에 아스팔트가 여전히 깔렸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정원박람회가 끝난 후 다시 차도로 환원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설계다. 현재도 그린 아일랜드 곳곳에는 기존 도로의 신호등과 가로등, 도로안내표지판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린 아일랜드는 원래 정원박람회장 앞에서 남승룡로를 잇는 강변도로로 이용됐다. 남승룡로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동메달을 딴 순천 출신 남승룡의 이름을 딴 도로다.

그린 아일랜드는 지자체의 역발상이 돋보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반대 민원과 도심정원 조성을 동시에 충족시킨 사례로 꼽힌다. 당초 순천시는 “차량 정체가 심해지니 차로를 막지 말아라”는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특별한 설계를 고안해냈다. 기존 아스팔트 위에 흙(10㎝), 자갈(20㎝), 모래(30㎝) 등을 덮은 뒤 잔디를 까는 방식이다.
전남 순천시내의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 야경. 차량이 달리던 4차선 도로 1㎞ 구간 위에 폭 30~50m 규모로 잔디를 깐 공간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아스팔트 덮은 힐링공간” 존치 목소리


순천시는 박람회 개막 후 주민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차량이 달리던 시커먼 도로 대신 녹색쉼터가 생겼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도심 속 힐링공간을 존치하자”는 여론에 순천시의회 등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그린 아일랜드는 차량보다 자연과 사람을 먼저 생각한 정원박람회의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어떤 도시든 차도를 잔디밭으로 만들 생각이 있다면 조성 비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시내의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 야경. 차량이 달리던 4차선 도로 1㎞ 구간 위에 폭 30~50m 규모로 잔디를 깐 공간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1만채 아파트촌 코앞까지 “도심정원”


그린 아일랜드는 정원박람회 개장과 함께 유명세를 탄 콘텐트이기도 하다. 순천시는 총 1만여채의 아파트촌과 인접한 도심정원에서 박람회 개막식을 치렀다. 10년 전 정원박람회가 치러졌던 박람회장을 도심 쪽으로 확장한 컨셉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2013년 111㏊ 규모였던 박람회장이 193㏊로 73%(82㏊)가량 커졌다.
올해 정원박람회는 크게 3개 권역에서 치러진다. 해안가인 순천만습지와 순천 도심권(도심정원) 사이에 정원박람회장을 차린 구조다. 그린 아일랜드는 박람회장과 올해 확장된 도심정원을 잇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동안 4차선 도로인 남승룡로로 단절됐던 국가정원과 도심을 잔디밭으로 연결한 결과다.
전남 순천시내의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 차량이 달리던 4차선 도로 1㎞ 구간 위에 폭 30~50m 규모로 잔디를 깐 공간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감도. 해안가인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 순천 도심권(도심정원) 등 크게 3개 권역에서 치러진다. 사진 순천시


박람회장, 도심과 순천만 막는 인공정원


원래 순천만국가정원은 5㎞ 거리의 순천만을 보존하기 위해 조성됐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보호하려 도심 외곽을 꽃과 나무로 차단한 게 박람회장이다. 10년 전 박람회가 치러진 국내 최대 인공정원은 2015년 9월 국내 제1호 국가정원이 됐다.
국가정원과 인접한 순천만은 생태·자연체험장으로 이름난 곳이다. 22.4㎢의 갯벌과 5.6㎢의 갈대 군락지에 조류 252종과 동식물 1600여종이 살아간다. 두루미 1만여 마리의 군무와 짱뚱어·게 등이 공존해 생명의 땅이라고 불린다.
전남 순천시내의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 현재도 곳곳에 기존 도로의 신호등과 가로등, 도로안내표지판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노관규 전남 순천시장이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를 기획한 배경과 식재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개막 후 7일새 50만명 돌파 ‘잭팟’


순천만정원박람회는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글로벌 정원축제다. 제1회 박람회 때는 440만여명이 순천을 찾아 정원의 가치와 매력을 체험하고 갔다.

올해는 ‘정원에 삽니다’라는 주제로 오는 10월 31일까지 순천만 일원에서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범유행 후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벤트에는 개막 일주일째인 7일 오후 6시 현재 52만4253명이 다녀갔다.

순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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