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매워지자 잘 팔린다…'거실 위 코끼리' 다이어트 특명

고석현 2023. 4.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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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좁은 거실이나 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안마의자 '힐링미 파타야'를 3일 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 LG전자


안마의자 업계가 ‘코끼리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집도 좁은데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해서 골칫덩이”라는 소비자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부피·크기를 줄이면서도 갖출 건 다 갖춘 ‘작고 매운 고추’로 안방 시장을 새롭게 공략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콕’ 트렌드를 타고 누렸던 호황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타깃을 찾아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3일 콤팩트 안마의자 ‘힐링미 파타야’를 출시했다. 전작인 ‘힐링미 타히티’ 보다 높이는 14㎝, 폭은 6㎝ 슬림해져 좁은 거실이나 방에도 설치 가능한 게 특징이다. 안마의자 뒷면과 벽 사이에 5㎝의 공간만 있으면 안마의자를 최대로 눕힐 수 있어 공간활용도가 높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백승태 LG전자 H&A사업본부 리빙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신제품은 다양한 공간에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는 콤팩트하고 조화로운 디자인으로 더 많은 고객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끼리 다이어트’는 업계의 공통적 고민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안마의자가 크고 무거워 제품 구매를 꺼리는 소비층이 많았다”며 “신규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선 면적이 작은 집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품을 콤팩트하게 만들면서도 기존 헬스케어 기술을 집약적으로 담는 기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다. 여기에 젠Z(generation Z, Z세대)나 1~2인 가구 등을 사로잡기 위해 리클라이너 스타일 디자인 안마의자 제품도 확대되고 있다.

바디프랜드 ‘캐슬’(맨왼쪽), SK매직 ‘패브릭 소파형 안마의자’(가운데), 코웨이 ‘비렉스 안마의자 마인’ 등은 기존제품보다 중량·부피를 줄인 제품이다. 사진 각사


바디프랜드는 무게 87.4㎏의 경량형 제품 ‘캐슬’을 내놨다. 동급 프리미엄 라인 제품 중 무게가 가장 가볍다는 설명이다. 제품 하부엔 바퀴를 달아 거실·침실·서재 등 원하는 위치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사무직, 드라이버, 군인·경찰 등 직업군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코스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SK매직은 ‘패브릭 소파형 안마의자’를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5% 줄였는데 팔·다리 안마가 가능한 완전형 제품 중에선 업계 최소 사이즈”라는 게 SK매직 측의 설명이다. 방석과 등받이 부분은 ‘탈부착식 탑퍼’를 추가했고, 변색에 강한 패브릭 소재를 적용해 생활 오염을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코웨이도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약 47% 줄인 ‘비렉스 안마의자 마인’을 지난해 말 출시했는데 약 두 달 만에 초도 물량이 모두 팔렸다. 안마의자이지만 필요에 따라 리클라이너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코웨이 측은 “‘마인’의 인기에 힘입어 올 1분기 전체 안마의자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라잼은 가로 65㎝, 높이 112㎝ 크기의 리클라이너 스타일 안마의자 ‘파우제’로 콤팩트 시장 문을 열었다. 회사 측은 “기존 안마의자가 부피가 크고 인테리어를 해친다는 소비자 요구가 많아 새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현재 파우제 제품 출고량은 제품을 처음 출시한 2020년보다 2~3배 가량 성장했다”고 밝혔다.

바디프랜드·코지마·휴테크 등 3개 업체가 약 80%(2021년 기준)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중견 전문기업 위주로 성장세를 이어왔던 안마의자 시장에 최근 SK·LG 등 대기업까지 나서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대기업은 중견 전문기업의 벽을 깨기 위해 기존 가전라인과 결합하거나 랜털(대여)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업계가 신제품 경쟁을 지속하는 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안마의자 시장은 2027년 46억 달러(약 6조513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인접국가(15~25%)보다 낮은 국내 안마의자 보급률이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안마의자 보급률은 아직 8~10% 정도여서 성장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요인 중 하나”라며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타깃 맞춤형 신제품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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