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정통교회 탈을 쓴 이단·사이비 적색경보

임보혁 2023. 4. 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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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간판까지 도용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A씨는 새로 정착할 교회를 찾다가 집 근처에 ‘대한예수교장로회’라고 적힌 한 교회를 찾았습니다. 상가 건물에 입주한 그리 크지 않은 교회였습니다. 교회라면 으레 볼 수 있을법한 건물 위 십자가가 보이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A씨는 교회에 몇 번 출석하고 나서야 그 교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 이름을 도용한 사이비·이단 종교단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많은 사이비·이단들이 이처럼 정통교회의 이름과 간판을 도용해 내세우면서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복음선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대한예수교침례회’ ‘기독교복음침례회’…. 개신교를 표방한 국내 종교 단체가 주로 사용하는 명칭들입니다. 이 중에 과연 정통교회로 볼 수 있는 명칭은 몇 개나 될까요. 정답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한 곳뿐입니다. 합동, 통합 등과 같은 수십 개의 교단으로 다시 또 나뉘는 흔히 ‘장로교’라 부르는 교단입니다.

‘기독교복음선교회’는 최근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교주의 비위가 드러난 JMS가 쓰는 명칭입니다. ‘세계복음선교협회’는 안상홍증인회라고도 알려진 하나님의교회가 쓰고 있고, ‘기독교복음침례회’나 ‘대한예수교침례회’는 구원파라 불리는 단체가 씁니다. 이들 모두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입니다. 모두 기독교임을 내세우지만, 정통교회의 교리를 비틀고,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엄밀히 말하면 정통교회와는 다른 종교라 볼 수 있습니다.

일반 기업도 상표를 다른 기업이 유사하게 도용해 분쟁을 겪듯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교회는 수많은 교단으로 나눠진 특성상 서로 겹치지 않고자 교단 명칭을 몇몇 글자만 바꾼 채 각자도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사이비·이단은 그 틈을 타고 들어 교묘하게 기존 정통교회와 유사한 이름을 써가며 사람들을 미혹하기에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한 명확히 분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사이비·이단 종교의 폐해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이런 현실로 인해 일반인은 물론 정통교회 성도들조차도 이단 종교를 제대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단이 스스로 ‘OO교회’라 부르며 개신교를 표방해도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현실도 문제입니다. 일부 이단은 정통 개신교단의 로고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도 하지만, 전국 동네 곳곳으로 숨어든 이들을 모두 발본색원해 소송해가며 제재하기란 더 쉽지 않습니다.

많은 이단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교회가 늘 이단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신자들이 올바른 정통 교리를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외칩니다. 틈틈이 이단 교리가 왜 문제인지를 정통 교리와 비교해가며 예방 교육하는 등 신자들이 바른 신앙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신자들도 기성교회 밖에서 이뤄지는 성경공부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며, 교회를 옮길 때나 새로운 단체의 활동에 참여할 때는 주최 측의 정확한 명칭은 무엇인지, 사이비·이단 종교와 연관된 곳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현대종교(탁지원 소장)나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협회장 진용식 목사)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생경한 단체의 이름을 검색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근 교계에는 사이비·이단 종교 피해자들과 전문가들이 서로 연대해 이른바 ‘사이비종교 규제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명운동을 벌이며 국회에 “사이비종교 피해는 종교의 범주가 아니라 사기범죄의 하나로 인권을 크게 침해하고 종교를 소재로 이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판단해달라”며 법 제정을 요청했습니다.

‘종교’란 탈을 쓰고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넘어서는 위법을 자행하는 사이비·이단 종교에 피해를 본 이들의 외침에 국회가 귀를 기울여줬으면 합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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