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선출, 토론회·영남결집·실무능력이 갈랐다
윤재옥 65표, 김학용 44표…깜짝 결과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윤재옥(3선·대구 달서을) 의원이 김학용(4선·경기 안성) 의원을 누르고 선출됐다. 당초 '친화력·수도권'이라는 강점을 보인 김 의원이 다소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동료 의원들은 TK(대구·경북) 출신에 실무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윤 의원을 택했다. 경선에 앞서 치러진 두 후보의 합동토론회도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7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 경선을 실시했다. 총 109표 가운데 기호 1번 김 의원이 44표를, 기호 2번 윤 의원이 65표를 얻었다.
당초 이번 선거는 두 후보가 모두 '친윤(親尹)'을 표방하며 계파 대결 양상이 없었던 만큼, 결과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백중세라는 분석이 많았다. 두 후보의 차별점은 '수도권'과 'TK'라는 지역구도에 있었지만 이 또한 막상막하였다. 김 의원은 다가오는 총선 승리를 위해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주장했지만, 김기현 지도부 출범 이후 나오는 당내 'TK 홀대론' 또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날 두 후보의 합동토론회에서 윤 의원에게 마음이 쏠린 의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초선부터 재선·중진까지 선수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의원들이 "합동토론회를 듣고 윤재옥 의원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동료 의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 구체적이고 꼼꼼한 공약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의원은 이날 합동토론회에서 "현역 의원 누구도 물갈이를 위한 물갈이 대상이 되거나, 경선도 못해보는 억울한 일을 당해선 안된다"며 "공천에 억울함이 없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공천 시즌 가장 먼저 물갈이 지역으로 거론되는 TK·PK(부산·울산·경남)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마음을 두드린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현역 의원들과의 '가교' 역할도 자처했다. 윤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상황실장을 맡는 등 윤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그는 "의원들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 나가겠다"며 "대통령과 함께 하는 지역별 또는 상임위별 간담회를 열어, 국정과제 추진 동력을 만들고 국정 지지율도 더욱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김 의원이 주장하는 수도권 원내대표론도 '위트' 있게 받아쳤다. 김 의원이 "수도권에서 원내대표가 나오면, 국민에게 (수도권을 챙긴다는) 메시지는 분명할 것"이라는 말에 윤 의원은 "김 의원이 수도권 원내대표를 많이 주장해서 데이터를 한 번 찾아봤는데, 우리 당이 수도권 원내대표였을 때 선거에서 이긴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동료 의원들도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현장 당일 10~15표 정도 변동표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던 한 초선 의원은 "선거 판세가 막상막하였던 만큼, 오늘 토론회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김 의원과 윤 의원의 강점은 분명하게 나뉘었다. 김 의원은 '특유의 친화력', 영남 당대표와 수도권 원내대표라는 '전국적 균형' 등이 큰 장점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3월 9일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한 김 의원은 부지런하게 동료 의원들을 만나며, 비교적 일찍부터 원내대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재선 의원은 "김 의원이 열심히 동료의원들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1년에 불과하다"며 "동료들과 2년 넘게 동고동락한 윤 의원의 시간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윤재옥 의원은 경찰 공무원 출신으로, 지난 김성태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원내수석부대표 시절 '드루킹 특검'을 통과시킨 이력 등 일처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중진 의원은 "내무관료 출신으로 꼼꼼하고 정확한 일처리로 원래 정평이 났다"고 했다.
여기에 당내에서 TK홀대론이 불거지자 TK표가 결집한 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지도부에 TK 현역 의원은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된 강대식 의원이 유일하며,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은 원외 인사라는 한계가 있다.
TK를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를 찾는 법"이라며 "아무래도 동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TK 의원들의 표심이 윤 의원에게 모였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더 나아가 PK를 지역구로 둔 의원은 "TK 뿐 아니라 영남이 결집한 효과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가오는 총선 등에서 공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국민의힘 115석에서 영남은 57석에 달한다.
다만 윤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내 TK 홀대론이 당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당 안에서 다같이 함께 가야 되는데, 당내 선거로 지역간 미묘한 불편함이 생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지역 얘기는 안해왔다"고 했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를 '친윤계 분화' 혹은 '친윤계 역풍'으로 보는 시각도 나왔다.
당내에서는 일찍부터 김학용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원내수석부대표를 친윤계 김정재 의원이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논란이 되자 김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선언에서 "지금 나오는 원내수석 하마평은 내 생각과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끝내 이에 발목이 잡혔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제원·김정재 의원 등 친윤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김학용 의원을, 또다른 친윤 의원은 윤재옥 의원을 민다는 얘기들이 나왔다"며 "친윤계 분화가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은 "윤재옥 의원 승리라는 결과만 놓고 해석해 본다면, 당내에서 친윤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장제원 의원 파워에 대해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일 수도 있겠다"라고 했다. 또다른 의원도 "최근 재보궐선거가 기대보다 낮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느냐"며 "총선을 앞두고 당내 메인스트림(주류)에 대한 반발 작용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옛 '김무성계'에 대한 반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학용 의원은 2014년 7·14 전당대회로 출범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 때 대표비서실장을 지내,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과 함께 대표적인 옛 김무성계 인사로 분류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몇몇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김학용을 도와달라"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무대(김무성 대표의 줄임말)가 언제적 무대냐"며 "옛 사람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선거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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