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금 55억 추가 환수 청신호… 法 "오산땅 공매대금 검찰 배분 문제없어"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신탁한 부동산의 공매대금을 검찰에 배분한 처분에 불복해 신탁사가 무효·취소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미납 추징액 중 55억원 정도를 추가 환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7일 교보자산신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공매대금 배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교보자산신탁은 주위적으로는 배분처분의 무효 확인을, 예비적으로는 배분처분의 취소를 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재판부는 "경기 오산의 부동산을 압류한 처분과 부동산 매각 대금 가운데 총 55억원을 세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에 배분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교보자산신탁에 맡긴 오산시 임야 5필지 가운데 3필지 땅값의 추징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 집행을 위해 이 사건 각 부동산인 오산시 임야 5필지가 공무원범죄몰수법상 '불법재산'에 해당하고, 신탁사인 교보자산신탁이 그 같은 정황을 알면서 취득했다고 봐 2013년 8월 14일 형사소송법 제447조 4항에 따라 국세징수법상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각 압류했다. 해당 임야는 2017년 공매에 넘겨져 추징금 몫으로 75억6000만원이 배분됐다.
이에 교보자산신탁은 같은 해 7월 압류를 취소하라며 '압류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엔 3필지의 공매대금 배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이 작년 7월 검찰의 압류가 정당하다고 판결해 2필지의 땅값 20억5200여만원은 국고로 귀속됐지만, 배분처분 취소 소송이 걸린 3필지에 대해서는 아직 환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교보자산신탁은 이번 소송에서 압류처분에 당연무효의 하자가 존재하고, 그 하자가 각 배분처분에 승계되기 때문에 배분처분이 무효이거나,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크게 3가지 하자를 주장했다.
먼저 교보자산신탁은 이 사건 부동산들이 전 전 대통령이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뇌물에 포함되거나 그 대가로 얻은 재산이라고 볼 수 없어 공무원범죄몰수법 제2조 4호의 '불법재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설사 불법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그 같은 정황을 알고 취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징 대상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앞서 진행된 압류 무효 소송에서의 법원 판단을 원용하며 "이 사건 부동산은 전 전 대통령이 부인이나 아들의 명의를 차용해 소유하고 있었던 불법재산에 해당하고, 원고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당시 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들과 전 전 대통령과의 관계와 전 전 대통령에게 미납 추징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이 불법재산이라는 정황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로 교보자산신탁은 공무원범죄몰수법에서 추징 집행을 허용하고 있는 '불법재산 등을 취득한 범인 외의 자'에 상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제3자는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조항에서의 '취득'은 종국적인 재산의 귀속으로 한정해서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신탁재산의 이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 목적과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의 취지 등에 비춰 보면,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불법재산을 철저히 환수하기 위해서는 제3자가 불법재산등에 해당한다는 정황을 알면서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우 그 제3자가 상당한 대가를 지급했거나 재산이 종국적으로 귀속되지 않았더라도 불법재산 등에 대해 추징의 집행을 할 필요성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교보자산신탁은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따른 이 사건 각 압류처분은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이외에는 신탁재산에 대해 강제집행, 보전처분 또는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신탁법 제22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범죄를 통해 취득한 불법재산 등을 정황을 아는수탁자에게 신탁계약을 통해 이전했는데도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이 금지된다는 이유로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를 적용해 추징의 집행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게 되면,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 목적이나 이 사건 조항의 신설 취지를 몰각시키게 되고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신탁의 방법으로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추징의 집행을 면탈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되며, 이러한 방식으로 신탁제도가 남용될 경우 신탁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려 궁극적으로 신탁제도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그 정황을 아는 수탁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해 불법재산 등의 소유권을 신탁했다면 이는 신탁제도를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보호할 필요가 없으므로 신탁법 제22조 1항 본문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밝혔다.
한편 교보자산신탁은 범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몰수나 추징을 포함한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범인에 대해 재산형 등의 집행을 할 수 없고,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검사가 집행불능 결정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이 2021년 11월 23일 사망한 만큼, 이후 검사의 추징 집행은 불가능하며, 이 사건 각 배분처분은 그 자체로 무효이거나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재파부는 먼저 "행정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행정처분이 행해졌을 때의 법령과 사실 상태를 기준으로 해서 판단해야 하고, 처분 후 법령의 개폐나 사실상태의 변동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을 원용했다.
그러면서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이전인 2018년 2월 14일, 같은 해 9월 6일, 12월 6일에 적법하게 이뤄진 이 사건 각 배분처분이 전 전 대통령의 사망이라는 처분 이후에 발생한 사실관계의 변동으로 소급적으로 위법하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 전 대통령의 사망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집행절차의 속행을 할 수 없는 사유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이 사건 각 배분처분 자체를 위법하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국가가 지금까지 전 전 대통령에게서 환수한 추징금은 1282억2000만원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검찰은 추가로 55억원을 환수할 수 있게 된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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