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화영 재판 기록 유출 알았나…검찰 "다수당 대표의 왜곡"

최모란, 손성배 2023. 4. 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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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검찰대책위)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 수사 자료를 기자회견에 활용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이재명 대표도 이 자료를 인지하고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검찰은 7일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민주당이 검찰 자료를 입수한 경위를 파악해 달라”고 재판부에 석명을 요청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검찰의 기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도 검찰대책위 기자회견 전 ‘문서’ 언급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오전 9시30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사건 조작이 점입가경”이라며 “‘대북 경제협력 사업의 계약금으로 500만 불을 1월, 그리고 2월 중으로 지급한다’라고 하는 문서도 있다”고 말했다.

4시간 뒤인 오후 1시20분 민주당 검찰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그룹이 북에 전달한 500만 달러는 쌍방울의 북한 사업 체결을 위한 투자금이 명백하다”며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나노스의 투자유치보고서(IR) 자료를 공개했다. 이 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과 같은 내용이다. 민주당 검찰대책위가 기자회견을 하기 전 이 대표가 “해당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해당 기자회견문은 이날 현재까지 민주당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검찰대책위에 소속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해당 자료는 우리 의원실에서 작성하지 않았다. 자료 출처 등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검찰대책위 박성오 기획위원장(왼쪽부터), 박범계 위원장, 김승원 의원. 뉴스1

검찰 “다수당 대표의 왜곡…심각한 침해 행위”


문제는 이 자료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해 법원에 제출한 증거 기록이라는 점이다.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직접 확보한 자료다.

형사소송법은 ‘열람 등사를 한 피고인·변호인은 그 조서를 다른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교부 또는 제시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날 오전 자유대한호국단은 검찰 수사 자료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박범계 민주당 검찰대책위원장 등을 형사소송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검찰은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이재명 대표의 발언과 민주당 검찰대책위의 수사 기록 공개에 대해 항의했다. 형사소송법 위반 뿐 아니라 공무상기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게시된 자료가 검찰이 법원에 낸 소송 자료라는 게 명백하다는 사실을 밝히며 소송 자료 일체가 민주당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의심도 했다.

공판에 참여한 수사 검사는 “증인신문 조서 속기록이 유출돼 재판부에서 재발방지 경고를 하고 유출 경위를 파악한 게 3월 21일이었는데, 그 다음날인 22일엔 아예 사건 증거가 유출돼 민주당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제3자인 다수당 대표가 최고위에서 사건 증거를 가지고 왜곡된 사실을 발언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 측 서민석 변호사는 “문제가 되기 전까지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현근택 변호사가 달라고 해서 주라고 한 적이 있다”며 “현 변호사가 모든 자료를 민주당에 제출했는지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재판부 “소송 자료 무단 게시, 매우 부적절”


재판부는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조서 속기록 유출 논란을 빚은 뒤 재차 소송 자료를 무단 게시한 것으로 판단, 당혹감과 함께 우려를 표했다. 재판부는 “실정법 위반으로 가지 않더라도 이런 일은 재판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다시 한 번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혹시나 증거 기록이 유출된 사정이 있는 지 확인해달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마이크로매니징(지나치게 세부적인 업무까지 일일이 지시하는 태도)’이 역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친형 강제 입원 시도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도정을 챙기는 와중에도 변호사들에게 서면 방향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직접 변론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재판 녹취록을 공개한 데 이어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판 문서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이화영 재판 자료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 아니겠느냐”며 “특히 검찰 수사 기록 노출은 형사소송법으로 처벌 받을 수 있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하면서 공개한 쌍방울그룹 계열사 나노스의 IR자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에 대한 수사 자료다. 민주당 홈페이지 화면 캡처

최모란·손성배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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