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5년만에 감산…생산량 20% 이상 줄일듯
[한국경제TV 정재홍 기자]
<앵커>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산업1부 정재홍 기자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삼성전자가 결국 감산 카드를 꺼냈다는 것은 반도체 적자폭이 예상 보다 심각하다는 얘기 아닐까요.
<기자> 1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돌 것이란 건 충분히 예상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최소 2천~3천억 원, 많게는 1조 원까지 내다봤는데, 결과는 약 6천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오늘 사업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아서 증권사 추정치로 분석을 해보면요.
스마트폰 부문 약 3조 원, 삼성디스플레이가 9천억 원, 가전(VD/가전)이 4천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같은 기간 반도체 부문 적자가 최대 4조원 가량 나와서요. 결과적으로 전체 영업이익이 약 6천억 원 나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4분기 부터 감산에 돌입했지만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재배치 등 실질적인 생산량 조절 행동을 취하면서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버텼습니다.
D램, 낸드플래시 전세계 점유율 1위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감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지속됐습니다.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들이 쌓아놓은 메모리 반도체 재고평가손실이 확대되기 때문에 실적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올해부터는 전체 반도체 부문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감산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감산 동참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전체 공급량이 줄어드는 덕분에 업황 반등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겠죠.
<기자> 네.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급격하게 하락했잖습니까.
호황기 때 메모리 반도체를 소비하는 기업들, 예를 들면 데이터센터 업체 등이 이미 구매해놓은 재고가 많습니다.
이들이 구매해놓은 재고를 다 소진해야 소비가 늘어나고, 그래야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다시 상승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들이 재고를 소진할 시기에도 공급량이 너무 많으면 가격이 빨리 오르지 않아서 반등 시점도 뒤로 밀리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고객사들의 재고 소진 시점을 올해 7월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8인치 웨이퍼 환산기준 월 320만 장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연간 만들어내는 반도체 수만 1조 9천억 개(1Gb 환산기준)입니다.
지금처럼 만들면 고객사들의 재고소진 시점에도 물량이 넘친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감산을 결정한 겁니다.
반도체 업체의 감산은 통상 전체 생산능력의 20~25% 수준으로 결정됩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생산라인 재배치 등을 통해 20% 정도의 자연적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 정도의 자연적 감산에 다시 20% 수준의 인위적인 감산이 더해지면 삼성전자의 재고소진 속도가 더 빨라 질거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최근 반도체 바닥론도 나왔었잖아요. 이번 실적이 말 그대로 '최악의 성적표'가 되려면 다음 분기부턴 나아져야할 텐데요. 2분기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번 감산 결정으로 2분기 반도체 적자는 줄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업황 개선 신호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1분기에 20% 하락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0~15%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1분기에 삼성전자가 전사적인 영업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2월 조기출시한 갤럭시S23 시리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시장 특성상 출시 시점에 대규모로 판매되기 때문에요. 2분기에는 스마트폰 수익이 1분기 보다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디스플레이나 가전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시점도 아닙니다.
2분기에는 반도체 성적이 더 도드라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에 1분기 본실적을 통해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합니다. 구체적인 반도체 부문의 적자 규모와 재고상태 등을 확인하게 되면 2분기 실적에 대한 명확한 밑그림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앵커> LG전자도 잠정실적을 공개했는데요. '어닝쇼크'인 삼성전자와 다르게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평가입니다. LG전자 실적도 짚어주시죠.
<기자> 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20조 4,178억 원, 영업이익 1조 4,97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2.6%, 22.9% 감소했습니다.
수치만 보면 지난해 보다 못 한 성적이긴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에는 1회성 특허수익료가 수천억 원 가량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이었던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영업이익을 실현한 겁니다.
또 2009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입니다.
수익 개선 이유는 생활가전과 TV사업 수익개선, 전장사업 안정화를 둘 수 있습니다.
물류비 인하로 비용이 줄면서 가전(H&A)사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TV(HE)사업도 지난 연말부터 재고를 크게 줄인 덕에 올해 1분기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부터 안정화된 자동차 전장사업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실적 개선 이유로 꼽힙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행한 전사 '워룸'을 실행하는 등 비효율적인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해 온 결과로 이같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재홍 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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