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불사" vs "대통령 공약"…'간호법' 상정 앞두고 전운 감도는 의료계

이우림 2023. 4. 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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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23일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 앞에서 간호법ㆍ면허박탈법 저지를 위해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의협 제공]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 제정안(이하 간호법)이 오는 13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의료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줄곧 간호법 제정을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내부적으로 파업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하는 동시에 오는 8일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지도부와 만나 구체적인 파업 방식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박명하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부터 전체 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참여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내일은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대표들과 만나 어떤 시점에, 어떻게 파업을 진행할지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연대 “간호사 단독 의료 행위 단초 제공”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에서 참석자들이 '간호법 제정'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의협이 총파업 불사 의지를 보이는 건 오는 13일 열릴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포함돼 있던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를 떼어내 새로 만든 법안이다. 의협은 간호법 제정안 제1조(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에서 명시된 간호사 업무 범위가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로까지 확대되면 간호사가 단독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며 반대 의견을 견지해왔다.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고 있던 간호법은 지난 2월 보건복지위원회가 해당 법안을 본회의로 직회부하며 급물살을 탔다. 이후 지난달 23일 본회의 표결에서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부의가 결정됐다.


간협 “윤 대통령 공약”…거부권 행사 난항


2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를 위한 전국대표자회의 후 서울 시내에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간호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15일 이내 이의서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가 대통령실에서 돌아온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일반 법안 통과 기준(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보다 까다로운 '재적 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야 하므로 강력한 저지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 간호법과 유사하게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의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간호법의 경우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월 대한간호협회(간협)를 방문해 “(간호법 제정 요구) 숙원이 잘 이뤄지도록 저도 의원들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구두 약속을 해 거부권 행사가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간협에선 해당 발언을 근거로 “공약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당시 발언은 '대통령이 되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상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도의 의미 아니냐”며 “지금은 다른 직역들과의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측은 오는 13일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보건복지의료연대 13개 단체 지도부가 단식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다. 또 오는 16일 400만 회원이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대규모 전국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간협 측도 간호법 통과를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간협 관계자는 “양곡관리법하고는 매우 다른 사안”이라며 “여야 국회의원 3명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후 꾸준히 상임위에서 논의하며 합의된 내용이며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 본회의에 올라갔기 때문에 통과돼야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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