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0명 줄이자는 김기현... 승부수인가, 꼼수인가

박정훈 2023. 4. 7. 17: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거제 개편' 전원위 변수 될듯...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 엇갈려

[박정훈, 남소연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국회 전원위원회가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라고 '의원 정수 축소' 카드를 내밀면서 판을 흔들고 있다.

국회 전원위에선 '질의·토론은 폭넓게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나흘동안 총 100명의 의원이 발언한다. 의석 비율에 따라 민주당은 54명, 국민의힘은 38명, 비교섭단체는 8명이 배분됐다. 발언 시간은 7분(마지막날은 5분)이다.

전원위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채택한 3개의 안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 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논의한다. 이는 모두 현행 300석의 의원 정수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김기현 대표가 6일 돌연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전원위원회 논의에서 의원 수를 감축하는 것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면서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주장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만약 '의원 정수 축소안'을 국민의힘이 밀어붙일 경우 여야가 이어온 선거제 개편 논의가 어그러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관련 기사: 김기현 "30명 이상 줄일 수 있다", 의원정수 축소 천명 https://omn.kr/23enz ).

여당 내부에서도 갑론을박... "중대선거구제 하면 가능" vs. "포퓰리즘"
 
▲ 국회 정개특위, 전원위 올릴 선거제 개편안 의결 남인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국회 의원정수 300명 동결을 전제로 한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릴 선거제 개편안을 의결하고 있다.
ⓒ 남소연
김 대표의 '의원 정수 축소' 제안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친윤계 재선으로, 신임 원내수석부대표 후보군으로 꼽히는 김정재 의원은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의원정수 축소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기현 대표는 당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의원 정수 감축을 얘기해 왔다"라며 "국회의원 정원을 축소하는 국민 여론이 한 60%다. 충분히 줄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원위원회에서 논의될 세 가지 안에서 중대선거구제 있지 않냐"라며 "중대선거구제를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통과한다면, (의원 정수를) 줄일 수 있는 여력이 된다"라며 "비례대표를 줄이든 지역구를 줄이든지 선거제도가 바뀌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론으로 추진 가능한거냐'라는 질문에는 "의원들하고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지역구에 국회의원 수를 줄이려 그러면 저항이 있다"라며 "당론으로는 쉽지 않을거라고 본다. 논의가 전혀 안 됐기 때문에 한 번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고 답했다.

같은 당 이용호 의원은 반면 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의원 정수 축소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의원은 "비례대표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다"라며 "김기현 대표가 말한 것은 '비례를 줄여버려야겠다', 그런 차원에서 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전원위원회 토론에서 여러가지 논의가 될 것이다"라며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7일 MBC '2시 뉴스외전'에 출연해 "(김 대표의 발언은) 뜬금없는 주장이고, 약간 '포퓰리즘'이다"라며 "국민들이 국회의원 싫어하니까 숫자 줄이자고 하면 좋아한다? 그런데 국회의원 숫자 줄이면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의 특권은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위원장은 "(의원 숫자를) 270명으로 줄여도, 270명이 엉망이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더 좋은 형태의 인재들을 더 공정한 경선을 통해서 (어떻게) 잘 선보일까하는 본질적인 내용을 다뤄야 하는데, 너무 포퓰리즘적으로 훅 던진 급한 수다. 조급해 보이는 면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야당 "무개념하고 무책임"... "가이드라인 주려는 거 아니냐"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전체모임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야당은 김 대표의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럴 바에야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고 국회의원 100명을 줄이자는 얘긴 왜 안 하느냐"라며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의원 정수(축소)'를 무슨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김기현 대표는) 집권 여당의 당대표로서, 의원 정수 축소가 당의 공식 입장인지부터 밝히라"라며 "무개념하고 무책임한, 그래서 인기에만 영합하고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고 하는 모습은 결코 국민에게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6일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당 대표가 본인 생각을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원위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주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라며 "인기영합주의로 정치 개혁 의지를 꺾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김기현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재랑 대변인은 6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김 대표의 발언은, 위기 수습을 못 하자 정수 얘기로 영합하려는 속셈"이라며 "노느라 욕먹은 학생이 공부 잘할 생각은 안 하고 학교 없앨 궁리만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국회의 다양성·대표성 증가를 위해 초당적 모임까지 결성되어 애쓰고 있는데, 김 대표의 한마디는 전원위에 참석하는 국힘 의원들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라며 "김 대표는 여론에 편승해 선거법 개혁에 대한 의지를 꺾을 생각 말고, 본인에게 주어진 숙제나 열심히 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배 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은 '의원정수 확대'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탄희 민주당 의원 역시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정수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힌만큼, 향후 전원위에서는 '의원 정수 확대' 주장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