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락사무소·군통신선' 모두 불통…北, 의도적 차단 했나?
북한이 7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가 지난달 13일부터 최신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며 연합훈련을 진행한 것은 물론 정부가 전날 개성공단 내 남측 자산의 무단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발송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 9시 연락사무소 간 업무 개시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우리측 구간 통신선 점검 결과 이상이 없는 바, 북측 구간에서의 통신선 이상 가능성 등을 포함하여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남북은 평시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동·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매일 오전 9시 개시통화, 오후 5시 마감통화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같은 선로를 사용하는 판문점 기계실 간 통신선도 응신이 없었다고 한다. 또 이날 동·서해 군 통신선도 정기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간 업무 개시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지난해 10월 4일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북측 지역의 기술적 문제로 통신연락망이 일시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지난 4~6일 내린 비로 인한 통신선로 장애 등 기술적 문제가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연락사무소 간 마감통화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남북이 양측간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고 돌발 사태에 따른 파장을 완화하기 위해 운영해오던 상시 연락채널의 단절이 길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이날 오후 "오늘 오전 9시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에 이어, 오후 5시 마감 통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향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날 남북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은 것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과 한·미를 상대로 한 '강대강 정면승부'''대적투쟁' 등 강경기조로 이어지던 국면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발사 훈련을 참관하면서 "대규모 군사연습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에 그 무모성을 계속 인식시킬 것"이라며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오는 15일 111주년을 맞는 김일성 생일(태양절) 전후에 군사정찰위성발사 또는 ICBM 정상각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북한은 과거에도 일방적으로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단절한 사례가 있다. 그리고 일방적인 소통 단절은 도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북한은 2020년 6월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날) 12시부터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ㆍ폐기하게 된다"고 통보했고, 통보 직후 남북간 연락 채널을 모두 차단했다. 이어 북한은 통신선을 단절 통보 1주일 뒤인 6월 16일 개성공단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당시 단절됐던 남북간 통신연락선은 남북 정상이 친서(親書)를 통해 직접 합의한 끝에 13개월 만인 지난 2021년 7월 27일에야 재개됐다. 이후에도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14일 만인 8월 10일 끊었고, 약 두 달 뒤인 지난해 10월 4일 다시 연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남북연락사무소 간 통신망의 기술적인 문제일 경우 동·서해 군 통신선 중에 하나라도 통화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례적"이라며 "북한이 관련한 입장 조차 내놓지 않은 만큼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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