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히 지는 건 없음을 보여주는 '리바운드'

김초롱 2023. 4. 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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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바운드>

[김초롱 기자]

 영화 <리바운드> 관련 이미지.
ⓒ 넥슨코리아
 
아. 세상사 왜 이렇게 힘들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살다보면,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나 싶은 순간이 한 번도 아니고, 그것도 연달아 몰아닥치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것이 인생이라면 인생을 굳이 견디고 감내하며 살아갈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나는 이 영화를 만났다. 

내가 뭐라도 될 수 있을 줄 알았던 꿈 많던 어린시절. '나는 내가 이 세상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생각했던 그때. 세상사 내 마음같지 않은 거구나, 이게 뭔가요 어머니 아버지 있잖아요, 내 인생은 실패한 것 같아요,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것 같아라고 나즈막히 고백하고 싶을 때. 

이 영화가 내게 말을 건네 주었다. 다시, 할 수 있다고. 이 세상엔 명확하게 지는 것도 없고. 명확하게 이기는 것 또한 없는 거라고. 실패라고 생각하고 멈추는 순간, 진짜 여정은 끝나지만 넘어졌을 때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서 도약으로 삼으라고. 그러면 다시 길이 보인다고. 그러니까 다시 일어나라고. 너는 아직 젊고. 무궁무진하고, 인생은 길다고. 

실화에 기반한, 언더독의 리바운드(실패의 순간을 기회 삼아 성공시키는) 이야기. 
이 한 문장으로 영화 리바운드를 설명할 수 있다. (언더독, under dog,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여서 경기나 싸움, 선거 따위에서 질 것 같은 사람이나 팀.)

나는 이 영화가 실제로 대한민국 어디선가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좋았다.
동화처럼 밝고 슬픔 따위는 없는 무조건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고 심드렁해하는 어른이 돼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일이래 하는 순간 나의 모든 편견과 생각이 하나하나 부서지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고 왠지 내게도 그런 희망이 일어날 것만 같다. 그런 이유로 <리바운드>를 보는 내내 나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했다. 

2012년, 부산의 한 고등학교 농구부에서 있었던 이야기. 모두가 외면하고, 잘 될 리 없다고 모진 말을 듣던 감독과 그 팀원들. 다른 팀들은 교체 선수까지 포함해 13명을 기본으로 하는데, 아무도 들어오겠다는 선수가 없어 딱 한 경기 정원인 5명으로 만들어진 팀. 그렇게 교체 한 번 없이 모든 선수가 결승까지 모든 경기를 다 뛰어내며 체력의 한계를 보이고, 숨 꼴딱꼴딱 넘어가는 농구부 선수들과 그들을 이끄는 감독의 이야기다.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것 없는 팀의 아슬아슬한 이야기가 보는 내내 이상한 위로가 된다. 그리고 속으로 외친다. 제발, 포기하지만 마. 다시 일어나.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라고 할지 몰라도, 세상 이야기는 다 그런 것이다.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와닿게 만드느냐 차이가 아닐까. 

내가 거대 권력이었더라면, 내가 돈이 많았더라면, 내가 천재였더라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을 안 해본 사람들이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오버독에 속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가진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을 터. 그러니 사람들은 대부분 언더독의 상황에서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더독이 약자의 위치라고 생각해 소수의 특정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가' 반전과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슴 벅차는 이야기, <리바운드>. 

돌아보면 늘 언더독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응원했고, 동경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거대 자본없이 자신의 능력와 재능만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인디씬의 많은 뮤지션들과 독립영화계, 1인 출판사, 그 밖에도 끊임없이 세상을 설득하고 스스로를 증명하려 노력하는 많은 개개인들. 

그러다가 한 번씩 터져나오는 언더독의 반전과 반란이 나를 눈물나게 행복하게 했다. 이름이 그게 뭐냐며 놀림받고 다음 앨범은 기약 못할 것 같다던 방탄소년단의 초창기부터 팬으로서 성장을 지켜보며 끝끝내는 그래미어워즈를 넘어 앨범을 냈다하면 빌보드 1, 2위는 따논 당상으로 차트인 하는 모습이 그랬고, 홍대 라이브 클럽을 전전하던 홍대 인디 밴드였던 잔나비가 성장해 방탄소년단을 누르고 1위로 차트 진입을 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들의 성장이야기가, 마치 나의 성장이야기처럼 들리는 마법, 그러니까 너도 할 수 있어. 포기하지만 말라고 들리는 듯한 행복한 환청. 

그래, 내가 이래서 언더독 이야기를 좋아했었지. 언더독은 불가능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지. 단순히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희망이 아니라, 끊임없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나의 의지에 대한 이야기였지.

지난해 말부터 전국이 <슬램덩크>의 귀환으로 난리일 때, 나는 그 귀환에 동참하지 못했다. 모두들 학창시절 <슬램덩크>에 빠져서 인생 작품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그 학창시절 동안 침 흘리고 자기만 하느라 바빴던 건지. <슬램덩크>를 읽어본 적도, 읽을 생각도, 없었더랬다. 그런 이유로 <슬램덩크>의 화려한 컴백에도 그 대단한 환영 분위기에 혼자 멀뚱멀뚱, 외톨이처럼 공감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며 둥둥-부유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리바운드>를 보고 역으로 농구에 관심이 생겨 <슬램덩크>도 한번 읽어보고, 봐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농구 이야기의 전설처럼 여기는 <슬램덩크>를 뒤로하고, 그런 전설은 내게 아무 의미 없다고. 현재의 내게 영향을 끼쳐서 농구가 이렇게 재밌는 거였네 깨닫게 해준 <리바운드>가 내게 전설이라고. 외치고 싶다. 

<슬램덩크>가 흥행하는 것은 당연한 오버독의 이야기라면, <리바운드>가 흥행한다면 또 한 번의 언더독 반란이 되지 않을까. 나는 다시 한번, <리바운드>를 통해 그러니까 너도 할 수 있어 라는 '행복한 환청'을 듣고 싶다. 

개인적으로 어느때보다 무거운 마음과 어둠속을 헤쳐나가고 있는 듯한 지금의 내게, <리바운드>는 청량했고, 가슴이 뜨거워지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세상에 영원한 실패와 영원한 성공은 없으니 그 까짓거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고 이야기 해준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언더독들에게, 아니 지금 세상 사는 게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포기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외로워 마세요, 여기에 당신의 마음을 달래줄 이야기가 있어요. 보고 희망을 찾기를 바라요. 마음껏 넘어지고 그 자리에서 다시 튕겨져나오듯 도약하세요. 말 그대로. Re(다시), bound(일어나세요). 리바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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