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국 진출 앞둔 한국 게임들, 경쟁력이 있을까?
오랜만에 한국 게임 시장에 중국발 훈풍이 불고 있다.
올해 초 ‘메이플스토리M’, ‘로스트아크’ 등 7종의 게임이 외자 판호를 획득한데 이어, 3월에도 ‘쿠키런 킹덤’, ‘블루아카이브’ 등 5종의 게임이 외자 판호를 획득하면서 중국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텐센트 올해 기대작 공개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로스트아크’를 필두로, ‘에픽세븐’, ‘블루아카이브’, ‘A3 스틸 얼라이브’ 등이 중국내 사전 예약 이벤트를 시작했으며, 데브시스터즈도 ’쿠키런 킹덤’ 중국 서비스를 위해 창유, 텐센트와 손을 잡았다고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출시 준비 소식이 이어지고 있어 더욱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중국 내 서비스를 맡은 회사들도 맏형 텐센트를 필두로, 요스타, 창유, 즈룽게임즈 등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이다.
‘로스트아크’는 오는 4월 12일에 얼리액세스 시작이 확정됐으며, 사전예약을 시작한 다른 게임들도 조만간 정식 출시 소식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게임의 중국 출시 소식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은 지난 2017년 사드 배치로 한한령이 시작된 이후 6년만이다.
다만, 중국 출시가 중국에서의 성공으로 바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 2021년에 극적으로 판호를 획득하고 1년 뒤인 2022년 4월에 출시된 ‘검은사막 모바일’이 출시 전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흥행 참패를 거두며, 중국 시장 게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퍼블리셔라고 할 수 있는 텐센트가 직접 나서면서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쳤으나,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29위가 끝이었다. 출시된지 5년이 지나 중국에 출시되다보니 미리 대만 버전을 플레이해본 중국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는 점,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 등이 약점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 게임사들의 수준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전세계를 휩쓴 ‘원신’, ‘왕자영요’ 등 강력한 내수 게임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현재 국내 시장에서 최상위권 매출을 자랑하고 있는 게임들이 붙는다고 해도 이기는 것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출시되는 한국 게임들에게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최근 중국 게임 시장이 엄청난 규제로 인해 얼어붙었다가 서서히 풀리고 있는 과도기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뿐만 아니라 중국 자국 게임까지 판호가 나오지 않은 시기가 7개월이나 지속되면서 상당 기간 신작 게임 가뭄이 있었으며, 텐센트, 넷이즈 등 대형 게임사를 제외한 중소 규모 게임사들은 규제가 극심하던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곳들도 많다. 베이징 소재의 증권 신문 Securities Daily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판호 중단이 이어진 7개월간 약 1만 4천여 곳에 달하는 게임사의 등록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 게임사들이 시장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는 시기였다면, 외산 게임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을테지만, 현재는 중국 게임사들도 흔들리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출시 5년만에 중국으로 간 ‘검은사막 모바일’과 달리 아직 인기 상위권인 게임들이 많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로스트아크’는 출시 후 6년만에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긴 하나, 지난해 스팀 글로벌 출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출시 때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블루아카이브’ 역시 일본에서 2년만에 애플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쿠키런 킹덤’과 ‘에픽세븐’ 등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도 있다.
또한, ‘로스트아크’는 중국에서도 모바일 게임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점점 희귀해지고 있는 PC 대작 게임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타 게임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성이 무기인 ‘쿠키런 킹덤’, ‘블루 아카이브’, ‘에픽세븐’ 등도 중국 내 서브컬쳐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 현지화 문제도 ‘검은사막 모바일’의 실패를 거울삼아 철저히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게임출판공작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중국 게임산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중국게임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10.3% 감소한 2,695억 위안(한화 약 49조 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강력한 규제 정책과 판호 발급 축소로 성장세가 꺾이긴 했으나,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오랜만에 중국 진출의 길이 열린 한국 게임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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