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도 기회 생겼다" 강남 입성 도전…분위기 확 바뀐 까닭

곽재민 2023. 4. 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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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추첨제 물량 확대로 당첨 확률이 높아졌으니 강남 입성에 도전하겠다.” 직장인 조모(37)씨의 얘기다. 조씨는 “올해 강남권에 분양 물량이 많은 데다 추첨제가 확대되면서 청약 가점이 낮은 나 같은 30대에도 기회가 생겼다”며 “강남권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기 때문에 당첨만 되면 로또”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남 등 투기과열지구서 85㎡ 이하 추첨제


서울 강남 청약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달부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서도 전용 85㎡ 이하 청약 물량이 추첨제를 통해 당첨자를 뽑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청약 가점이 낮은 젊은 세대나, 갈아타기를 원하는 유주택자의 관심이 강남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투기과열지구에선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입주자를 선정했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32점)과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을 점수로 매겨 높은 순으로 당첨을 결정하는 방식이라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 수가 적은 경우는 사실상 당첨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달 1일부터는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에 따라 전용 60㎡ 미만은 전체의 60%, 전용 60~85㎡ 이하는 전체의 30%가 추첨제로 공급된다.

규제지역이라 청약통장 가입 기간 2년을 채운 세대주는 1순위 자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고연령층 수요가 많은 중대형 평형의 경우 가점제 비율을 전체의 80%까지 확대한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에서 추첨제 물량이 많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세대와 강남권 진입을 원하는 유주택자의 분양 관련 문의가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연합뉴스


가격 비싸지만 분상제 적용돼 시세 차익 기대도


특히 강남권에서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는 가격 메리트도 있다. 규제지역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단지 시세보다 낮은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돼 최소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분양 예정인 청담르엘의 경우 분양가가 평당 6000만원 대에 책정되면 전용 59㎡의 일반 분양가는 17억원, 전용 84㎡는 23억원 선이다. 인근 단지인 청담자이의 전용 82㎡가 최근 28억 5000만원에 거래된 점에 비춰보면 약 5억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반기 분양 예정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원펜타스도 분양가가 6000만원 대에 결정되면 인근의 아크로리버파크보다 10억원 가까이 저렴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지난달 20일부터 분양가에 상관없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자금 조달 여건도 나아졌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지어지는 청담르엘(옛 청담삼익 재건축) 조감도. 롯데건설


올해 강남3구 10개 단지 공급에 관심


강남권에선 올해 대규모 단지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올해 강남권 분양물량은 10개 단지, 1만 1720가구로 이 가운데 일반에 공급되는 물량은 약 2478가구다.
추첨제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송파구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다. 전체 2678가구 중 578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잠실에서 2년 만에 공급되는 대단지로 지하철 2·8·9호선이 인접해 있다.

올해 상반기엔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1261가구·일반분양 176가구),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1097가구·일반분양 497가구),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3307가구·일반분양 236가구),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1265가구·일반분양 286가구) 등이 분양할 예정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지역에서 오랜만에 대규모 분양이 이뤄지는 데다 고가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주변 시세 대비 30% 정도 분양가가 낮은 데다 새 아파트의 희소성을 고려하면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이어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실거주 요건과 자금 출처 증명과 같은 규정이 있어 철저한 자금 조달 계획 없이 청약에 뛰어들기보다는 사전점검을 통해 신중히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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