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경상수지 -5.2억달러, 두달 연속 적자...상반기 내내 '암울'
한국 경제의 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수출 부진, 중국 관광객 감소로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모두 악화한 영향이다. 정부는 국내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 달러 적자다. 지난해 2월 58억7000만 달러 흑자였는데 올 2월 63억8000만 달러 감소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1월(-42억1000만 달러)에 비해선 적자 폭이 크게 줄었지만 올해 들어 쌓인 적자 규모는 47억3000만 달러로 커졌다. 경상수지 2개월 연속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유가격이 치솟았던 2012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 한파에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했다. 경상수지는 무역뿐 아니라 해외 투자ㆍ서비스 교역 등 모든 경제 영역을 통틀어 해외에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더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가 바로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적자 탈출을 못하면 향후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경상수지 적자를 이끈 건 무역수지와 연동하는 상품수지 적자다. 2월 상품수지는 13억 달러 적자로 1년 전에 비해 56억5000만 달러 줄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이어 적자인데 이는 외환위기(1996년 1월~1997년 4월) 당시 16개월 연속 적자 이후 가장 길다.
세부적으로 수출(505억2000만 달러)이 작년 2월보다 6.3% 줄며 6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41.5%)를 중심으로 화학공업 제품(-9.8%), 철강 제품(-9.2%)이 부진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24.3%나 줄었고 동남아(-25%), 일본(5.4%)순으로 위축됐다. 반면 수입(518억2000만 달러)은 가스, 화학공업제품 등 원자재 중심으로 1년 전보다 4.6% 증가했다.
서비스수지 역시 20억30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여행수지 적자가 10억1000만 달러로 1년새 두 배 이상 불어난 영향이다. 수출 화물운임이 줄면서 운송수지도 2억2000만 달러 적자였다.
그나마 적자폭이 줄어든 건 투자소득 등 본원소득수지였다. 본원소득수지는 해외법인의 배당금 증가 등으로 31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가 거둬들인 이익을 국내 본사에 배당할 때 세금을 이중으로 내지 않아도 되게끔 법인세를 개편한 여파다. 이 영향은 올해 내내 나타날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경상수지에서 대규모 적자가 나면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달러 대비 원화가격이 떨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당을 통해 기업이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면 환율이 안정되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상반기 중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3월 경상수지 전망도 밝지 않다. 3월 무역수지가 46억2000만 달러 적자인 만큼 상품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서비스수지도 불안하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3월 서비스수지는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해 있다”며 “아직 중국 단체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외국인 여행객이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화물운임 하락으로 운송수지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본원소득수지가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지만 일정한 흐름이 유지되는 지표는 아니다. 앞으로 흑자폭이 어느 정도일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한은은 ‘상저하고’(상반기에 경기가 나쁘고 하반기에 반등) 경기 흐름에 따라 상반기 44억 달러 적자인 경상수지가 연간으론 26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국내 여행 지원 등 다양한 내수진작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차관 회의에서 “4월까지는 소득수지 요인에 따른 경상수지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3월 이후 외국인 입국자가 증가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시차를 두고 완만히 개선되면서 올해 경상수지는 연간 200억 달러대 흑자를 예상한다”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내수활성화 대책이 여행수지 개선 효과를 얼마만큼 창출할지가 올해 경상수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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