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워킹맘, 전도연의 연기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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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4월이면 극장가는 비수기에 해당한다.
국내 작품은 물론 할리우드의 기대작들도 5월과 6월 개봉을 앞두고 있어 이 시기에 볼만한 영화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극장 환경은 변했지만, OTT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
최근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킹메이커'로 잘 알려진 변성환 감독의 '길복순'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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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4월이면 극장가는 비수기에 해당한다. 국내 작품은 물론 할리우드의 기대작들도 5월과 6월 개봉을 앞두고 있어 이 시기에 볼만한 영화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줄곧 차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나마 다행은 OTT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극장 환경은 변했지만, OTT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 국내 유명 감독들도 극장용 영화 대신 OTT를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킹메이커’로 잘 알려진 변성환 감독의 ‘길복순’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돼 공개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길복순(전도연 분)은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보기에는 이벤트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10대 딸을 둔 엄마다. MK ENT의 소속인 복순은 직장에서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는 인재로 소문났다. 업계에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에이스지만, 딸 재영(김시아 분)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하다. 싱글맘 복순은 자신과 딸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한다. MK 대표 차민규(설경규 분)과의 재계약을 미룬 채 마지막 임무 수행 중 복순은 숨겨진 진실을 알게 돼 결국 규칙을 어기게 되고 모든 킬러들의 타켓이 된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 퍼진 내로남불의 현실을 꼬집는다. 사춘기의 딸을 둔 평범한 엄마인 복순은 비록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유능한 킬러지만 자신의 딸 만큼은 자신과 닮지 않기를 바란다. 본인은 볼펜, 마트에서 파는 3만원 짜리 도끼 등 세상의 모든 도구를 흉기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데 딸 재영이 같은 또래 남자아이를 가위로 찔렀다는 사실에는 크게 놀란다. 마치 우리네 부모들이 본인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했지만 자식만큼은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다. 영화는 킬러 복순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을 조명한다.
불공정한 기득권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있다. 복순과 재영이 주말 뉴스를 보던 중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의원 아들의 부정 입학 의혹이 나오자 복순은 부모 마음에서 당연할 수 있다고 옹호한다. 그러면서 세상은 원래 불공정하고 사람이 하는 일은 공정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재영은 이런 복순을 향해 내가 부모라면 불공정을 인정하기보다는 정당하게 경쟁하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라고 받아친다. 영화는 아이들보다 못한 부모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어른들을 지적한다. 우리 사회와 닮아 있어 씁쓸함을 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을 조명한다.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복순은 시간이 흐르면서 복순을 견제하는 세력이 생기게 되고 장시간 기득권을 쥐고 있는 복순의 아성에 도전하는 후배들도 늘어나게 된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살기는 좋아졌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는 킬러의 세계와 우리 사회의 모습이 유사함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길복순’에서 회사에서 인정받는 워킹맘의 직업이 ‘킬러’라는 발칙한 발상은 신선하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배우 전도연의 연기 변신도 볼만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킬빌’ ‘존윅’, ‘킹스맨’과 같은 영화들을 너무 많이 오마주하고 레퍼런스로 삼고 있다. 또한 변성현 감독의 스타일리쉬한 연출과 미장센은 좋으나 비현실적이고 부실한 스토리텔링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영화 위기설이 다시 나오고 있다. 극장과 OTT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은 제작 편수를 늘리기보다는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에 좀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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