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4년만의 최악 실적....결국 '메모리 감산카드' 꺼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올해 1분기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메모리 반도체 감산 카드도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19%,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IT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해 전체 실적이 지난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예상치보다 낮은 실적...“IT 수요 감소”
이번 잠정실적은 그동안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수치보다도 낮았다.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1조였다. 잠정실적에서는 반도체, 스마트폰, TV·가전 등 사업 부문별 실적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영업이익의 50~60%를 담당하는 반도체 부문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량과 가격이 동반 하락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 심리 둔화에 따라 수요가 감소한 데다 고객사가 재무건전화 목적으로 재고 조정을 지속하면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에서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갤럭시S23’의 선전으로 MX(모바일경험)부문의 호실적이 반도체 적자를 상당 부분 만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3’은 출시 47일 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했다. 해외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프리미엄폰 판매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 갤럭시S22 보다 판매량이 50% 늘었다. 그 외에도 중남미에서 70%, 인도 40%, 중동 50% 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회사 측은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것 외에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생산 설비 재배치 등 생산라인 최적화 등을 통한 자연적 감산을 해오던 것에 더해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까지 최근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하반기부터 서버·모바일 수요 늘 것”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가 지나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반등 시점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의미있는 업턴(상승 전환기)은 2024년 하반기부터 오겠지만, 올해 4분기부터 서버와 모바일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재고 축적이 줄어들면서 메모리 가격의 반등 시점도 빨라지고 전체 업황에서 좋은 시그널이 되며 회복이 빨라지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종가(6만2300원) 대비 4.33%(2700원) 오른 6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실적악화 소식보다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반영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로 실적 발표를 앞둔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위 SK하이닉스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각각 4조8877억원, 3조6362억원에 형성됐다. 지난해 1분기 매출 12조1557억원, 영업이익 2조8596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60%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한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영업손실 1조8984억원)보다도 적자 규모가 1조7000억원 넘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박해리·김수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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