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고발 다큐의 현재②] 더 도전적으로…다큐, OTT의 새 킬러 콘텐츠가 되다

박정선 2023. 4. 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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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다' '국가수사본부' 등 콘텐츠 순위 정상
이어지는 다큐 영향력...케이팝 업계 불매운동까지 이끌어
높은 수위, 2차 피해, 모방범죄 우려...가이드라인 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공개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뜨거운 이슈를 모으고 있다. 연예계에선 JMS 신도였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는 연예인들이 생겨났고, 신나라레코드와 아가동산의 관계를 알게 된 케이팝(K-POP) 팬들은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

OTT 다큐멘터리 오리지널 제작이 활발해진 데에는 앞서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등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넷플릭스는 ‘나는 신이다’를 세계 190개국에 공개했고 해당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자체 콘텐츠 순위 1위까지 올랐다.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웨이브 역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를 방영, 웨이브 전체 타이틀 중 신규 유료 가입 견인 1위에 올려놓았다.


이는 다큐멘터리 장르가 OTT 플랫폼과 만나면서 일으킨 시너지다. 특히 ‘나는 신이다’ 시리즈의 1편에 해당하는 ‘JMS, 신의 신부들’은 정명석 JMS 총재가 여성 신도들을 성폭행한 의혹을 가감 없이 공개하면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 역시 표현의 수위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운 OTT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화면 등 높은 수위 탓에 끝까지 시청하지 못했다는 후기도 다수 올라왔다.


각종 규제나 제약에서 자유로운 OTT 플랫폼이기에 가능했던 표현과 수위의 연출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충격파는 무시할 수 없다. OTT는 그동안 방송 심의에 막혔던 주제를 창의적으로 풀 수 있다다는 강점이 있다. 콘텐츠가 방송법이 아닌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소재나 수위 표현이 기존 방송에 비해 자유롭기 때문이다.


‘나는 신이다’의 경우도 1부 첫 장면부터 JMS 교주 정명석의 적나라한 발언과 성폭력 현장의 음성, 여성 신도들의 나체 영상까지 불편한 진실들이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전달됐다. 이런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한 시청자들의 분노는 결국 이 논란을 사회적인 이슈로 끌어내는 역할로 작용하고 있다.


제작 기간도 자유로워졌다. ‘나는 신이다’의 경우 제작에 2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시사교양 PD이기도 한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는 이 기간 동안 200명이 넘는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심층취재하고, 특히 40일을 기다려 JMS 피해자인 메이플을 직접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통상 6주에서 길어야 10주에 걸쳐 취재를 진행해 매주 새로운 콘텐츠를 내보내야 하는 위클리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기간이다.



ⓒ넷플릭스

‘국가수사본부’ 배정한 PD 역시 6~7명으로 구성된 7개 팀이 길게는 6개월 간 경찰서 인근에서 상주하면서 촬영을 이어갔고, 총 1년여에 걸쳐 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TV 파일럿의 경우 완성하는 데에는 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사건을 끝을 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고 OTT라서 이 시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유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수위가 높고, 2차 피해나 모방 범죄 등을 우려하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조성현 PD는 이런 우려와 관련해 최근 간담회에서 “피해 사실을 명백하기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국가수사본부’의 배정훈 PD 역시 “수사 및 검거 현장에서 일어나는 형사들의 고민과 노력을 담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들이 OTT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이끄는데 성공하면서 당분간 업계에서는 OTT를 활용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활발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 SBS, MBC 등 OTT 팀을 따로 꾸려서 PD들에게 협업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카이브다. 방송사는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아카이브를 쌓아왔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인 OTT를 통해 충분히 의미 있는, 기존과는 다른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러한 도전에 있어서 앞서 언급한 우려들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피해자의 인터뷰를 싣지 않고,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의 말을 통해 사건을 구조적으로 파헤치면서 주목을 받았던 좋은 사례다.


작품을 유통하는 넷플릭스, 웨이브 등 OTT 플랫폼들의 책임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자신들이 유통하는 다큐멘터리 콘텐츠가 공익적 방향으로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이를 통용시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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