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대표 공동성명…北 아킬레스건 ‘돈줄·인권' 때렸다

강태화 2023. 4. 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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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ㆍ일 3국이 핵ㆍ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의 해외 자금줄을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동시에 북한 스스로 ‘아킬레스건’으로 여기는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 김건 한반도 평화 교섭본부장(가운데)과 미국 측 수석대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오른쪽), 일본 측 수석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앞두고 국기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ㆍ미ㆍ일 북핵 수석대표는 7일 서울에서 3자 협의를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2017년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관할권 내에서 소득을 얻는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송환해야 한다”며 “해외 북한 노동자들에게 노동 허가를 갱신하거나 신규 부여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북한의 제재 회피 시도에 대해서도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3국의 북핵 수석대표가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노동자들의 수입은 북한의 주요 외화 유입 창구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북한 노동자에 대한 고용 허가 부여를 금지한 데 이어, 2397호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 22일까지 모두 송환토록 했다.

2019년 12월 21일 북한 해외노동자 송환 시한을 하루 앞둔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출국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노동자 송환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 바람에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는 아직 5만~10만여명의 북한 노동자가 잔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다수의 북한 노동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자금으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국이 북한 노동자 송환 문제를 재차 전면에 내세운 배경은 북한이 코로나에 따른 국경 봉쇄를 해제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유엔 회원국들의 노동자 송환 의무를 환기해 북한에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해외노동자 송환 문제와 함께 북한의 새로운 ‘돈줄’로 떠오른 불법 해킹 등을 통한 사이버 범죄를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ㆍ미ㆍ일 북핵 수석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의 해외 IT(정보기술) 인력들이 계속해서 신분과 국적을 위장해 안보리 제재를 회피하고 해외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으로 사용되는 소득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법적 자금 확보를 차단하기 위한 공동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2020년 개설한 대북 제재 위반 신고 포상 사이트에서 북한의 돈세탁, 제재 회피, 사이버 범죄 등을 신고하면 최대 500만 달러(약 55억원)를 보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DPRKrewards.com]

유엔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북한은 2015∼2019년 사이버 수단을 통해 20억 달러(2조6374억 원)가량의 금액 탈취를 시도했다. 민간 업계에선 북한이 지난해에만 최대 17억 달러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3국 북핵 대표들은 이와 함께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을 위한 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북한이 부정하고 있는 인권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인권 문제엔 한국과 일본의 민간인 납북자와 전쟁포로에 대한 송환 문제 등이 포함됐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재차 지시했다. 신문은 '화산-31'로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새 핵탄두가 대량생산된 모습도 전격 공개했다. 뉴스1

한ㆍ미ㆍ일이 북한의 돈줄을 죄고, 인권 문제를 부각하는 목표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다.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정권은)핵무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요술 지팡이인 양 주민들을 오도하고 있다”며 “핵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모든 북한 주민의 미래를 파괴하는 자멸적인 부메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불법적인 활동의 자금줄을 차단할 것”이라며 “흔들림 없이 억제ㆍ단념ㆍ외교의 총체적 접근을 지속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북한의 위협은 우리 공동의 문제이고 우리는 공동의 대응방안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이런 노력의 가운데에는 완전한 비핵화를 모색한다는 흔들림 없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국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한ㆍ일 양자관계 개선은 분명 3국 간 협력을 더욱 심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4일 "21일부터 23일까지 새로운 수중공격형 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핵 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의 모의 핵탄두 공중폭발 시험을 진행했다. 뉴스1


북핵 대응을 위한 한ㆍ미ㆍ일 3국의 공조 강화 기류는 신임 주미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접수국의 사전 동의)이 초단기간에 이뤄진 점에서도 확인된다.

외교가에 따르면 주미대사로 내정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이미 아그레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주미대사로 내정된 지 채 열흘이 되지 않은 시점으로, 사실상 역대 정부의 주미대사 중 최단 기간 아그레망을 마친 사례에 해당한다. 부임 절차가 신속하게 마무리되면서, 조 차관은 이르면 다음 주 현지에 부임해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 등 한ㆍ미 공조 방안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조 차관의 주미대사 부임 절차가 완료되면서 윤 대통령은 이날 후임 외교부 1차관에 장호진 주러시아대사를 내정했다. 장 대사의 내정으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사의로 시작된 외교라인의 연쇄 교체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김 전 실장의 사의로 새 안보실장에는 조태용 주미대사가 임명됐고, 공석이 된 주미대사는 조현동 1차관이, 후임 외교부 1차관은 장 대사가 각각 맡게 됐다.

장 대사는 외교부 북미국장과 청와대 외교비서관, 국무총리실 외교보좌관 등을 지낸 대표적 북미·북핵통으로, 사실상 대통령실과 외교부 핵심 보직을 '미국통' 인사들이 이끌게 됐다.

한ㆍ미는 또 오는 11~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고위급 국방 협의체인 제22차 한ㆍ미 통합국방협의체(KIDD)를 열고,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억제 및 대응을 위한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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