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뱅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

황준호 2023. 4. 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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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데믹(은행+팬데믹)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습한 지 한 달(10일)을 맞는다.

뱅크데믹이 전이할 경우 '중상주의적 자본주의의 재림'까지 동참하지 못하더라도 위기의 확산과 이에 대한 공포를 시장에서 거둘 수 있게 해야 한다.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개입이나 5대 은행의 독과점을 깬다는 명목의 특화전문은행 설립 등에는 꽤 공을 들이는 듯하나, 뱅크데믹에 있어서는 오히려 안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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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국제 1팀장

뱅크데믹(은행+팬데믹)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습한 지 한 달(10일)을 맞는다. 이번 위기는 고금리로 경기침체가 예견된 상황에서 삐져나온 나쁜 소식이 ‘모바일뱅킹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으로 번지고 안정적 재무 건전성을 가진 은행들을 쓰러뜨렸다는 점에서, 다른 위기와는 다른 면모를 갖고 있다.

뱅크데믹을 맞은 각국의 대응책도 기존과 달랐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한 규모에서 대책 마련이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각개전투가 벌어졌다. 각자의 힘으로 금융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돋보였다.

미국은 지난 11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 은행(실리콘밸리은행, SVB) 폐쇄가 발생하자,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나섰다. 그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에게 연락해 민간 차원의 지원에 대해 논의했고, 다이먼은 금융기관이 십시일반 해 만든 자구책으로 SVB를 지원했다. 미 행정부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의 긴밀한 연락을 통해 사태를 진정시킬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은 최근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가 금융시스템의 특정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실질적인 개입에 나서야 했다"고 소화한 바 있다.

스위스도 미국과 비슷한 맥락의 선택을 했다. 스위스 정부는 최대 은행인 UBS에 경쟁사인 CS를 합병할 것을 요구했으며 150조원대 유동성까지 지원했다. 사태 발생 후 처음 맞는 주말 간 합병 결정을 내렸으며, 주주 승인 등의 절차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심지어 합병 주체인 UBS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정부의 결정을 막을 수 없었다. 특히 스위스의 선택은 미국의 대마불사 대형은행들을 줄곧 비판해왔던 유럽에서 새로운 대마불사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결정이었다.

이 같은 대처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가가 은행을 지배하는 중상주의적 자본주의가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중상주의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나, 국가가 심판이 아닌 선수로서 시장을 관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 이 평가의 중점이다. 뱅크데믹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보고, 세계화의 종말로 치닫고 있는 국제사회 정서에 발맞춘 빠른 결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들의 결정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뱅크데믹이 전이할 경우 ‘중상주의적 자본주의의 재림’까지 동참하지 못하더라도 위기의 확산과 이에 대한 공포를 시장에서 거둘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금융 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의구심이 든다.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개입이나 5대 은행의 독과점을 깬다는 명목의 특화전문은행 설립 등에는 꽤 공을 들이는 듯하나, 뱅크데믹에 있어서는 오히려 안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국내 은행들의 유동성이 믿음직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뱅크데믹의 특성상 유동성보다는 공포의 전이가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 뱅킹 시스템이 어느 국가보다 뛰어난 우리나라에서의 뱅크런은 어느 국가보다 더 크게 발생할 수 있지 않겠는가. SVB의 경우 36시간 만에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뱅크데믹의 불씨가 부동산 대출 시장으로 옮겨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머리를 맞대고 비상시국을 준비해야 하는 때다. 위기에는 예고가 없으며, 준비는 미리 할 때 빛을 본다. 선례와 견주어 비난받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뱅크데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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