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만원 주겠다" 각서 쓰고 잠적 권경애, 학폭 유족과 합의 없었다

방제일 2023. 4. 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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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 3번 불출석해 소송 취하
변협, 권경애 변호사에 대한 조사 나서

'학교폭력 소송 불출석'으로 논란이 된 권경애(5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각서를 쓰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SBS는 연락 두절 상태인 권경애 변호사가 자신이 임의로 정한 9000만 원을 3년에 걸쳐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에 갚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보도했다.

권경애 변호사(왼쪽 두번째) [사진출처=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족 대리인인 양승철 변호사는 "(유족과) 합의하고 쓴 게 아니라 본인이 일방적으로 써서 줬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재심 전문'으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유족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이날 오전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유족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이번 사건이 법조계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는 케이스가 되길 바란다. 피해자 어머님도 진영논리 등으로 사건이 소비되는 걸 반대한다. '법률가가 이래도 되는가' 이런 무책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사건을 통해 알리고 싶어 한다"고 했다.

앞서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을 비판한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저장인 권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한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송이 물거품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2부(당시 김봉원, 강성훈, 권순민 부장판사)는 숨진 박모 양의 어머니 이모 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지난해 11월 24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2015년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박 양은 학교 폭력을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이 씨는 이듬해 여름, 서울시 교육감과 가해 학생들 부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권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겼다.

1심 재판이 열린 2020년, 권 변호사는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알렸다. 1심 결과는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해 학생 부모 A 씨가 이 씨에게 5억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지난해 2월 원고 일부 승소였다. 이 씨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을 상대로 항소했고, A 씨도 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3차례 열린 항소심에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아

그러나 권 변호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차례 열린 항소심 재판에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부는 이 씨 측이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달 말 권 변호사를 만났다는 이 씨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도대체 왜 재판기일에 안 간 거냐"고 물었고, "한 번은 법원까지 갔으나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 기일은 수첩에 다음 날로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는데 다시 재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판사가 자신에게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 씨는 "작년 10월경 소송이 그리되고 자신도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하루가 멀다하고 조국과 이재명을 비판하고 정치를 비토했다"며 "누가 누구를 비판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이 씨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떠들고 다닐 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하다"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두 번 죽인 것이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고 비판했다. 결국 유족은 배상을 받기는커녕 패소에 따라 상대방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한변호사협회, 권경애 변호사에 대한 조사 나서

사건이 커지자 대한변호사협회는 권 변호사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변협은 전날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권 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가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경우, 최대 3년까지 변호사 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사진출처=연합뉴스]

소송 피고였던 서울시교육청은 유족 측에 소송 비용을 회수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 교육청은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항소심 청구가 기각되자 유족 측에 1심 소송 비용 1800만 원을 청구했다.

유족은 권 변호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 변호사는 휴대전화를 끈 채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으며 사무실에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활발히 활동하던 페이스북 계정 역시 폐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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