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기회될까…5년간 ‘K배터리’ 7조원 지원, 소재 기업도 키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정부가 배터리 산업의 북미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과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나서기로 했다. 향후 5년간 7조원에 달하는 기업 대출·보증이 진행되고, 소재 기업 등도 키운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이창양 장관 주재로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열고 ‘민·관 합동 IRA 이후 배터리 산업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당초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 광물·부품 요건 등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우려했지만, 지난달 미국 정부의 가이던스(세부 지침) 공개 이후 기회의 문이 열렸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당분간 IRA 보조금 요건 충족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목소리를 냈다.
IRA 보조금을 받게 되면 오히려 ‘K배터리’의 경쟁력이 높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광물·부품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K배터리의 실질 가격이 40%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조금 확보 여부에 따라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전기차 1대에 포함되는 삼원계 배터리의 평균 가격이 1만8500달러인데, 보조금 7500달러를 모두 받으면 실질 가격이 1만1000달러로 떨어지는 식이다.
이에 맞춰 정부는 북미 시설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국내 배터리 업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는 향후 5년 동안 7조원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지원한다. 기업 부담 완화 차원에서 대출 한도 확대, 금리·보험료 인하 등의 금융 우대도 함께 제공한다. 수은은 대출 한도를 최대 10%포인트까지 늘리고, 무보는 보험료를 최대 20% 할인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500억원 이상의 R&D 신규 과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IRA 이후 역할이 강화된 소재 기업들도 집중적으로 키운다. 산업부는 광물 가공기술 세액공제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내년 일몰 예정인 적용 기간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배터리 소재 등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 기업이 산업단지 내 투자에 나서면 법정 용적률 상한을 1.4배까지 늘려줄 예정이다. 올 상반기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해 전력 등 인프라 구축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 기술이 적용된 ‘마더 팩토리’를 국내에 조성한다.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향후 5년간 1조6000억원을 차세대 배터리에 투자하고,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도 구축한다. 정부도 1500억원 규모의 차세대 배터리 R&D 예타로 측면 지원에 나선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IRA 이후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민·관이 힘을 모아 주요 과제들의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경인 연구위원은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5년 우리 배터리 기업들의 북미 시장 점유율이 50%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조금을 지속해서 확보하면 IRA가 한국 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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