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4년 만에 영업익 1조 밑으로…감산 첫 공식화(종합)

한예주 2023. 4. 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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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잠정실적 발표
1분기 매출 63조원·영업익 6000억원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 하향"
반도체 2분기 전망도 '흐림'

반도체 혹한기가 장기화되며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가량 쪼그라드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에도 못 미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는 결국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사실상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영업익 6000억원대로 '뚝'…반도체 4조원 안팎 적자 예상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주저앉은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63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반도체 수요 둔화가 실적에 직격탄을 미쳤다. 이날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이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작년 4분기 이미 적자 전환한 데 이어 1분기 들어 재고평가손실 확대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이 이어지면서 적자 폭을 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통상 잠정실적 발표 때 매출과 영업이익 수치만 공개해온 것과 달리 작년 4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설명 자료를 내고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하며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실적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됐고,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디바이스경험(DX)에서는 가전 등 완제품(세트) 판매 역시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3의 판매 호조로 적자폭을 축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갤럭시S23 시리즈 출하량은 1100만대를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전장제품을 생산하는 하만이 실적방어의 효자 노릇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드디어 꺼낸 '인위적 감산' 카드…업황 반등 당겨지나

삼성전자는 이날 처음으로 '인위적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설명 자료에서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올해 1월 당시 전망보다 반도체 업황이 더 나빠진 만큼 삼성전자도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유지보수, 설비 재배치 등에 따른 '기술적 감산'을 시사했지만,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은 미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시장에서는 이미 20%가량의 자연적 감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테스트·부품 업체에 의하면 1분기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물량이 30% 이상 감소했다"며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한 D램 재고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높은 21주를 웃도는 수준으로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감산 수준을 오히려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업황 반등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메모리 업계 빅3 중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이 감산을 진행 중이다.

2분기 PC 수요는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노트북 수요가 1분기에 비해 13%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전년 대비 기준으로는 39% 줄었으나 분기별로는 반등의 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혹한기 2분기에도 '여전'

하지만 여전히 2분기에도 반도체 혹한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IT·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고, 업체들도 주문량을 축소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는 올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계절적으로 출하가 증가하겠지만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나야 재고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상반기에는 고객사 재고 수준이 낮지 않고 서버 수요 강도도 강하지 않아 재고 감소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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